끝나지 않은 제천화재참사 고통…“아직도 ‘살려 달라’는 소리가 귀에 맴돌아요”

유가족 일동, 국회 행안위 내 평가소위 통해 진상규명 강력 요청

  • 기사입력 2019.04.06 11:20
  • 최종수정 2019.04.06 11:21
  • 기자명 이의정 기자
(사진출처=환경경찰뉴스)
(사진출처=환경경찰뉴스)

2019년 4월 5일 오후3시 국회 본관 4층, 행정안전위원회(이하 행안위) 소회의실 앞으로 침통한 표정의 사람들이 일렬로 들어선다. 제천화재 소위원회 위원장인 바른미래당 권은희 국회의원은 소회의실 문 앞에서 일일이 악수하며 이들을 맞이한다.

제천화재사건의 유가족들이다.

29명의 사망자 낸 제천화재참사, 유가족은 진실을 알고 싶다

제천화재사건이 일어난 지 벌써 15개월 남짓의 시간이 흘렀다. 화마로 타버린 건물 잔해의 모습은 현장에 그대로 남아있다. 검찰의 불기소로 수사가 종결된 지금, 참사는 과거형이지만 유가족들의 타들어가는 마음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유가족들은 제천시, 소방청, 경찰, 검찰에게 부실수사와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에 대해 외쳤지만 아무도 들어주지 않았다고 탄식했다. 유가족들은 평가 소위원회가 자신들의 안타까운 외침을 들어주기 바란다고 호소했다.

제천화재 참사의 진상규명을 위한 국회 행정안전 위원회 제천화재 관련 평가 소위원회(이하 행안위 내 평가소위)가 5일 유가족 간담회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지난 3월 구성된 행안위 내 평가소위는 권 의원의 강력한 요구로 만들어졌고 더불어민주당 김영호·소병훈 의원, 자유한국당 유민봉·이진복 의원, 민주평화당 정인화 의원 등으로 구성됐다. 간담회에는 행안위 내 평가소위 위원들과 유가족 1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권 위원장의 사회로 진행 되었다.

권은희 위원장은 먼저 유가족들에게 “29명이 숨진 참사임에도 불구하고 국회에서 행안위 내 평가소위가 늦게 구성된 점 사과드린다”며 “조속한 시일 내에 철저한 진상규명으로 아직도 고통 받는 유가족들의 마음을 위로하겠다”고 말했다. 유민봉 위원도 “고통 받는 원만한 문제해결과 명확한 진실규명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유가족을 위로했다. 김민기 의원 역시 유가족들에게 제대로 된 원인 파악을 통해 다시는 이런 참사가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권 위원장은 행안위 내 평가소위가 위원들의 회의뿐만 아니라 화재와 관련된 제천시, 소방청, 경찰, 검찰을 상대로 청문회를 진행할 수 있으며 필요한 경우 전문가를 불러 공청회도 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하겠다고 유가족들에게 약속했다.

사고는 있으나 징계는 없고 잘못은 있으나 책임은 없다.

유가족들은 소방청 합동 조사결과에 대한 검증으로 명확한 책임규명이 있어야 한다고 강력히 요구했다. 비상구 진입의 문제, 2층 창문을 깨지 않은 이유, 굴절차를 전개하지 않은 이유, 계단참을 통해 진입하지 않은 이유, LPG 폭발 위험성이 과대평가된 문제 등 여전히 소방청 합동 조사의 결과와 유가족들의 조사결과가 일치하지 않는 점에 의문을 가졌다. 그리고 1년이 지났는데도 불구하고 소방청의 화재참사 책임자들의 징계가 이루어지지 않는 점을 매우 답답해했다.

사건 당시 119소방서 녹취록을 듣고 흐느끼는 유가족(사진출처=환경경찰신문)
사건 당시 119소방서 녹취록을 듣고 흐느끼는 유가족(사진출처=환경경찰신문)

유가족들은 소방관의 부실한 대응 문제를 규명해 달라고 요청했다. 최초신고 및 구조요청 후 30분 정도가 지나도록 신고자는 아무 도움도 못 받고 사망했다. 건물 안에 있는 단 한사람도 구할 수 없었던 것은 정말 불가항력적인 일이었는지 의문을 제시하고 소방관의 자질과 지휘능력을 의심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민동일 대표는 감담회 중간에 화재참사 당시 119소방청에 녹취된 신고자의 목소리를 들려주었다. 신고자는 ‘살려 달라’는 말만 무한 반복한다. 긴박한 당시 상황이 그대로 전해지는 목소리다. 그런데 소방관은 태연하고 무심하게 빨리 대피하라고 말한다. 신고자가 대피할 때가 없다고 하자 이내 ‘가고 있다’라는 말만 반복한다. 이 신고자는 20여분이 지난 뒤 결국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되었다. 녹취가 흘러나오자 여기저기서 흐느낌이 들려왔고 간담회 분위기가 숙연해졌다.

유가족은 경찰수사결과와 검찰 수사결과의 불일치 문제에 대해서도 의문을 가졌다. 검찰은 경찰이 발표한 화재를 재현한 시뮬레이션 결과를 반영하지 않았다. 검찰은 경찰의 적극적인 수사 결과 보고를 받고 당 사건이 기소의견 송치된 후에도 추가수사를 거의 하지 않았다. 그런 상태에서 4개월 후 불기소처분을 내렸다.

지방선거 후 태도 돌변한 제천시

유가족들은 지방선거 전에는 적극적으로 돕다가 선거 후 태도가 돌변하여 화재참사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려는 제천시의 태도에 분개했다. 유가족들은 제천시가 법적 책임을 부정하는 전제하에 위로금이란 용어로 보상하려 하고 있고 국민들의 당연한 권리인 재판 청구권마저 포기할 것을 강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민 대표는 시신처리에 대한 소방청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풀리지 않은 의문점을 언급했다. 당시 사망한 여동생의 점퍼에 아무런 관련이 없는 열쇠가 나왔다는 것이다

여동생의 핸드폰과 지갑은 분실되었는데 의문의 열쇠가 발견되었고 그것은 당시 화재건물 5층에 있는 헬스장 남자 락커 열쇠였다는 것이다. 고인에 대한 예의도 지키지 않는 소방청의 사망자 시신 처리태도에 대해 강도 높게 비판했다.

(사진출처=환경경찰뉴스)
(사진출처=환경경찰뉴스)

행안위 내 평가소위의 앞으로의 행보

1시간 30분 동안 진행된 간담회는 권은희 위원장의 마무리로 끝을 맺었다. 권 위원장은 유가족들의 요구사항을 조속한 시일 내에 해결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유가족들이 돌아간 뒤 위원들은 유가족들이 준비한 요구사항들을 검토하고 앞으로 진행될 행안위 내 평가소위 활동에 대한 사항을 논의했다. 행안위 내 평가소위는 당일 제천시에 참사 건물 철거 연기를 공식적으로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 8일 시행하기로 예정된 제천시의 참사건물 철거계획을 지연하고자 함이다. 강제성이 없는 행안위 내 평가소위의 공문에 제천시의 응답이 주목된다.

환경경찰뉴스 이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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