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핫라인] 신(新)남방정책 핵심국가 필리핀 ④

두테르테 대통령 "아세안의 미래는 필리핀의 미래"
한국의 신남방정책, 비핵화 적극 환영

  • 기사입력 2019.04.20 16:51
  • 최종수정 2019.04.24 17:52
  • 기자명 이의정 기자
로드리고 두테르테 (Rodrigo Duterte) 필리핀 대통령과 문재인 한국 대통령이 양국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사진출처=청와대)
로드리고 두테르테 (Rodrigo Duterte) 필리핀 대통령과 문재인 한국 대통령이 양국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사진출처=청와대)

필리핀은 한국이 수교한 최초의 아세안 국가이다. 1949년 처음 손을 맞잡은 양국은 상호 방문객이 2017년 200만 명을 돌파할 만큼 친밀한 나라다. 양국은 올해 수교 70주년을 맞아 2019년을 ‘한-필리핀 상호교류의 해’로 지정했다. 필리핀은 또 한국전쟁 당시 7000여명의 병력을 파병해 자유민주주의를 위해 함께 싸운 우방국이기도 하다.

필리핀은 7000여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섬나라이고 국토의 면적이 30만㎢로 한반도의 1.3배이다. 고온다습한 아열대성 기후로 태풍과 지진, 화산 등의 자연재해가 빈번하게 발생한다. 천연자원이 풍부하고 국민의 대다수가 카톨릭을 믿고 있으며 필리핀어가 있지만 영어를 공용어로 사용한다.

필리핀의 경제 현황

필리핀은 1970년대 까지만 해도 한국보다 부유한 나라였고 아세안 경제를 이끌던 국가였다. 하지만 필리핀 고유의 만성적이며 구조적인 문제로 주변 국가들보다 뒤쳐졌고 발전속도도 느린 편이다. 우선 인프라 및 산업기반 시설이 열악하고 빈부의 격차가 큰 문제점이 있다. 2009년 자료에 따르면 필리핀의 15대 명문 가문이 전체 부의 50%를 차지하고 있다. 인구의 28%가 절대빈곤층이고 불평등도 아세안 국가들 중에 심각한 수준이다. 부가가치와 생산성이 낮은 서비스에 편중된 경제구조와 취약한 제조업, 낙후된 농업도 문제다. 또한 정부의 부정부패로 인한 막대한 재정적자도 필리핀 성장의 발목을 붙잡는 중요한 요인으로 꼽힌다.

필리핀은 주변 태국과 말레이시아는 물론이고 후발개도국인 베트남과 비교했을 때 투자 수준이 현저히 부족하다. 정부의 조세정책실패로 인한 투자 여력 부재와 부패와 규제같은 비경쟁적 기업환경으로 인해 만성적인 투자부족이 이어져 왔다.

제2의 도약 꿈꾸는 필리핀

그러나 2010년 기준으로 약 188억 달러를 벌어들이는 해외 파견 근로자들, 매장량이 세계 8위에 이르는 풍부한 자연자원, 영어를 공용어로 사용, 값싼 노동력 그리고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적자 해소노력과 경제개발 투자확대를 감안하면 향후로는 성장 가능성이 높은 나라로 평가받고 있다.

세계은행도 올해 필리핀 경제가 6.7%로 성장하며 동남아시아 국가 중 최고치를 기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필리핀 정부는 인프라 개발을 발판으로 경제성장률을 7~8%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필리핀 로드리고 두테르테 (Rodrigo Duterte)대통령은 2016년 당선 당시 ‘포괄적 성장(inclusive growth)’과 ‘빈곤 축소(poverty reduction)’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대통령은 불법 약물사용, 범죄, 부패를 경제발전의 주요한 장벽으로 꼽았다. 두테르테 정부는 2022년 대통령 임기 말까지 빈곤율을 17%로 낮추고 경제를 상위 중간 소득 위치로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두레르테 정부의 이같은 노력과 의지가 어떻게 전개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필리핀에 진출한 한국기업 현황

필리핀에는 많은 한국 기업이 진출해 있다. 전자 생산, 판매 부분에 삼성전자가 전기분야에는 신흥전자, LG전자가, 반도체 부분에는 (구)아남전자, 풍산마이크로테크가 진출해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자동차부분에는 현대자동차가 건설부분에는 한진중공업이 발전소건설에는 두산중공업이 진출해 있다. 이밖에 광산업, 항공, 안경렌즈등에도 한국기업이 진출하여 입지를 다지고 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 의하면 특히 제조업을 중심으로 기업들의 진출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최근 들어 휴대폰, 보안장비 등의 소프트웨어 개발사(R&D)와 건설·플랜트 프로젝트 등의 진출이 확대되어 가고 있는 추세다.

더욱이 한국 기업들이 LNG 터미널 건설사업, 마닐라 신공항(불라칸 공항)사업, 지방공항 운영 민영화사업 등 기술력과 경험을 필요로 하는 국가 기반 산업분야에 진출해서 그 활약을 기대하고 있다.

국내 군수기업 삼양컴텍과 부흥정밀이 지난 5일 필리핀 국영 조병창(국방부 산하)과 현지 공동생산 방식으로 방호물자와 탄창 계약을 체결한바 있다. 이것은 필리핀 자주국방 1호 사업이기도 해서 의미가 크다.

이렇게 한국기업이 필리핀에 적극적으로 진출할 수 있던 이유는 필리핀의 풍부한 자원과 저렴한 임금 및 국민들의 영어구사능력을 들 수 있다.

더불어 필리핀 정부의 경제 주요 과제 중에는 인프라와 인적자본 개발에 대한 높은 투자, 경쟁력 향상, 전반적인 사업용이성 등이 포함되어 있어 한국기업의 진출이 용이했다.

또한 두테르테 대통령은 필리핀에 거주하는 한국 교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필리핀 정부의 지속적인 관심을 약속한 바 있어 한국 교민이 증가하는 시점에서 반가운 소식이라 할 수 있다.

한-필리핀 정상회담, 신남방정책 가속화

2018년 6월 4일 문재인 대통령은 두테르테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문 대통령이 취임이후 방한한 첫 번째 아세안 국가 정상이라 그 의미가 컸다.

양국 정상은 신남방정책의 4대 중점협력 분야인 교통·인프라와 에너지, 수자원 관리, ICT/스마트 분야에서 협력을 증진하기로 합의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필리핀은 한국의 신남방정책을 적극 환영한다”라고 말하며 지지를 표명했다.

문 대통령은 “2017년 양국간 교역액은 143억 달러를 기록했고, 인적 교류도 지속적으로 확대되어 연간 200만 명을 넘었다”라며 “나는 아직도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양국은 서로 간에 교역과 투자, 인적 교류를 더욱 확대해 나갈 잠재력을 충분히 가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최근 양국이 총 10억 달러에 이르는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기본약정을 체결한 것에 의미를 부여했다.

문 대통령은 두테르테 대통령이 역점을 두고 있는 ‘건설, 건설, 건설(Build, Build, Build) 정책’을 적극 지원하기 위해 인프라 확충 사업에 최근 양국 간 기존 지원액을 2배로 확대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앞으로 신항만, 교량 등 다양한 인프라 건설사업이 EDCF 사업 지원을 통해 추진되어 양국 간 경제협력 기반이 더욱 강화되기를 기대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한국이 관세를 인하하고 시장을 적극 개방하여 필리핀의 주력수출 상품인 바나나 같은 열대과일의 수출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길 요청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현재 진행 중인 역내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RCEP)이 타결되어 그 틀 내에서 필리핀 측이 원하는 바나나 시장 개방이 이루어지길 기대한다”라고 화답했다.

양국은 정상회담을 통해 경제적 협력뿐만 아니라 외교안보적인 협력도 강화해 나가기로 약속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과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정착을 위한 한국 정부의 노력을 적극 지지한다고 밝혔다.

양국 상생번영을 위한 실질협력 확대해 나가야

지난 17일 한국과 필리핀 통상장관이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추진키로 합의했다. 양국은 늦어도 11월에 한-필리핀 간 FTA를 타결하기 위해 노력키로 했다.

한-필 FTA 추진은 신남방 정책을 더욱 적극적으로 전개할 수 있는 동력과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다. 더군다나 필리핀은 아세안 국가 중 한국의 다섯 번째 교역국이자 안정적으로 무역수지 흑자를 보이고 있는 국가다. 한-필 FTA 체결은 양국 간 교육과 투자를 확대하는 주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필리핀 정부의 인프라 지출 확대에 대응하여 한국기업은 필리핀 내수시장을 지속적으로 공략하며 인프라 시장에 진출하여야 한다. 이미 많은 한국기업이 발전소와 LNG터미널, 공항 등 인프라 시장에 진출을 시도하고 있고 한국정부 역시 기업지원과 EDCF를 통해 이를 확대하고자 하므로 실질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는 분야에 힘을 기울여야 한다.

한국은 신남방정책의 4대 중점협력 분야인 교통·인프라와 에너지, 수자원관리, ICT/스마트뿐만 아니라 4차 산업혁명시대에 부합하는 미래성장동력을 창출하기 위해 과학기술과 전자정부, 이동통신 등의 분야에서도 활발한 진출을 모색해야 한다.

현재 필리핀은 경제적 호황을 맞고 있고 높은 경제상장률을 기대하고 있지만 필리핀 정부가 역사적으로 고착화된 구조적 취약점이 개선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경제전문가들은 필리핀 정부가 해외투자를 늘리고 근본적 개혁을 중점적으로 시도하고 있지만 개혁이 실패하면 역동적이지만 정체된 중위소득국으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라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은 필리핀에게 독특한 역할을 수행하는 조력자가 될 수 있다. 필리핀은 다른 동아시아 국가에 비해 제조업 비중이 낮다. 한국은 필리핀과의 산업협력 강화를 통해 제조업 육성을 지원할 수 있다. 제조업은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으므로 새로운 고용 창출을 이끌 수 있다. 한국은 필리핀의 전기기기와 조선산업 등 제조업부문 주요 투자국이며, 특히 전기기기는 필리핀을 주요 생산네트워크의 일부로 포함하고 있다. 필리핀 경제가 빈곤감소와 고용창출을 통한 ‘포괄적 성장’ 필요성이 더욱 절실해지는 상황에서 제조업 부문 산업협력을 통한 한국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환경경찰뉴스 이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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