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한정애 의원, "한국 폐기물 처리 대란 직전" 경종

28일 폐기물 불법처리 근절을 위한 국회 토론회 개최
법조계, 현장 실무자, 연구소 관계자 패널로 나서 다양한 방안 제시

  • 기사입력 2019.05.28 23:31
  • 최종수정 2019.05.28 23:32
  • 기자명 이의정 기자
개회사하는 한정애 의원(사진출처=환경경찰뉴스)
개회사하는 한정애 의원(사진출처=환경경찰뉴스)

“우리나라의 모든 폐기물 처리가 대란 직전에 놓여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의원은 작금의 폐기물 사태를 심각한 어투로 진단했다. 한 의원은 지난해 생활쓰레기 수거거부 대란 발생 이후 연일 폐기물에 대한 문제가 이슈가 된 가운데 현재 생활, 사업장, 의료, 지정 폐기물 처리가 한계에 다다른 상태라고 설명했다.

28일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는 ‘폐기물 불법처리 근절을 위한 국회 토론회’가 열렸다. 환경부(장관 조명래)와 한정애 국회의원실에서 공동 주최한 이번 토론회에는 학계 및 정책기관, 기업관계자, 현장 실무자 등 각계 각층의 전문가들이 모였다.

이날 한 의원은 개회사를 통해 “여기서 논의하는 폐기물 불법처리 근절방안도 불법폐기물 발생을 방지하기 위한 관리체계를 마련하고 처벌수단을 강화하는 등 폐기물처리체계에 공공이 보다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뒤이어 “폐기물 시장이 민간에 넘어간 상황에선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기 힘들다”며 “폐기물은 엄연히 공고의 성격을 띠고 있는 것이므로 민간이 주도하는 한 폐기물 대란이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때문에 이제부터는 공공이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의원은 “정부가 더 이상 뒤에서 지켜보다 문제가 발생하면 그 때마다 간접적인 대책만 내놓은 것이 아니라 직접 처리시장에 개입해 시장을 바로잡고 공공성과 신뢰성으로 주민들을 설득해 처리시설도 확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국회에서는 여야를 가리지 않고 권역별 공공처리시설 도입을 위한 논의가 계속되고 있다”며 “환경공단 등 관련된 운영노하우를 갖고 있는 환경부 산하 공공기간이 논의를 늦춰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박천규 환경부 차관이 참석, 패널들을 격려하고 토론을 지켜보았다.

토론에 앞서 환경부 소속 이채은 자원순환정책과장은 불법 폐기물 예방 및 조치를 위한 제도개선 방안에 대해 발표했다.

이 과장은 개선방안으로 △불법처리업체의 고의부도·명의변경 등으로 대행자를 내세워 불법 행위에 대한 책임회피 폐단 차단△ 불법 행위 유지·확대문제 차단△ 매출자 등 위탁자 책임확대, 상호감시,처리자 우량화 유도△처벌강화를 통해 부당이득환수로 불법 행위발생 억제강화 △불법폐기물 대집행을 통해 신속하게 처리 등을 제시했다.

이날 토론회장은 본격적인 각 패널들의 발표로 폐기물 불법처리 근절을 위한 방안이 심도있게 논의됐다. 

왼쪽부터 패널 박상열변호사, 김은숙처장, 정흥진과장, 오길종소장(사진출처=환경경찰뉴스)
왼쪽부터 패널 박상열변호사, 김은숙처장, 정흥진과장, 오길종소장(사진출처=환경경찰뉴스)

첫 번째 패널로 포문을 연 박상열 변호사(엘프스 법률사무소)는 ‘불법 폐기물에 대한 배출자의 처리책임’에 대해 강조했다. 2003년 5월 폐기물관리법 개정에 의해 최초로 도입된 ‘수탁처리능력 확인제도’는 사업장폐기물 처리시 수탁업체에게 위탁하는 배출자에게 수탁처리능력 확인 의무를 부과하는 제도로써 이를 위반하면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 처분을 받게 돼 있다.

하지만 이 제도는 수탁처리능력 확인의무를 위반한 배출자가 수탁업체가 방치한 폐기물을 처리하는 대상으로 의무 규정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폐기물이 그대로 방치될 수 있다는 문제점을 갖고 있다. 또한 배출자는 수탁자의 허가여부 및 허가의 내용만을 확인하기 때문에 정확한 수탁처리 능력을 확인할 수 없다.

이는 적정하게 처리하는 위탁업체가 높은 단가로 인해 단가가 낮은 불법처리 수탁업체와의 경쟁에서 뒤처지게 하는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이에 박 변호사는 미국과 일본의 사례처럼 배출자의 책임을 강화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폐기물발생 및 처리에 대하여 밀접한 이해관계를 가진 배출자와 공제조합의 처리책임을 강화함으로써 방치폐기물 발생을 방지하고 그에 대한 적정한 처리가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두 번째 패널로 나선 김은숙 처장(한국환경공단 폐기물관리처)은 ‘폐기물 불법처리 근절을 위한 올바로시스템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한국환경공단은 2002년부터 현재까지 사업장폐기물 불법처리 사전예방 및 적정관리를 위하여 폐기물의 배출에서 운반·처리까지 이동 과정을 인터넷으로 관리하는 올바로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올바로 시스템에 거래내용을 입력하지 않고 실제 폐기물 반입량, 처리량 등을 현장에서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불법에 대한 감시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단점이 노출됐다. 또한 올바로 시스템의 노후화로 용량 초과, 접속불량 등의 사용자 불편이 가중됐다.

이에 올바로시스템을 개선하기 위해 먼저 폐기물처리업체의 장부를 올바로시스템에 등록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실제 반입량, 처리량, 보관량을 등록하고 처분·재활용 과정에서 무자료 거래를 방지한다는 것이다. 또한 현장정보 감시를 강화해서 모니터링을 추진하고 폐기물 배출시 인증사진이라던가 위치정보(GPS)제출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더불어 노후장비를 전면 교체하고 시스템 재개발로 안정적 운영기반을 마련하기로 했다.

(사진출처=환경경찰뉴스)
(사진출처=환경경찰뉴스)

패널 토론회는 점점 분위기가 무르익어갔고 다음으로 정흥진(충청북도 환경정책과)과장의 목소리를 통해 불법폐기물을 실제적으로 처리하는 현장의 이야기를 들었다.

정 과장은 먼저 충청북도의 현재 불법폐기물에 대한 상황을 전달했다. 현재 충청북도에는 필리핀에서 불법수출한 폐기물 2832톤이 반송되어 군산항과 광양항에 적치되어 있다. 지난 4월 문재인 대통령의 불법폐기물 연내 처리 지시에 의해 2832톤 중 1832톤(65%)을 처리한 상태다. 충청북도는 이행보증금을 확보해서 7월 중에 나머지 폐기물도 처리할 예정이다.

이외에도 충청북도는 불법투기로 방치된 폐기물 24625톤 중 595톤(3%)을 처리 완료했으며 폐기물을 버린 행위자들을 구속하고 행정 집행을 단행했다고 밝혔다.

정 과장은 충청북도에서 방치폐기물을 신속처리하거나 주민신고에 의해 불법폐기물이 적발된 사례와 지자체의 적극적인 폐기물처리 노력을 발표했다.

정 과장은 마지막으로 불법폐기물 발생 방지를 위한 근본적인 제도 개선 방향을 제시했다. 정 과장이 제시한 개선 방향은 폐기물 이동제한 제도 신설, 폐기물처리시설 투자확대에 대한 정부 지원 강화, 폐기물 처리시설 주변지역의 환경상 영향 조사 결과 공개 의무화, 폐기물 처리 조치명령에 대한 기간 및 대상 명확화 등이다.

사회를 보는 배재근 교수(사진출처=환경경찰뉴스)
사회를 보는 배재근 교수(사진출처=환경경찰뉴스)

마지막 패널자로 나선 오종길 소장(녹색순환연구소)은 환경부와 지자체가 폐기물 불법처리에 대한 전담팀을 구성하여 상시적으로 관리업무를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가까운 일본의 예를 들면서 폐기물 불법투기를 한 경우 처리뿐만 아니라 그 지역의 원상회복에도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더불어 불법투기 폐기물에 대한 법규정을 강력하게 하여 추진해 나가야 한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현재 올바로 시스템으로만 관리하는 것에는 한계가 많으므로 반드시 현장 확인조사가 필요하며 이를 위반하면 처벌을 강화하는 규정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오 소장은 폐기물 불법처리와 무단방치에 대한 감시 강화와 주민신고 활성화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하며 일본의 에코알람 네트워크 시스템을 예로 들었다. 이 시스템은 인공위성을 이용한 감시와 지역주민들의 감시가 협력하여 불법투기를 미연에 방지하고 지자체 간의 정보공유로 불법투기를 사전에 막을 수 있는 제도다.

오 소장은 불법폐기물 업체 때문에 법규를 잘 준수하는 선의의 폐기물 업체가 피해를 당한다고 보고 불량업체는 즉각 퇴출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현재 폐기물처리시설이 부족하여 소각 및 매립처리 비용이 과도하게 상승하고 이러한 여건이 불법적치를 증가시켰다고 보고 이러한 사태를 해결하기위해서는 국가와 지자체가 관할 행정구역의 사업장 폐기물처리 상황을 파악하여 처리시설이 적정하게 이루어질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여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출처=환경경찰뉴스)
(사진출처=환경경찰뉴스)

한 의원은 토론회를 마무리하며 ”폐기물 처리체계에 공공이 보다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국민에게 신뢰를 줄 수 있는 방안에 대해 논의가 이루어졌음에 패널들에게 감사하며 도출된 방안에 대해 국회에서도 적극 지원토록 하겠다”고 전했다.

환경경찰뉴스 이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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