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KCC, 인적분할 과정서 오락가락 회계 작성 논란…금융자산 ‘손실’처리에 의문

분할 후 합병 재상장 추진…지분 맞교환하는 방식에 ‘편법승계’대두
일부 주주들 “삼성물산 및 현대계열사 주식 가치 감소분, 회사손실로 처리 의심” 지적

  • 기사입력 2019.08.14 11:51
  • 최종수정 2020.09.13 14:09
  • 기자명 조희경 기자
(사진출처=KCC 공식 홈페이지 갈무리)
(사진출처=KCC 공식 홈페이지 갈무리)

최근 KCC그룹(대표 정몽진, 정몽익, 이하 KCC)의 3세 경영이 점차 윤곽을 갖춰가고 있는 가운데, 이번 인적분할 과정에서 회사 측의 회계작성 기준을 두고 석연찮은 의혹이 불거지며 논란이 일고 있다.

KCC그룹은 정상영 명예회장이 지난 2000년 경영 일선에 물러나면서 2세 경영 체제로 돌입했다. 당시 정몽진 싱가포르법인장이 KCC 대표이사 회장직에 올랐으며 2005년 차남 정몽익 KCC 대표이사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해, 공동대표 체제를 갖추며 지금까지 유지해오고 있다. 삼남인 정몽열 KCC건설 사장은 일찌감치 회사를 분리해와 경영해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KCC는 지난 7월 11일 금융감독원 공시시스템을 통해 “이사회를 열어 회사를 KCC(존속법인)와 KCG(신설 법인)로 인적 분할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라고 밝혔다.

공시에 따르면, KCC는 실리콘과 도료를 중심으로 한 화학·신소재 부문 등을 영위하고 KCG는 유리, 홈씨씨인테리어, 상재 등 3개 사업부문을 주축으로 한다. 존속회사와 신설회사 분할 비율은 0.8417998 : 0.1582002이다. 분할기일은 2020년 1월 1일이다.

아울러 현재 보유하고 있는 ‘코리아오토글라스(KAC)’ 지분을 KCG로 귀속시킨다는 안건도 이번 이사회에서 통과됐다고 덧붙였다.

KCC ‘지분 맞교환 시나리오’ 언급될 때마다 손사래 치는 이유

이번 인적분할로 창업주인 정상영 KCC 명예회장의 장남인 정몽진 사장이 KCC를, 차남인 정몽익 사장이 KCG를, 삼남인 정몽열 사장이 KCC건설을 각각 맡음으로써 그룹 내에서 각자만의 고유 사업 영역을 확고히 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왼쪽부터) 정몽진 KCC그룹 회장, 정몽익 KCC그룹 사장, 정몽열 KCC건설 사장(사진출처=KCC그룹 공식 홈페이지 및 네이버 인물정보 갈무리)
(왼쪽부터) 정몽진 KCC그룹 회장, 정몽익 KCC그룹 사장, 정몽열 KCC건설 사장(사진출처=KCC그룹 공식 홈페이지 및 네이버 인물정보 갈무리)

KCC 관계자도 지난 12일 “이번 분할은 각 사업 부문의 경영 효율성과 전문성 강화 및 장기적 관점에서 성장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그러나 인적분할 과정에서 새로운 변수가 떠올랐다. 바로 지분이다.

현재 업계 안팎에서는 그룹 인적분할 과정에서 정몽익 사장이 보유하고 있는 KCC 지분과 정몽진 회장이 향후 보유하게 될 분할 KCG 지분을 서로 맞바꿀지(swarp) 여부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더 정확하게는 지분 맞교환으로 보유 주식의 증감여부이다.

주식 맞교환은 재계에서 오랫동안 써왔던 방법이다. 문제는 이 방식으로 그동안 오너 일가 내 편법승계가 숱하게 이뤄졌다는 점이다. 이는 지난 2012년 한국타이어에서도 있었고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과정에서 여실히 드러난 바 있다.

한국타이어의 경우, 당시 지주사인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를 설립하기 위해 분할존속법인인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와 분할신설법인인 ‘한국타이어 주식회사’를 인적 분할했다.

그런데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는 한국타이어와 보통주 25,265,242주를 맞교환했다. 그 결과 조양래 한국타이어 회장의 2세인 장남 조현식 사장과 조현범 한국타이어 사장의 지분율은 각각 19.32%, 19.31%까지 불어났다. 이 과정에서 이들은 단 한 푼의 상속·증여세를 납부하지 않았다. 설상가상 조양래 회장의 보유 지분율도 덤으로 23.59%까지 늘어났다.

이뿐만 아니다. 지난해 검찰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처리 변경에 대해 ‘고의적 분식회계’로 결론내리면서 2015년의 삼성생명-제일모직 합병 건이 재차 인구에 회자되고 있는 모양새다.

당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에서 주식 교환비율은 1:0.35(제일모직 : 삼성물산)였다. 즉 제일모직 1주로 삼성물산 주식 3주가 교환될 수 있다는 것인데 이 때문에 상대적으로 저평가를 받았던 삼성물산 주주들인 거세게 반발했다.

이들 중 일부는 “삼성그룹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회사 지배력을 높여주고 궁극적으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에서 이 부회장으로의 경영 승계 작업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작성된 시나리오”라고 주장을 내세우기도 했다.

이러한 전례에 비춰 봤을 때, KCC는 이번 인적분할 과정에서 ‘주식 맞교환’ 자체가 언급되는 것 자체를 꺼려하는 눈치다. 이미 공시를 통해 신설법인 KCG과 KCC가 보유한 주식을 84:16 비율로 나눠 갖게 되며 이후 유가증권시장에 재상장함에 따라 두 회사의 합병비율이 정해지며 주식 수도 이에 따라 늘어나는 것은 필연적이기 때문이다.

2분기 최악의 성적 발표 “일관성 없는 회사 손실처리”

KCC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대다수의 소액 주주들은 주가부진에 탄식의 한 숨을 내쉬면서도 버티는 중이다.

버티다 보면 둘로 쪼갠 법인을 합병 후 재상장하게 되면, 주식가치가 올라 회복할 수 있을거란 작은 기대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어서다.

그러나 지난 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올라온 KCC의 2분기 실적 발표는 처참했다.

지난 6일 올라온 KCC의 올 2분기 실적 발표에 따르면, 당기순손실은 무려 1264억 9700만 원으로 전년 대비 62.3% 감소했다.

회사의 인적분할 결정 발표로 재상장 추진까지는 무조건 버티기로 작심하던 주주에게 찬 물을 끼얹은 거나 다름없는 실적 발표였다.

KCC주가는 이후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않아, 흐름세가 부진하다.

이에 대해 KCC 관계자는 “건설업계 실적이 안 좋았던 것은 지난해부터 나왔던 이야기”라며 “KCC도 그 여파를 피하지 못한 것이다. 앞으로는 실리콘분야 등에서 돌파구를 마련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1주일 새 KCC 주가 변동 내역(사진출처=네이버 금융 페이지 갈무리)
지난 1주일 새 KCC 주가 변동 내역(사진출처=네이버 금융 페이지 갈무리)

그런데 이를 수상히 여긴 몇몇 주주들은 2분기 실적 발표에 있어서, KCC의 손실처리 과정에서 납득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이들은 “KCC의 당기순손실의 정체를 모르겠다”며 “KCC는 주가하락에 따른 보유주식 가치의 감소분을 손실로 처리하며 2조원 넘게 갖고 있는 삼성물산 및 현대계열사 주식 가치 감소분도 손실로 처리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이와는 반대로 회사가 보유한 주식의 가치가 오른 것은 이익에 반영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이에 KCC 관계자는 “새로 도입된 회계기준 금융상품 1109호에 따라 2017년부터 매도가능증권의 평가이익과 평가손실분에 대해 당기손익 처리해왔다”고 밝혔다.

매도가능증권 공정가치 선택권 논란, ‘당기손익’측정에 의문 

2018년 1월 1일부터 적용된 새 회계기준서(K-IFRS 금융상품 1109호)에 따르면 기존에 기업회계기준서 제1039호(ISA 39)에서 명시한 '금융상품 : 인식 및 측정'과 다르게 매도가능증권의 평가손익을 기타포괄손익누계액으로 측정하지 않는 경우, 당기손익 처리할 수 있다.

KCC는 이 기준을 2017년 1월 1일부터 적용했다.

새 회계기준 원칙 9호에 따르면, 회사는 금융자산의 평가손익을 공정가치선택권에 따라 기준할 수 있다. 금융자산의 공정가치 선택권에는 상각후원가 측정과, 기타포괄손익누계액으로 분류한다.

그러나 금융자산의 ‘상각후원가 측정’과 ‘기타포괄손익 누계액’으로 처리하지 아니하는 경우에 해당하는 경우, 당기손익 처리한다. 

매도가능증권을 당기손익 측정 항목으로 지정할 수 있는 선택권을 <<공정가치선택권>>이라고 한다.

그러나 모두 해당하지 아니함에도 금융자산을 ‘당기손익-공정가치 측정 항목’으로 지정할 수 있는 선택권에 해당하려면,  “회계불일치”하거나 “유의적 손익”이 발생 경우이다.

이와 같은 금융자산의 ‘공정가치선택권’과 관련해서 공인회계사회 A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매도가능증권의 미실현이익을 당기손익 처리하는 경우, 회계불일치 하거나, 유의적인 손실을 측정하기 위해 공정가치를 선택한다”며 “그렇지 않은 경우에 해당한다면, 이는 회계를 작성한 기업의 설명을 들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KCC 관계자는 “새로 도입된 금융상품 1109회계기준 원칙에 따라 2017년부터 매도가능증권의 평가이익과 평가손실분에 대해 당기손익 처리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금융자산의 공정가치를 선택하는 데 있어서 상각후원가 측정과 기타포괄손익의 공정가치를 측정하지 않기 때문에 당기손익 처리한 것이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해 증권가는 KCC에 대해 “회사가 보유한 주식 자산이 4조 원에 육박하는데, 이는 동년 3월 말 기준 회사 시가총액 3조 6000억 원을 10% 이상 웃도는 규모”라며 “KCC가 보유한 자산 가치가 여전히 우량한 만큼 시장에서 여전히 투자매력이 높다”라고 호평한 바 있다.

KCC 주식을 보유 중인 주주들 중 일부는 최근 동사 주가 하락과 관련해 회사 지분가치에 있어 손익이 일정한 규칙없이 반영되는 것 아니냐고 의혹어린 시선을 보내고 있다. (사진출처=네이버 금융 페이지 갈무리)
KCC 주식을 보유 중인 주주들 중 일부는 최근 동사 주가 하락과 관련해 회사 지분가치에 있어 손익이 일정한 규칙없이 반영되는 것 아니냐고 의혹어린 시선을 보내고 있다. (사진출처=네이버 금융 페이지 갈무리)

이 시기 KCC는 현대로보틱스 지분 매각으로 2500억 원이 넘는 차익을 하며 250% 이상의 수익률을 기록해 주식시장 내에서 우량주의 매력을 뽐내기도 했다.

금융상품의 회계처리 기준이 변경되기 이전까지 2016년 KCC는 삼성물산, 현대로보틱스 등에서 발생한 평가이익을 모두 자본에 변동이 생기는 기타포괄손익누계액으로 계상해왔다. 그 결과 2016년 말 연결기준 5조 9669억 원이었던 KCC의 자본총액은 동년 9월말 6조 3828억 원으로 증가했다.

그러나 KCC에 문제제기를 한 주주들은 “보유주식의 가치가 올랐다고 이를 (자산)이익에 반영하는 것은 본 적이 없다”라고 항변하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이들은 회사의 손실처리 과정에서도 의구심을 표하고 있다.

KCC는 지난 2018년 이전까지 매도가능증권인 삼성물산·현대차 계열 주식 등의 미실현이익을 손익처리했다. 포괄손익계산서를 계상 처리해 법인세를 차감하는 방식이다. 이 경우 자산의 변동은 실제로 발생하지 않고 자본의 변동이 생긴다.

기타포괄손익 항목에는 매도가능증권이 대표적인 예를 들 수 있으며, 자본의 거래로 인식한다.

실제로 지난 해 KCC는 분기영업이익이 550억 원에 그쳤다. 그러나 당해 분기에서 KCC가 보유한 매도가능증권의 평가이익 4500억 원 발생하며 1280억 원의 법인세를 납부했다.

이 같은 점에 비추어 봤을 때, 주주들은 KCC가 의무공시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이달 6일 갑작스럽게 공시를 내놓아 회사 주가를 의도적으로 하락케 한 것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지난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도 이와 유사한 궤로 진행됐기 때문이다.

당시 두 회사 간 합병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의도적으로 삼성물산의 주식이 저평가되도록 획책한 것과 관련해 KCC 역시 이번 인적분할로 주식 쪼개기를 단행한 뒤 2020년 재상장을 통해 총 주식수를 늘린 다음 이를 재매각해 오너 3세들의 배불리기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편, KCC 관계자는 이 같은 논란에 대해 “이번 분할은 형제간의 경영권 분리와는 무관한 것”이라고 일축했다.

환경경찰뉴스 조희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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