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강원랜드 사이드베팅, 그 은밀한 유혹의 결과는 비극 일색

“‘사이드베팅→대리베팅→과다베팅’ 연쇄 고리, 지금도 성행”
일찌감치 승패가 정해진 카지노 구조…재산 탕진 시간문제
지난 2014년 대법원 판결 방패삼아 문제점 개선 노력 일절 없어

  • 기사입력 2019.09.25 17:44
  • 최종수정 2019.09.26 09:27
  • 기자명 임영빈 기자
(사진출처=강원랜드 공식 홈페이지 갈무리)
(사진출처=강원랜드 공식 홈페이지 갈무리)

“아직도 강원랜드에서는 사이드베팅이 이뤄지고 있다. 이것만 막아도 대리베팅이 근절될 수 있는데 강원랜드는 2019년 현재까지도 이를 묵인하고 있다.”

강원랜드에서 인해 삶이 파탄난 한 도박중독 피해자는 강원랜드의 가장 큰 문제점을 ‘사이드베팅’이라고 지적했다. 그리고 이보다 더 큰 문제는 “2019년 현재까지도 객장 내에서 여전히 사이드베팅이 강원랜드의 묵인 하에 여전히 이뤄지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뿐만 아니라 피해자들 중 일부는 지난 2014년 대법원의 판결에 대해서도 여전히 의구심을 떨쳐내지 못하고 있다.

이는 작금 대한민국 도박중독 문제가 그 심각성이 더해지는 것을 고려해봤을 때, 양승태 당시 대법원장과 강원랜드 간 모종의 거래가 있었을 것이라는 의혹이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사이드베팅→대리베팅→과다베팅’…파멸의 루트

도박중독 피해 시민단체에서 활동중인 익명의 관계자 A씨는 지난 20일 “강원랜드에서는 지금도 사이드베팅이 암묵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라는 충격적인 증언을 남겼다.

A씨는 2000년대 초반 강원랜드를 출입하면서 수백억에 달하는 자산을 한순간에 잃어버린 인물이다. 이 과정에서 가족들과 관계 역시 파탄을 맞는 아픔까지 겪었다. 이후 자신과 같은 아픔을 가진 피해자들과 힘을 모아 우리사회 도박중독 문제 해결에 임하고 있다.

A씨는 1인당 최대 한도금액 및 횟수를 제한하는 것 이전에 사이드베팅을 엄격히 규제해야한다고 부르짖었다. 사이드베팅이 허용돼 게임당 막대한 금액의 판돈이 형성되며 이는 대리베팅 및 과다베팅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라고 경고했다. (사진출처=픽사베이)
A씨는 1인당 최대 한도금액 및 횟수를 제한하는 것 이전에 사이드베팅을 엄격히 규제해야한다고 부르짖었다. 사이드베팅이 허용돼 게임당 막대한 금액의 판돈이 형성되며 이는 대리베팅 및 과다베팅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라고 경고했다. (사진출처=픽사베이)

A씨에 따르면, 카지노 규정 상 1인당 1팅 한도 금액이 1000만 원으로 제한돼 있었다고는 하지만 사실상 아무런 효력을 가지지 못했다. 카지노 내에서 초과 베팅이 일상화됨은 물론 이용객이나 직원 중 그 누구도 이를 문제제기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는 자연스레 사이드베팅으로 이어졌다.

사이드 배팅은 일명 '뒷전'이라고 불린다. 게임 테이블에 앉지 않아도 간접적으로 배팅을 거는 방식이다.

여기에 A씨는 카지노 내 카드 게임을 예로 들었다. A씨는 “바카라 등 카드 게임을 할 때에는 딜러 한 명과 게임 테이블에 착석한 참가자들 간 게임을 하는 것이 원칙이며 착석자 외에는 그 누구도 게임 참여가 금지돼 있다”며 “쉽게 말해 사이드베팅은 참석자 주변(사이드)에 위치한 이들도 게임에 참여할 수 있게끔 허용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업계 내 통용되는 은어 ‘병정’과 관련한 이야기를 풀어냈다.

A씨는 “카지노 내에서 20~30만 원 가량 돈을 지불하면 ‘병정’을 4~5명 고용할 수 있다. 이들이 대리 베팅에 나서면 베팅 금액이 최대 6000만 원까지 치솟는다”며 “그런데 강원랜드 직원들은 게임 참가자들에게 ‘병정을 고용하면 그만큼 (돈을 딸) 확률이 올라간다’라고 옆에서 부추긴다”라고 지적했다.

결국 대리베팅은 곧 과다베팅이며 과다베팅은 도박 중독으로 빠지는 지름길이라고 A씨는 경고했다.

이어 “지난 2008년부터 강원랜드는 표면적으로는 ‘대리베팅’을 금지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오히려 예전보다 더 은밀하게 대리베팅이 이뤄지고 있다”며 “그런데 강원랜드는 이를 전혀 제재하지 않고 있다”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결국 최종 승자는 카지노…손님에게 남는 것은 ‘처음의 짜릿함’

“카지노에는 답이 없어요. 그런 걸 가르쳐드릴 수 있으면 얼마나 좋아요? 저도 못 이겨요. 제가 거기서 쉽게 돈을 벌 수 있으면 제가 강원도 가서 살지 왜 여기 이러고 있겠어요? 안 하잖아요? 답이 없어요”

지난 13일 TV조선에서 방영한 ‘탐사보도 세븐-강원랜드 타짜의 일기장’편에 출연한 차민수 강원대 관광학과 명예교수는 이같이 단언했다. 과거 프로도박사로 활동했던 차 교수조차 카지노에서 ‘잭팟’을 장담하는 것은 어렵다고 말한 것이다.

그런데 왜 이리도 수많은 도박중독 피해자들이 양산되는 것일까. A씨는 카지노에 처음 방문해서 돈을 땄을 때의 느꼈던 손맛과 짜릿함을 잊지 못하는 사람들이 계속 카지노를 찾고 이들이 결국 도박 중독자로 거듭난다고 설명했다.

A씨는 “단체에서 활동 중인 도박 중독 피해자분들 중 80~90%는 초심자 시절 돈을 딴 경험이 있다”면서 “이런 분들이 자꾸 카지노로 발길을 옮기게 되고 결국 도박중독의 늪에 빠지게 된다”라고 말했다.

카지노에 처음 출입한 이들은 하나같이 초반에 돈을 땄을 때 그 짜릿함과 손맛을 잊지 못해 계속 돈을 쏟아 붓는다. 그들 모두 ‘잭팟’을 꿈꾸지만 모든 것을 잃고 나서야 허상이었음을 뒤늦게 깨닫는다. (사진출처=픽사베이)
카지노에 처음 출입한 이들은 하나같이 초반에 돈을 땄을 때 그 짜릿함과 손맛을 잊지 못해 계속 돈을 쏟아 붓는다. 그들 모두 ‘잭팟’을 꿈꾸지만 모든 것을 잃고 나서야 허상이었음을 뒤늦게 깨닫는다. (사진출처=픽사베이)

의학계에서는 도박중독의 원인을 크게 생물학적 원인과 심리사회적 원인으로 구분하고 있다.

이 중 생물학적 원인을 살펴보자. 의학계에서는 도박 행위를 할 때 뇌에서 도파민이 분비되는데 이 도파민이 사람에게 중지된 것 같은 깊은 몰입감과 평온함을 준다고 설명한다. 이 느낌이 매우 강력해 한 번 접하면 쉽사리 잊히지 않으며 대개가 이 느낌을 주는 행동을 하게 된다.

그런데 도박중독 고위험군에 속한 사람들의 경우, 뇌의 전전두엽이 일반인에 비해 활성화되지 못해 도박을 끊지 못하는 특성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고 분석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도박을 처음 접하는 초기에 간간히 본인 예상을 뛰어넘는 큰 승리와 큰 금액의 돈을 맛보는 순간을 좀처럼 잊지 못하는 것이다. A씨는 자신이 바로 그 예에 속한다고 담담히 밝혔다.

의학계에서도 어떤 경우에서든 일단 한번 도박에 빠지게 되면, 본인 스스로를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을 잃어 과도한 금액의 배팅을 이어가게 된다고 경고한다.

그러다 생활비나 사업 밑천 등을 탕진하게 되고 빚을 지면 그 빚을 갚기 위해 또 도박을 계속하는데 이때 이들 대부분은 마음 한 구석에 ‘도박으로 진 빚, 도박으로 만회하겠다’는 생각이 자리하는데 이를 ‘도박자의 오류’라고 일컫는다.

A씨는 “선량한 국민들이 카지노를 방문해서 게임에서 운이 따라 승리를 맛보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자신의 실력’으로 착각하기가 쉽다. 나 또한 그랬다”며 “그런데 이것이야말로 도박중독으로 가는 지름길”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결국 마지막에 돈을 가져가는 것은 카지노”라며 “가뜩이나 카지노 내 게임들의 승률이 매우 낮은데 자주 카지노를 방문할수록 그만큼 잃는 돈의 액수도 기하급수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다”라고 부연했다.

“2014년 대법원 판단, 아직까지 납득 어려워”

A씨는 지난 2014년 강원랜드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1인당 1회 1000만 원으로 베팅 한도가 제한됐음에도 강원랜드가 대리 베팅을 통해 6000만 원까지 초과 베팅이 이뤄지도록 묵인함으로써 피해가 커졌다는 것이 요지였다.

당시 1심과 2심 모두 강원랜드에 15~20% 책임이 있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원심 판결을 완전히 뒤집었다. 2014년 8월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소영)는 “강원랜드가 이용자의 지나친 재산상 손실을 입지 않도록 보호해야할 의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논리로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지난 2014년 A씨를 비롯한 도박중독 피해자들은 강원랜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1심과 2심은 강원랜드 측이 피해자들에게 배상의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으나 당시 양승태 대법원장 및 대법원은 ‘강원랜드 측에 책임을 물기 어렵다’라는 이유로 파기환송했다. (사진출처=환경경찰뉴스)
지난 2014년 A씨를 비롯한 도박중독 피해자들은 강원랜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1심과 2심은 강원랜드 측이 피해자들에게 배상의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으나 당시 양승태 대법원장 및 대법원은 ‘강원랜드 측에 책임을 물기 어렵다’라는 이유로 파기환송했다. (사진출처=환경경찰뉴스)

그러나 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A씨는 당시 대법원의 판결에 납득하기 어렵다고 속내를 털어놓았다.

A씨는 “국무총리 산하의 사행산업감독위원회에서는 2년마다 도박중독 관련 조사 결과를 발표하는데 지난 2016년 강원랜드 출입자 중 도박중독 환자 비율이 61.8%였고, 지난해에는 54.6%였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렇게 많은 국민들을 도박중독자로 만드는 곳이 강원랜드다. 어떻게 지금까지 영업을 이어갈 수 있는 것인가”라며 “그때 대법원에서 좀 더 심사숙고한 뒤 판결을 내렸다면 도박중독 폐해가 이만큼 커지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착잡한 심정을 드러냈다.

관련해 A씨는 당시 최종 판단을 내린 양승태 전(前) 대법원장에 대해서도 의혹을 거둘 수 없다고 첨언했다.

당시 일제 강제징용 관련 소송이 진행중인 시기에 전범기업 측 변호를 맡았던 김앤장법률사무소 소속 한상호 변호사가 대법원장 사무실에서 양 전 대법원장을 세 차례 이상 독대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발생한 바 있다.

A씨는 “소송 당시 강원랜드는 우리나라 최고 법무법인인 김앤장을 선임했다”며 “징용 배상 피해자 배상 판결이 뒤집어졌던 그때 일을 생각하면, 강원랜드 역시 대법원에서 판결이 뒤집어지게끔 로비를 한 것이 아닐까 지금까지도 의심이 든다”라고 말했다.

A씨는 과거 강원랜드 출입 당시 수차례 병정을 고용해 도박을 이어갔다. 판돈이 크게 걸린 상황에서 병정을 고용하면 그만큼 돈을 딸 확률이 높다는 직원의 권유를 수차례 받았다고 증언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돈을 잃은 것은 A씨뿐이었다. A씨가 고용한 병정들 중 그 누구도 돈을 잃지 않았다. (사진출처=환경경찰뉴스)
A씨는 과거 강원랜드 출입 당시 수차례 병정을 고용해 도박을 이어갔다. 판돈이 크게 걸린 상황에서 병정을 고용하면 그만큼 돈을 딸 확률이 높다는 직원의 권유를 수차례 받았다고 증언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돈을 잃은 것은 A씨뿐이었다. A씨가 고용한 병정들 중 그 누구도 돈을 잃지 않았다. (사진출처=환경경찰뉴스)

A씨의 말마따나 강원랜드의 사이드베팅 허용은 대리베팅 및 병정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특히 병정을 내세운 대리배팅의 경우 배팅금은 모두 똑같지만 승패에 따른 승패액은 한 사람에게만 몰리고, 병정에게는 0원을 부과했다. 사실상 사이드 배팅을 가장한 대리배팅 허용이라 할 수 있다.

한편, 이같은 논란에 대해 강원랜드 관계자는 25일 “사이드베팅은 현재 강원랜드뿐만 아니라 전 세계 모든 카지노에서 이뤄지는 합법적인 게임 참여 방식”이라면서 “앞으로도 사이드 베팅을 악용해 대리 베팅 및 베팅한도 초과 등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환경경찰뉴스 임영빈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관련기사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