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 갓뚜기에 가려진 편법의 대가(大家) 오뚜기...일감몰아주기, 통행세 편취

허울좋은 갓뚜기마케팅...주주는 울리고 오너만 배불리는 오뚜기
함 회장, 수입 짭잘한 ‘오뚜기라면’ 놓을 수 있을까

  • 기사입력 2019.09.27 18:05
  • 기자명 이의정 기자
(사진출처=오뚜기)
(사진출처=오뚜기)

1500억원 상당의 상속세 납부, 전직원 정규직화, 라면값 동결 등 갓뚜기라 불리며 착한 기업 대명사인 오뚜기의 실체가 사실은 허울좋은 마케팅이라는 게 드러났다.

실상은 일감몰아주기와 부당내부거래로 소액주주들에게 피해를 입히고 필요없는 자회사를 만들어 통행세를 편취하는 등 오너 배만 불리는 여느 재벌과 다를 바 없었다.

국회감사까지 등장한 오뚜기 일감몰아주기 논란...하지만 개선노력 全無

(사진출처=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사진출처=금융감독원 전자공시)

2019년 3월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올라온 ‘오뚜기라면’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당기 매출액은 6459억원으로 이 중 특수관계자를 통해 올린 매출은 6443억원이며 오뚜기만을 통해 올린 매출도 6417억이나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계열사 내부거래 비중은 99.7%나 되며 이 수치는 2017년과 비슷한 수준이다. ‘오뚜기라면’은 오뚜기의 관계사로 최대주주는 함영준(32.18%) 회장이다.

(사진출처=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사진출처=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오뚜기가 ‘오뚜기라면’에 일감을 몰아주는 문제는 오랫동안 논란이 돼 왔다. ‘오뚜기라면’은 라면 시장 업계 2위이자 점유율 30%를 차지하고 있다.

사실 오뚜기는 라면을 만들 수 있는 여력이 충분하지만 라면을 만들지 않고 있다. 우리가 생각하는 ‘진라면’, ‘열라면’ 등은 ‘오뚜기라면’에서 만들고 있다. 이렇게 ‘오뚜기라면’은 만든 제품을 오뚜기에 납품해 매출을 올리고 있다. 매출의 대부분이 내부거래에서 발생하는 만큼 오너 일가가 ‘오뚜기라면’으로부터 사익을 편취하고 있는 것이다.

오뚜기는 올 1월 주가가 최고 80만 3000원까지 올랐지만 지난 8월 최저 50만 1000원까지 내려가는 등 추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주주들은 울상을 짓고 있지만 ‘오뚜기라면’의 대주주 오너일가는 다르다.

2018년 ‘오뚜기라면’은 매출 6459억원, 영업이익 29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각각 5.1%, 9.8% 성장한 수치다. 당기순이익도 226억원으로 전년 대비 11.3% 늘었다.

(사진출처=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사진출처=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오뚜기라면’은 주당 배당금 5000원, 배당 총액 50억 7193만원을 유지하면서 ‘오뚜기라면’ 지분 32.18%(32만6446주)를 보유한 함 회장은 오뚜기라면에서만 16억 3200만원의 배당 수익을 얻었다.

일각에서는 ‘오뚜기라면’이 함 회장의 상속세 창구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2016년 함 회장은 1500억원의 상속세를 2023년까지 5년간 분납하기로 한 상태다.

이런 상태에서 함 회장이 돈줄 ‘오뚜기라면’을 포기하기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2017년 10월 함영준 오뚜기 회장은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일감 몰아주기와 부당 내부거래에 대해 지적을 받기도 했다.

2018년 공정거래위원회는 오너 일가의 계열사를 통한 간접 소유 주식도 규제 범위에 포함시키는 방안을 검토한 바 있다. 또한 2019년 5월 김상조 공정위위원장은 그동안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에서 제외됐던 중견기업에 철퇴를 예고한 바 있다.

이런 공정위의 제재에 벗어나기 위해 오뚜기는 2017년부터 주요 관계기업을 종속회사로 빠르게 편입시키고 있다. 2019년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확인 결과 전전기 중 오뚜기SF(주)는 물적분할했고 오뚜기에스에프(주)는 오뚜기에스에프지주(주)의 100% 종속기업이며 상미식품지주(주),(주)풍림피앤피지주와 전기중 흡수합병하여 손자회사에서 자회사로 변경됐다. 업계에서는 오뚜기가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해소하기 위해 지배구조 개선 작업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지만 실상은 다르다,

오뚜기는 매출액 대부분을 오뚜기에 의존해 일감 몰아주기 논란이 된 비상장 계열사, 시스템통합(SI)업체 알디에스, 수산물가공업체 오뚜기물류서비스 등의 지분을 매입했다고 발표했다. 오뚜기는 함 회장과 그의 사촌동생 함영제 씨가 보유하고 있던 알디에스 지분(80%)을 208억 8000만 원에 매입했고, 함 회장과 함 회장 자녀가 보유하고 있던 그룹 광고대행사 애드리치의 주식 4만 주(66.6%)를 119억 4000만 원에 사들였다. 오뚜기물류서비스와 풍림피앤피지주의 주식도 100억 원 이상 샀는데, 대부분이 함 회장 일가로부터 매입한 것이다. 문제는 이로 인해 함 회장 일가가 500억 원에 달하는 돈을 벌어들였다는 것이다.

오뚜기 관계자는 본지 취재팀에게 “현재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해소하기 위해 ‘오뚜기라면’ 하나만 남기고 계열사들의 지분을 매입하는 과정을 끝냈다”고 해명했지만 “‘오뚜기라면’의 흡수합병의 구체적 시기와 내용에 대해선 확정된 바가 없다”고 일축했다.

하지만 이런 오뚜기의 노력도 보여주기식 쇼에 지나지 않아보인다. 여전히 일감몰아주기가 성행하고 있어 국정감사 전과 비교해 더하면 더했지 나아진 점이 하나도 없으며 규제를 피한답시고 오너 배만 불리는 행위를 하고 있으니 말이다.

업계에서는 “오리온·매일유업·샘표·크라운해태 등 주요 식품기업들이 지주회사로 일찌감치 전환한 것과 달리 오뚜기가 여전히 ‘오뚜기라면’을 합병하지 못하는 것은 최대한 시간을 벌며 기업가치를 높인 후 지분 매각에 나설 것이다”고 전망하고 있다. 일감몰아주기 논란과 비판에도 불구하고 함 회장이 ‘오뚜기라면’을 포기하지 못하는 것은 ‘오뚜기라면’이 오너일가의 수익원으로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 회사인지 방증해 주고 있다.

◆ 오너 일가 주머니 챙기는 통행세 논란

일감몰아주기 문제와 더불어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통행세 논란이다.

통행세란 대기업이 거래 단계에 계열사 등을 끼워 넣어 부당하게 챙기는 수익을 말한다. 거래 과정에 실질적인 역할이 없는 특수 관계인이나 회사를 만들어 중간 수수료를 챙기는 것으로 공정거래법에서 금지하는 부당행위이다.

통행세 논란은 기업에서 빈번하게 사용하는 편법행위로 현재도 많은 기업들이 이 행위로 적발되곤 했다. 최근 롯데칠성음료가 롯데지주 자회사 MJA와인을 통해 와인을 판매하는 과정에서 이른바 통행세를 발생시켜 대주주 부당지원을 하고 있다는 혐의를 받아 공정위의 조사를 받았다.

2018년 7월 LS그룹이 계열사 간 원자재 거래 과정에 특정 계열사를 끼워 넣어 ‘통행세’를 수취한 혐의로 공정위의 제재를 받았다. 총수 일가가 취득한 부당이익은 총 197억 원에 이른다.

통행세 논란은 기업들의 일감 몰아주기와 비슷한데, 그 부당성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는 것이 교묘하다. 외형상으론 한 업체가 거래 과정에서 유통 부문을 맡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하이트진로그룹도 통행세와 관련해 논란을 산 적이 있다. 하이트진로는 2008년부터 맥주용 공캔을 직접 구매하지 않고, 계열사인 서영이앤티를 거쳐 받았다. 서영이앤티는 개당 2원의 통행세를 챙겼고 2012년 말까지 총 56억 원가량의 부당이익을 거둬들였다.

이밖에도 프랜차이즈업체인 미스터피자·피자에땅·탐앤탐스 등도 식자재·부자재를 가맹점에 납품하는 과정에 오너의 친인척 등이 유통업체를 끼워 넣어 수년간 통행세를 수취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오뚜기도 이런 대기업의 행보와 다르지 않았다. 오뚜기는 오뚜기물류서비스주식회사라는 물류회사를 만들어 통행세를 받아내고 있다. 오뚜기물류서비스주식회사는 ㈜오뚜기가 85.24%, 오뚜기라면㈜이 14.76%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 통행세 역시 오너 일가의 주머니를 두둑히 하는 역할을 하고 상속세 납부에 상당한 기여를 한 것으로 보인다.

분식회계니 탈세 등 대기업 오너의 불법이 판치는 요즘, 오뚜기의 미담은 국민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보여 주긴 했다. 하지만 기업이 당연히 지켜야할 상속세 납부와 직원의 정규직화가 마치 대단한 것인양 갓뚜기로 떠받들여지고 이것을 마케팅에 이용해 기업 이미지를 부풀리고 법망을 교묘하게 빠져나가며 사익만 챙긴 오뚜기의 민낯에 국민들의 실망감이 커지고 있다.

환경경찰뉴스 이의정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관련기사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