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핫라인] 산업재해 획기적으로 줄인다. 산업현장에서 '위험의 외주화' 막아야 산재 줄인다 ⑱

산재로 숨진 전체 노동자 804명 중 하청 노동자 비율이 38.8%에 달해
위험작업 도급을 금지한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김용균법) 실효성 의문
민주노총, 위험의 외주화 적극적으로 막아야

  • 기사입력 2019.10.24 21:40
  • 기자명 이의정 기자
(사진출처=민주노총)
(사진출처=민주노총)

지난 11일 충남 당진시 송악읍 유리섬유 단열재 공장에서 50대 노동자가 압착 기계에 몸이 끼여 숨졌다. 14일에는 경북 김천시 조마면 신안리 하수도 설치 공사현장에서 근로자 2명이 토사에 매몰돼 1명이 숨지고 1명이 다쳤다.

같은 날 충북 영동군 황간면의 한 퇴비공장에서 일하던 근로자가 중장비에 치여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

16일에는 창원 한 대기업 공장 신축 건설현장에서 콘크리트 타설 작업을 하던 노동자가 숨졌다. 한국이 온지 보름밖에 되지 않은 20대 네팔 이주노동자도 지난 11일 대전 대덕구 대영금속공업에서 조형틀을 운반하는 작업을 하던 중 세워진 조형틀이 넘어지면서 해당 조형틀에 깔려 숨졌다.

앞서 열거했던 사고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근로자들이 모두 외주노동자들이란 것이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이용득 의원이 22일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6∼2018년 산재로 숨진 하청 노동자는 총 1011명이었다. 산재 사망 하청 노동자는 2016년 355명, 2017년 344명, 2018년 312명으로 매년 300명 수준에서 줄어들지 않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산재로 숨진 전체 노동자 804명 중 하청 노동자 비율이 38.8%에 달했다. 사망 노동자 중에선 건설업 노동자가 236명(75.6%)으로 대부분을 차지했으며 다음으로 제조업(58명)이 뒤를 따랐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달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김규환 의원이 한수원과 5개 발전사(남동·남부·동서·서부·중부발전)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의하면 2013년부터 2019년 7월까지 6개사의 산업안전사고 사상자 수는 총 662명이었다. 그 중 발전사 직원은 36명, 사망자는 1명도 없었지만 협력사 직원은 626명, 사망자는 35명에 달해 충격을 주었다.

발전사/협력사 직원별 안전사고 현황을 보면, 한수원에서 협력사 직원 사상자 수가 가장 많이 나왔다. 한수원 직원의 경우 지난 6년간 24명의 부상자가 나온 반면 협력사 직원의 경우 224명의 사상자가 나왔고 그 중 11명이 사망자였다. 5개 발전사의 경우에서도 유사한 경향을 보였다.

협력사 직원을 도급/하도급으로 분류했을 때 하도급 직원에서 사상자 수가 더 많이 나온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협력사 직원 간에도 도급/하도급 여부에 따라 사상자 수에서 큰 차이를 보인 것이다.

이처럼 하청 노동자의 산재 사망이 끊이지 않는 것은 위험한 업무를 하청 업체에 맡기는 이른바 ‘위험의 외주화’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이에 정부는 지난해 말 김용균씨 사망사고를 계기로 산업재해 예방 보호대상의 확대, 일부 위험작업의 도급을 금지한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김용균법)을 마련했다.

하지만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은 “2018년 김용균 노동자의 참혹한 죽음 이후 진행된 특조위의 발전소 비정규 노동자들을 직접 고용하라는 권고는 아직도 이행되지 않았다”고 지적하며 “산업안전보건법 전면개정의 도급금지에는 구의역 김군도, 태안화력의 김용균도, 조선하청 노동자도 빠졌다”며 공분했다.

민주노총은 정부가 원청 책임을 강화한다고 했지만 실제로 사고다발 건설기계의 원청 책임은 27개 건설기계 중 2개만 적용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민주노총은 "매년 2400명이 죽어나가는 죽음의 일터는 방치를 넘어 더욱더 처참해지고 있는 상황이다"라고 법의 실효성에 의문을 드러냈다.

또한 민주노총은 “노동부의 통계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2만명 이상의 노동자가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1심에서 금고 징역형 처벌 건은 0.57%, 2심에서 징역형 선고는 단 여섯 건에 불과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노동자 1명의 죽음에 기업들은 450만원 벌금으로 그 책임을 면하고 있지만 개정 산안법에서 산재사망 하한형 처벌은 삭제되었고, 20대 국회에 발의된 중대재해 기업처벌법은 단 한번의 심의도 없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기업들은 재발방지보다 벌금 내는게 이득인 현실에서 위험의 외주화는 막을 수 없다는게 중론이다.

이에 노동계는 '중대재해기업 처벌법'의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사망사고가 발생하는 사업장은 안전이 확보될 때까지 모든 작업을 중지해야 하며 철저히 조사하고 처벌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노동계는 산업보험제도의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2018년 김종훈 의원실이 밝힌 산재신청 접수 뒤 결정통보까지 걸린 시한을 살펴보면 뇌심혈관계는 105일, 근골격계는 116일, 정신질병은 181일, 직업성 암은 무려 330일 인 것으로 밝혀졌다. 근로자가 산업재해를 신청할 때 회사의 회유와 압박을 이기고 산재신청을 해도 결정까지 6개월을 넘기기 일쑤라는 것이다. 이에 인력 충원과 대대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한 상태이다.

노동계과 정치계는 “산업 현장에서 위험의 외주화가 여전하다”며 “노동자의 산재를 줄이기 위해서는 원청이 사용자 책임을 지도록 고용부가 적극적으로 지도·감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민주노총은 23일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반복되는 산업재해 사망사고를 막기 위해 ‘위험의 외주화 금지법’ 제정 등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환경경찰뉴스 이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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