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쓸.신.환] 미터법이 유독 미국에서만 힘 못 쓰는 이유

알아두면 쓸모 있고 신기한 환경상식 92
변화 필요성 인지하나 미터법 전환 시 천문학적 비용 지출 ‘부담’
미국인들의 일상생활 속 깊이 자리한 점도 일정부분 영향

  • 기사입력 2019.11.12 18:06
  • 기자명 임영빈 기자
(사진출처=산업통상자원부 공식 블로그 갈무리)
(사진출처=산업통상자원부 공식 블로그 갈무리)

우리나라 학생들이 세계사 수업시간 중 중국 진시황의 업적에 대해 공부할 때 선생님들이 꼽는 진시황의 업적 중 하나가 바로 도량형(度量衡)의 통일입니다.

춘추전국시대 길이와 부피, 무게 등을 재는 방법이 모두 제각각이었으나 진시황이 통일 이후 이것을 하나로 통합함으로써 안정적인 세수 확보는 물론 국가 지배력도 한층 더 강화할 수 있었죠.

도량형의 통일 사례는 이외에도 역사에서 꾸준히 등장합니다. 그리고 현재 전 세계의 기준은 미터법으로 무게 추가 기울어지고 있죠. 그 역사도 제법 긴 편입니다.

1875년 5월 20일 유럽 17개 국가는 미터법을 국제표준으로 삼자는 미터협약을 개최했습니다. 그리고 1960년 파리에서 열린 제11차 국제도량형총회에서 미터법은 국제단위계의 기본단위가 됐죠.

길이는 미트(m), 시간은 초(s), 질량은 킬로그램(㎏), 전류는 암페어(α), 온도는 켈빈(K), 물질의 양은 몰(mol), 광도는 칸델라(cd)로 정해진 것입니다. 그리고 2018년 11월 국제 도량형총회는 영원히 변치 않는 상수로 기본단위를 재정의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추세와 상관없이 꿋꿋이 제갈 길을 가는 나라가 있습니다. 바로 미국입니다. 언제나 ‘세계의 기준’을 자처하는 미국이지만 도량형 문제에서만큼은 미터법을 활용하지 않는 대신 미국 단위계를 여전히 활용하고 있죠.

미국 단위계는 17~18세기에 미국에서 생겨 지금까지 쓰이고 있는 단위체계입니다. 미국 단위계의 특징은 단위계를 뜻하는 용어가 많고 이 단위계의 명확한 기준이 없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 길이를 뜻하는 단위로는 인치, 야드, 마일, 피트 등이 있고요. 무게를 뜻하는 단위 역시 온스, 파운드, 톤, 드램 등이 있습니다.

문제는 단위가 너무 많은 탓에 환산이 복잡하다는 거죠. 하지만 단위를 직관적으로 파악하는 데 있어서는 굉장히 효율적이라는 장점도 있습니다.

다시 말해 미터법은 정확하게 측정은 할 수 있지만 한 눈에 들어오지 않고, 미국 단위계는 직관적이긴 하나 정확하지 않다는 것이죠.

현재 전 세계에서 미터법을 사용하지 않는 나라는 미국을 비롯해 미얀마, 라이베리아 3개국에 불과합니다. 도대체 왜 미국은 아직까지도 미터법을 사용하지 않는 것일까요?

사실 미국 내부에서도 미터법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는 점은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고 합니다. 과거 많은 대통령들이 선거에서 미터법 전환을 공약으로 내세웠으며 요즘도 대선 후보자들이 내거는 공약 중 하나로 ‘미터법으로의 전환’이 꾸준히 언급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 단위계가 이미 오랜 시간 동안 미국인들의 일상생활에 너무 깊숙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에 전환이 쉽지만은 않습니다. 당장 미터법으로 바꾼다 해도 교통체계와 법규, 표지판, 속도 측저익구, 과속 단속 카메라 설정 등을 바꿔야 하는 것뿐만 아니라 미국 단위계로 생산 중인 볼트나 너트, 나사 등 부품 역시 기준을 모두 재정립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천문학적인 비용이 소모될 것은 불 보듯 뻔하지요. 그러다 보니 많은 미국인들이 미터법 전환이 거론될 때마다 부담감을 숨기지 않는다고도 하네요.

환경경찰뉴스 임영빈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관련기사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