뻔뻔한 성신양회, '불량레미콘' 공급했지만 아파트 부실시공 및 하자와 전혀 관계없어

법원, 벌금 2000만원 집행유예 선고...성신양회 항소 안해
국내 유명 건설사 GS건설, 현대산업개발 등 270개 사업장에 공급
제조사는 책임없다 당당, 건설사는 쉬쉬...소비자만 피해 가중

  • 기사입력 2020.01.03 14:26
  • 최종수정 2020.09.13 20:40
  • 기자명 고명훈 기자
(사진출처=성신양회 홈페이지 갈무리)
(사진출처=성신양회 홈페이지 갈무리)

작년 5월 불량 레미콘을 제조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성신양회가 최근 법원으로부터 유죄 선고를 받았다. 이에 건설사들도 덩달아 긴장하는 눈치다. 가뜩이나 유명 건설사들의 부실공사 및 하자가 자주 언급되고 있는 이 때 불량 레미콘이 공급되었다는 것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성신양회는 당당한 입장이다. 인증 기준에는 벗어났지만 품질에는 아무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부실시공은 시공사의 책임이라는 것을 악용한 태도를 보이고 있어 행정당국의 엄격한 처벌기준과 제재가 시급해 보인다.

최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1부(김미리 부장판사)는 건설기술진흥법 위반혐의를 받고 있는 성신양회에 대해 벌금 2000만원을 선고했다. 아울러 이 회사 총괄이사, 영업본부장 등 5명에 대해 각각 징역 1년6월~2년을 선고하고 집행유예 3년 판결을 내렸다. 이들은 2014년부터 2017년까지 전국 270개 건설현장에 시멘트 배합량을 한국산업표준(KS) 기준보다 5~40% 줄인 레미콘을 납품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번 판결로 성신양회는 2014년부터 KS인증 기준을 벗어난 레미콘을 공급하면서 기록을 조작하거나 비싼 시멘트를 줄이고 값싼 혼화재를 첨가하는 등 불량 레미콘을 공급한 것이 드러났다.

국내 유명 시멘트 생산업체인 성신양회는 국내 유수의 건설사에 레미콘을 납품하고 있다. 성신양회는 GS건설, 현대산업개발 등 1군 건설사가 포함된 사업장에 불량 레미콘을 공급했으며 용인, 파주, 구리 등 수도권 사업장에 몰려있다. 이 과정에서 900억원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해당 사업장 아파트 입주자를 비롯한 수분양자 상당수가 불량 레미콘 공급 여부를 알지 못해 피해는 고스란히 이들에게 돌아갈 전망이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상당기간동안 반복적이며 고의적으로 레미콘 배합비율을 조작하고 품질이 조작된 레미콘이 납품했다"고 지적하며" "건축물의 안전성과 직결되는 레미콘 품질을 조작해 건설현장에서 사용되도록 한 것에 대한 피해는 일반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전했다.

이번 판결에 관해 성신양회 관계자는 "이번 판결을 수용키로 했다. 레미콘 불량은 인정하지만 국토교통부가 참관한 강도검사와 품질검사에서 콘크리트 강도에 문제가 없다고 결론이 났다”며 최근 불거지고 있는 아파트 부실공사 및 하자 발생과 자사의 레미콘과는 관계가 없다고 일축했다. 성신양회의 해명은 "아이를 때렸는데 아이가 다치지 않았기 때문에 때린건 인정하지만 잘못이 없다"는 얘기와 일맥상통해 보인다.

건설사들도 이번 판결이 자사에게 불똥이 튈까봐 쉬쉬하는 분위기다. 오히려 건설사들은 재판부에게 성신양회의 선처를 구했다.

사실 불량레미콘으로 인한 부실시공이나 하자의 책임은 시공사에게 있기 때문에 성신양회는 이번 판결에 대해 항소하지 않을 계획이며 특별하게 반응하지 않는 모양새다. 사실 불량레미콘 문제는 심각한 수준으로 국토부의  '2018년도 레미콘·아스콘 정기점검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8년에만 공공기관에 납품한 레미콘·아스콘 생산공장 3667곳 중 1500여 곳에서 품질관리 등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여기에 민간 납품 업체까지 더해지면 품질 문제는 더욱 심각할 것으로 보인다.
건설업계는 "레미콘 제조사 문제로 언제든 불량품이 발생할 우려가 높은 게 콘크리트이다. 그런데 정부가 그동안 모든 책임을 시공사에게 떠넘겨서 건설사는 리스크를 안고 있다. 이에 제조사에도 하자책임 등을 물을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근 라돈아파트 문제가 이슈화된 가운데 아파트에 사용되는 건축자재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시멘트 제조에는 흙과 돌 외에도 다양한 폐기물이 함께 사용되는데 이 중 석탄화력발전소에서 나온 비산재에도 라돈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비산재는 시멘트의 유동성을 좋게 하고 더 강한 결합력을 가지게 해 시멘트 제조에 사용된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에 따르면 석탄 화력발전소에서 발생한 전체 비산재의 약 5%를 주택건축용 콘크리트의 시멘트에 사용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소비자가 만든 신문'에서는 최근 성신양회가 시멘트 제조 과정에서 비산재를 포함한 혼화재를 더 많이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보도한 바 있다.

아파트 건설의 안전과 직결되는 레미콘 문제에 제조사 및 건설사, 정부가 쉬쉬하고 있을 때 소비자의 불안감과 의혹은 나날이 커져만 가고 있다.

환경경찰뉴스 고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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