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인천공항 카트노동자...10분 식사·벤치 쪽잠 다반사

전체 용역업체 직원수만 9000여명…간접고용 형태의 부당노동착취 만연
카트 용역업체 노조혐오 발언 논란, 현수막걸어 놓고 노조 탄압 논란
씀씀이 큰 인천공항, 직원 사택 무상 수리에 전구갈이 등 각종 혜택 난무

  • 기사입력 2020.01.06 15:08
  • 최종수정 2020.09.13 20:52
  • 기자명 고명훈 기자
(사진출처=알리오)
2019년 인천국제공항공사 임직원 현황 (사진출처=알리오)

세계 서비스 1위, 영업순이익 1조원(2018년 기준)을 자랑하는 인천국제공항공사(대표 구본환 이하 인천공항). 하지만 화려한 겉모습과는 달리 그 이면에는 정규직에서 배제된 비정규직 용역업체 직원들의 눈물이 숨겨져 있었다. 더구나 노동자의 당연한 권리인 노조활동마저 소속회사가 방해한 것으로 드러나 국민의 공분을 사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용역업체를 관리해야할 공사는 뒷짐만 지고 있어 세계 서비스 1위라는 이름을 무색케하고 있다.

◆ 정규직이 먹는 건가요? 정규직화에서 배제된 카트노동자, 열악한 근로환경 드러나

카트노동자들이 벤치에서 쪽잠을 자고 있다.(사진출처=환경경찰뉴스)
카트노동자들이 벤치에서 쪽잠을 자고 있다.(사진출처=환경경찰뉴스)

대한민국의 관문인 인천공항은 문재인 정부가 ‘비정규직 제로’를 천명한 상징적인 곳이지만 아직도 9000여명의 용역업체 소속 직원들이 비정규직이라는 이름아래 일하고 있다. 이 중에서도 카트노동자들 175명은 정규직으로 전환된 한국공항공사(김포, 김해, 제주 등 전국 14개 공항)와 달리 ‘광고대행사업’이라는 특이한 계약형태 때문에 정규직 전환에서 배제됐다. 이들은 수하물 카트 운영, 유지보수 등을 담당하는 카트운영사업 ㈜에이씨에스 소속으로 ㈜에이씨에스는 ‘전홍’이라는 인천공항의 버스와 카트 광고업체와 계약을 맺고 있다.

㈜에이씨에스는 2011년부터 지금까지 인천공항에서 카트운영 및 유지보수를 담당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근로자들의 열악한 근로환경이 개선되지 않아 작년 11월에 근로자들은 노조를 결성했다. 이들의 열악한 근로환경은 각종 언론사와 청와대 게시판에 올라 충격을 주었다.

카트노동자들의 근로계약서(사진출처=환경경찰뉴스)
인천공항에서 근무하는 카트노동자들의 근로계약서다. 인천공항이 발주한 용역업체와 모두 1년 단위 단기고용형태로 근로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에 쪼개기 계약과, 노동착취 등의 논란을 낳고 있다. 정규직 전환 1호를 선포한 인천공항에서 조차도 간접고용 형태의 근로자 사각지대가 존재하고 있음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사진출처=환경경찰뉴스)

24시간 여행객들이 카트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게 정리하는 노동자들의 식사 시간은 조출조(07:00-16:00)는 9시-10시 사이 20분, 만출조(12:30-21:30)는 12시-13시 사이 40분, 19시30분-50분 사이 20분으로 정해져있다. 왕복 1km가 넘는 상주직원식당 거리를 감안하면 빠듯해서 허겁지겁 식사를 할 수 밖에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더군다나 비행기가 뜨는 ‘보딩’에 걸리면 면세점 근무 노동자들은 식당에 가지도 못하고 10분만에 찬물에 밥을 말아먹거나, 계란으로 떼우는 등 비인간적인 근로조건을 감내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카트노동자들은 식사시간을 제외하고 별도 휴식시간도, 휴게공간도 없다. 9시간 근무 중 식사시간 1시간을 제외하고 8시간을 휴식 없이 연속으로 일하고 있는 실정인 것이다.

소속회사측은 4시간 근무 시 30분 이상 휴게시간을 줘야 한다는 근로기준법을 위반하지 않았다고 주장하지만, 현장 노동자들은 관절염, 소화불량 등 과도한 업무로 고통받고 있다.

게다가 야간근무자는 마땅한 수면공간이 없어서 여객터미널 구석을 찾아 쪽잠을 자고 있는 형편이다. 뿐만 아니라 그동안 사측이 근무를 위한 미팅을 출근 전 시간으로 잡아 30분~1시간 가량 조기출근을 해서 무료노동을 제공해 오고 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최저임금 수준으로 야간근무를 해도 200만원 남짓한 저임금을 받고 있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이들의 평균 연령은 50세인데 반해 단기간 계약직 노동자로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었다. 이들은 이런 열악한 노동환경을 개선하고자 인천공항 개항 20년만에 처음으로 노조를 결성했던 것이다.

(사진출처=환경경찰뉴스)
(사진출처=환경경찰뉴스)

◆ 노조혐오 발언 쏟아내고 노조탄압하는 대표..."회사가 싫으면 나가라"

하지만 회사는 불법적인 노조탄압을 자행하기 시작했다. 회사 대표는 파트별로 전직원 면담을 진행하면서 “노조는 직원 대변하는 척하면서...피해를 주는 면이 있다”, “회사가 싫고, 불만이면 (나)가면 된다”, “노조 가입하면 계획하고 있던 임금인상, 분기별 연차 1개 추가 및 회식, 명절격려금이 원점으로 돌아간다”며 직원들에게 노조 탈퇴를 노골적으로 종용했다.

심지어는 노조활동하는 환경미화 노동자들을 “쓰레기나 치우고, 남 뒷 닦는 화장실이나 청소”하는 사람들로 비하하고, “노조는 유토피아를 선전선동하면서 노조비 3만원을 뜯어간다”며 노조혐오 발언을 쏟아냈다.

또한 회사 관리자들은 “우리는 노조가 싫다” 등 노조가입을 압박하는 현수막을 걸고 조합원들을 압박했다.

대표는 “사업장내 노조가 있을 경우 인천국제공항공사 입찰에서 가점을 받을수 없어 사업이 종료될수 있다"는 고용에 대한 위협도 서슴치 않았다.  

회사는 "노조만들면 다 된다고 노조가 무슨 도깨비 방망이냐!”, “카트직원 대다수는 노조를 반대한다! 우리는 노조가 싫다!”,“우리는 노조가 싫다! 노조가입을 부추기는 행태를 즉각 중단하라!”라는 문구로 현수막을 의도적으로 설치했다.

이에 노조는 사측과 대표이사 및 관리자들을 부당노동행위(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 제81조 위반)으로 노동청에 고소했고, 사측의 노조혐오,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사과를 요구하는 투쟁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용업업체는 사실 무근이라고 전했다. 회사관계자는 “민주노총과 노조가 대표이사의 녹취록을 문제가 된 부분만 공개했다”고 주장하며 녹취록 전문을 들어보면 오해가 풀릴 수 있다고 해명했다. 또한 "현수막도 회사임원들이 만든 것이 아니라 직원들이 만들었다"며 직원들은 노조결성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 "우리도 인천공항 위해서 일하는 직원이랍니다"...용역업체 남의 일 불보듯하는 인천국제공항공사 태도 논란

2019년 임직원수 현황(사진출처=알리오)
2019년 임직원수 현황(사진출처=알리오)

인천공항은 2017년 문재인정부가 '비정규직제로시대'를 공약한 상징적인 곳이지만 실제 여기서 일하는 대다수 근로자들에게 정규직 전환은 남의 일이나 다름없다. 만여명이 넘는 직원 중 실질적인 정규직은 1300여명에 불과하다.

인천공항은 정규직 채용을 회피하기 위해 자회사 방식을 활용해 또 다른 간접고용의 문제를 낳고 있다. 자회사는 원청이 노동자의 노동조건을 대부분 결정하고 경영 여건에 따라 구조조정 등이 용이하며, 저임금과 열악한 노동조건을 강요하기도 수월하다. 자회사로 전환되어도 임금이나 복리후생 등 공항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처우가 예전 협력사 시절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현재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인천공항 내 2개의 자회사로 나누어져 정규직 전환이 됐으며 용역회사에 있는 7300여 명도 순차적으로 자회사로 가게 된다.

특히 경비·보안·청소·설비 등 인천공항 운영에 필요한 분야는 자회사를 통한 간접고용이 이루어졌다. 인천공항의 직무들은 상시적 업무이고 생명과 관련된 업무이지만 인천공항은 이들의 처우개선과 고용안정엔 관심이 없는 모양새다.

경비·보안·청소·설비 용역업체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은 대통령이 말한 정규직 전환이 인천공항에서 직접 고용하고 처우를 개선하는 것인 줄 알았는데 자회사로 전환되는 개념인 줄 몰랐다고 토로했다. 이마저도 이들에겐 감지덕지라 생계를 위해서 자회사 전환을 붙들려고 하지만 인천공항은 경쟁채용을 실시해 용역업체 직원들에게 불안감을 더하고 있다. 이들 대다수는 10년 넘게 인천공항에서 일했지만 자회사 전환도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인천공항의 용역업체의 처우개선 및 고용안정 문제는 2017년부터 국정감사때 지적해온 문제이기도 하다.

인천공항측은 정부 가이드라인에 따른 정규직전환 기본방향 노사 합의 완료(2017.12.26)하고 정규직 전환(공사 직고용 및 자회사 채용)으로 협력사 처우 대폭 개선 예정이며 노사전문가 협의회를 통해 임금 등 처우수준을 협의(2018년 하반기)한다고 이행계획을 발표했지만 여전히처우는 개선되지 않는 모양새다.

더구나 인천공항이 설립한 자회사 인천공항운영관리㈜의 초대 사장에 노조 파괴 혐의를 받는 한국GM 전 부사장 장동우를 선임한 것도 큰 아이러니다.

(사진출처=알리오)
(사진출처=알리오)

이렇게 용역업체 근로자들에겐 인색한 인천공항은 정규직 직원에게는 여러가지 특혜를 일삼아 구설수에 올랐다. 작년 국정감사에서 인천공항이 지난 6년 간 임직원에게 4400만원 규모의 핸드폰을 무상 지급하고 1억2000만원에 달하는 요금을 대납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들 임직원은 평균 1억원을 받는 고액 연봉자들이다. 더욱이 공사 내부 지침이나 규정에는 임직원들에 대한 핸드폰 무상 지급 및 요금 대납 관련 내용이 전무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올해는 직원사택 화장실 리모델링 사업으로 1억원이 넘는 돈을 쓸 예정이다. 정부가 100% 지분을 갖고 있는 공기관이 흥청망청 돈을 사용하고 있는 것에 국민들의 공분이 일고 있다.

환경경찰뉴스 고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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