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쿠팡 김범석 대표, 코로나19 사태로 물량 늘자...쿠팡맨에게 편지보내 희생정신 요구

코로나19 사태에 배송물량 늘어나지만 안전문제, 처우개선 없어
신종코로나 의심증상 음성이면 무급휴가, 양성이면 급여 70%만 지급
거듭되는 쿠팡맨 비하발언...“평소 회사가 직원 어떻게 생각했으면....”

  • 기사입력 2020.03.03 22:05
  • 최종수정 2020.09.13 22:12
  • 기자명 고명훈 기자
김범석 쿠팡 대표이사 (사진출처=쿠팡)
김범석 쿠팡 대표이사 (사진출처=쿠팡)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사태가 확산되면서 온라인 주문이 폭주하자 배송업체 특히 쿠팡은 때아닌 호황을 누리고 있다. 하지만 쿠팡은 이런 상황에서도 감염병에 무방비로 노출된 쿠팡맨들을 위한 안전대책을 마련하기 보다 ‘고객이 없다면 쿠팡맨이 존재할 이유가 없다’며 쿠팡맨들에게 상실감과 무력감을 선사하고 있어 노사간의 갈등을 유발하고 있다.

◆ 김범석 대표이사가 보낸 한 통의 응원편지에 ‘격앙’된 쿠팡맨들

최근 쿠팡이 비상체제에 돌입하면서 김범석 대표는 쿠팡맨들에게 한 통의 편지를 보냈다.

​편지에는 “국민들이 불요불급한 접촉을 줄이는데 쿠팡맨들이 기여할 수 있다면 그만큼 바이러스와의 싸움에도 도움이 되고 결국은 우리 고객과 우리 가족 나아가 한국 사회 전체에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중략) 쿠팡이 있는 유일한 이유는 고객이다. 그 고객들이 우리를 찾고 있다. 고객이 필요할 때 그 옆을 지킬 수 없다면 우리는 존재할 이유가 없다. 지금 이 순간에도 묵묵히 자리를 지켜주고 있는 여러분 모두가 이 어려운 시기의 숨은 영웅들이다“라고 씌여 있었다.

​이에 쿠팡맨들은 편지의 진위여부에 설왕설래하고 있다. 어느 쿠팡맨은 “대표가 격려하려고 보낸 건지, 위협하려고 보낸건지 모르겠다”며 “배송물량이 폭주하고 점염병으로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쿠팡맨들의 안전보장과 처우개선에 대한 내용이 전혀 없어 진정 쿠팡맨들을 영웅처럼 생각하는 건지 의구심이 든다”고 전했다.

◆ “시골사람처럼”이라니...쿠팡맨 하대하는 사측의 태도 논란

(사진출처=환경경찰뉴스)
김범석 쿠팡 대표이사는 쿠팡맨에게 편지를 보내 코로나19 사태때 쿠팡맨들이 힘쓸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사진=환경경찰뉴스)

이뿐만이 아니다. 쿠팡맨들을 하대하는 회사 관계자들의 태도 또한 논란이 크다.

​지난 28일 방송된 MBC '나 혼자 산다'에는 택배 일을 하는 김형준의 모습이 그려졌다. 쿠팡 트럭을 타고 배송하는 정직원 '쿠팡맨'과는 달리 김형준은 아르바이트 개념의 '쿠팡플렉서'다. 김형준은 이날 방송에서 과거 화려했던 연예인으로서의 삶은 온데간데 없이, 흔한 택배 아르바이트생의 일상을 보여주며 시청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그러나 이날 촬영준비를 위해 쿠팡플렉스는 쿠팡맨을 하대하는 듯한 태도의 주의사항을 공지해 빈축을 사고 있다. 해당 공지에는 쿠팡맨들을 빗대어 “시골사람처럼 어슬렁거리지 말라”, “밝게 인사는 필수” 등 무잘라 먹듯 하대하는 식의 표현들이 난무했다.

​이후 이사실은 직장인 앱(APP) 블라인드 게시판에까지 올라와, 쿠팡에 대해 비난을 쏟는 직원들이 하나, 둘늘고 있다.

​불만을 표출한 쿠팡맨들은 “회사의 뜻은 알겠으나 ‘시골사람’, ‘어슬렁’ 이란 단어를 사용해 공지하는 마인드 자체가 관리자들이 직원을 얼마나 우습게 보고 있는 지 알 수 있어 서글프다”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이왕이면 ‘촬영장이 붐빌 수 있으니 안전사고 대비를 위해 촬영현장 방문을 자제해 주세요’라던가 ‘외부 인사가 방문할 시 밝은 목소리로 환영인사를 해주세요’라고 충분히 표현할 수 있음에도 비하발언을 서슴없이 사용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인사필수’라는 단어에서 충성을 강요하는 갑질이 느껴진다고 비판했다.

​이는 직장인들 사이에서도 큰공분을 사고 있다. 그러나 쿠팡은 현재까지도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본지와 통화한 쿠팡 관계자조차 “전할 말이 없다”가 전부였다. 적어도 자 기업을 대변하는 홍보실 관계자인데, “알아보고 있다”라는 정도의 답변조차 않했다.

​이러다보니, “언론을 통한 이미지 홍보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비난의 말도 나온다.

​지난달 28일 쿠팡노조는 “회사측이 비상체제 돌입에 대한 긍정적 기사와 ‘고객들에게 과자를 받은 사진’을 기사로 유포해 쿠팡에 대한 이미지 개선에만 몰두하고 있다”며 “쿠팡의 입장은 '소비자들의 평가'가 최우선이고 쿠팡맨들은 그저 '배송인력'에 불과했으며 배송운영에 차질이 없도록 배송인력을 확충하는데만 바빠 보였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언론을 통한 쿠팡의 브랜드 이미지 개선보다 쿠팡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처우를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며 “소비자가 감동하는 서비스가 중요한 만큼 그 서비스를 만드는 노동자들이 감동하는 일터를 만들라”고 촉구했다.

(사진출처=쿠팡 공지글 갈무리)
(사진출처=쿠팡 공지글 갈무리)

◆코로나 사지로 몰아넣고 확진자는 임금의 70%만 지급?

아울러 쿠팡은 지난달 21일부터 당분간 모든 주문물량에 대해 ‘비대면 언택트 배송’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코로나 사태로 늘어난 배송물량 만큼, 신속성을 위해 집까지 전달하지 않고, 문 앞에 놓고 가는 방식이다.

​이에 지난달 23일 쿠팡 노동조합은 “쿠팡은 배송방식을 ‘비대면 언택트 배송’으로 바꿨지만 이것은 소비자들만 생각한 방식이다”라고 지적하며 “코로나19로 노출된 일터에서 일하는 쿠팡맨의 불안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일부캠프에서는 심지어 쿠팡맨 중 의심환자가 발생했다는 이야기가 돌고 있다. 이런 불안감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첫 번째로 마스크 착용, 소독, 체온 검사를 철저히 할 뿐 아니라 쿠팡에서 코로나19 대응으로 검토 중인 사안, 계획 등을 쿠팡맨이 잘 알 수 있도록 소통채널을 우선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리고 “질병관리본부에서 보고하고 있는 확진자들의 이동경로, 영향권은 배송운영을 최소화하는 방침을 고려해야 한다”며 “더불어 쿠팡맨의 자가격리 신청, 소독이 되지 않은 배송물품/차량 등을 교체요청하거나 사용을 거부했을 경우 적절히 요구대로 이행이 될 수 있도록 운영방침을 만들어야 한다”고 전했다.

​실제로 쿠팡맨 A씨는 “전염병에 노출되는 근무환경도 문제지만 만약 코로나19 의심증상이 있어 검사할 경우, 음성이면 근무를 쉰 만큼 무급휴가이며 양성으로 판정받으면 임금의 70%만을 지급받는다”라며 “이러한 사측의 방침 때문에 의심증상이 발생해도 마음놓고 검사를 할 수 없는 형편이다“라고 호소했다.

​더구나 “회사는 3월에 들어서면서 인센티브 제도를 강화했다. 기본물량을 완수하고 그 기본물량 외의 배송물량에 인센티브를 주는 제도인데 최근 기본물량이 평균 140~145건에서 200여건으로 늘어나 인센티브를 받을 수도 없는 형편이다. 기본물량을 배송하기도 힘든 상태에서 인센티브를 받는 것은 그야말로 하늘에 별따기다”라고 전했다.

​이러한 기본물량 증가로 인한 애로사항은 특히 대구경북지역이 더했다.

​지난달 20일 배송물량이 급증하면서 쿠팡 측은 대구 지역 쿠팡맨의 출근시간을 9시 30분에서 10시로 변경했다. 이로 인해 오후 8시 30분까지이던 퇴근 시간이 9시로 바뀌었다.

​회사측은 출근시간이 늦어진 것에 대해 물량 증가로 간선 상·하차 혹은 소분완료 시간이 딜레이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지만 쿠팡맨들의 입장은 달랐다.

​쿠팡맨들은 “대구지역 캠프는 그 전부터 조기출근 분위기가 형성돼 왔으며 출근시간을 늦추면서 사실상 전체 근무시간이 늘어났다”고 주장했다. 더구나 평소보다 배송물량이 급증하면서 쿠팡맨들은 배송물량을 맞추기 위해서는 기존의 출근시간에 나올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쿠팡 노조도 “정상적으로 출근해서 법적으로 보장된 휴게시간을 지키며 일할 수 없는 시스템이다. 상대평가 시스템이라 정해진 시간만 일하면 하위 점수를 받고 몇 년이 지나도 월급이 인상되지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쿠팡맨들은 “회사는 호황이라고 하지만 정작 근로자들은 전염병의 위험속에서 업무는 배로 가중돼 즐겁게 일할 수 없는 분위기다”라고 토로했다.

​환경경찰뉴스 고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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