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사태 '코드블루' : 세상을 위협하는 바이러스] 모기를 통해 전염되는 지카바이러스 (9)

증상 심각하지 않고 사망률도 낮아
임산부에게 소두증 태아 유발하는 위험도 도사려
아직 백신 개발되지 않고 각국 예방과 방역에 힘써

  • 기사입력 2020.04.23 20:50
  • 최종수정 2020.09.14 15:12
  • 기자명 고명훈 기자
(사진출처=픽사베이)

지카바이러스(Zika virus: ZIKV)는 1947년 아프리카 우간다의 지카숲에서 사는 한 원숭이에게서 처음 발견됐다. 주요 전염원은 뎅기열, 치쿤구니야열 등 열성 질환을 유발하는 이집트숲모기(Aegis aegypti)이다. 본래 지카 바이러스는 아프리카와 동남아시아의 풍토병이었으나 2007년 경 태평양 폴리네시아로 전파됐다. 증상이 가벼워 심각한 질병이라 생각하지 않았고, 지카 바이러스 감염 사례도 이후 57년 동안 잠잠했다.  1950년대 초반에서 1980년대 중반까지 지카 바이러스는 중부 아프리카인 우간다에서 중앙아프리카 공화국으로, 그리고 나이지리아와 서아프리카로 세력을 뻗어 나갔다. 그리고 1960년대를 전후해 인도,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태국, 베트남, 파키스탄을 포함한 동남아시아 지역으로까지 세력을 넓혔다. 

지카 바이러스는 2007년 이후 태평양을 횡단해 불과 3년여만에 남아메리카 전체를 집어 삼켰다. 브라질에 지카 바이러스가 유입된 것은 벌써 2013년의 일이지만 본격적으로 유행이 심화된 것은 2015년에 들어서다.

지카 바이러스의 심각성은 브라질의 역학 연구에서 드러났다. 지카 바이러스 유행 지역에서 소두증, 즉 두부 및 뇌가 정상보다 작은 선천성 기형을 가지고 태어나는 신생아가 늘어났다는 보고가 나왔다. 임신 초기 6-32주 사이에 일어나는 지카 바이러스 감염이 조기 유산, 및 태아 사망과 연관이 있을 가능성이 제기돼 충격을 주었다.

지카 바이러스의 치료제는 현재 없다. 단지 증상을 완화하는 데 집중하어 있다. 따라서 지카 바이러스의 전파를 조기에 예방하고 통제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노력은 현재 지카 바이러스 전파의 주요 경로인 모기에 물리는 것을 예방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임신 중이거나 임신 예정인 여성이 지카 바이러스 고위험 지역으로 여행하는 것을 자제하도록 권고하는 것, 유행 지역 방문시 모기 기피제와 모기장을 사용하고, 소매가 긴 옷을 입고, 살충 처리된 옷을 입도록 권고하고 있다. 

문제는 지카 바이러스 연구가 부족한 탓에 진단이 어렵다. 지카 바이러스의 임상 증상은 발진, 고열, 관절통, 두통 정도의 경미한 증상으로 기타 감염성 질환과 구별하기가 매우 어렵다. 심지어 감염된 사람들 중 80% 가량은 무증상으로 지나간다. 이 때문에 확진을 위해서는 항체 검사나 유전자 검사 같은 상대적으로 복잡한 분자생물학적 기술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현재 사용되는 항체 검사는 기존에 감염되었던 뎅기 바이러스 등의 항체와 교차 반응이 일어날 수 있어 오진의 가능성도 높다. 현재 가장 정확한 진단 기법은 플라크감소중화시험법이나, 손이 많이 가고, 바이러스를 직접 다뤄야 하는데다, 일주일 이상이 걸리기 때문에 광범위하게 적용되기 어렵다. 

그리고 가장 큰 문제점은 지카 바이러스의 변이이다. 이 바이러스의 행동양상을 변하게 하는 가장 큰 요인은 기후변화다. 2015년은 기후 관측 136년 역사상 가장 더운 해로 기록되었다. 특히 2015년의 엘니뇨가 극심했던 해로 기록되어, 남반구는 2015년 하반기 기록적으로 더운 겨울과 봄을 경험했다. 더불어 남아메리카 북동부는 엘니뇨의 영향으로 심각한 가뭄을 겪기도 했다.

지카 바이러스는 주로 모기를 통해 전파된다. 따라서 기후변화가 모기의 행동에 영향을 주면, 이는 결국 지카 바이러스 유행 양상의 변화를 일으키게 된다. 연평균 기온 상승으로 모기의 활동 시간과 영역이 늘어난다. 평균 기온이 높아지면 바이러스의 증식도 영향을 받는다. 가뭄도 모기의 활동과 번식에 영향을 준다.

미래에도 기온 상승과 기후변화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현재 유행 초기에 잡지 못하면 토착화되거나 계속해서 번져나갈 위험이 있다. 게다가 기후 변화 영향으로 계절 및 기온 저하에 따른 유행의 감소를 무작정 바라기에도 어려운 상황이며, 계절적 유행 양상의 변화를 과거처럼 예측하기도 더욱 힘겨워졌다.

그리고 서아프리카 에볼라 사태, 그리고 한국의 메르스 사태에서도 드러났지만 지난 세기의 인수공통감염병 유행과 21세기의 인수공통감염병 유행 양상은 상당히 다르게 전개될 전망이다. 세계 경제의 통합과 노동 유연화, 국가 내 분쟁의 증가, 교통 수단의 발달 등으로 인한 인구 이동의 증가는 감염병이 더 많은 인구 집단과 손쉽게 만날 수 있게 해주었다. 교역량 증가는 매개체가 될 수 있는 모기 종들을 기존 서식처에서 새로운 대륙으로 대량 수송했다.

전세계적 기후변화는 모두가 감당해야할 부채이자 위험이지만, 동시에 빈곤한 지역에 가장 큰 위협을 가져다준다.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모기를 방제할 만한 사회보건 체계가 부족한 곳, 주거환경 개선을 통해 집 안으로 유입되는 모기를 막기 어려운 곳, 신속하고 빠른 진단과 치료가 불가능한 지역들에서 지카 바이러스는 세력을 키워가고 있다.

이에 세계 각국의 보건당국은 지카바이러스의 백신 개발과 치료제에 집중하고 있으며 유행국가 여행자제 및 방역수칙 권고에 애를 쓰고 있다. 

환경경찰뉴스 고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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