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하 변호사가 전하는 사법단상] '환불 불가 숙박' 상품 취소 시 '전액 환불 불가' 조항, 유효할까

법원, “환불 불가 상품을 취소한 고객이 전액 환불 받지 못하더라도 과한 불이익이 아니다” 판단
전액 환불 불가 조항 전반에 일률적으로 적용되는 것은 아니야...다른 사안에선 법원 판단 다를 수 있어

  • 기사입력 2020.05.28 21:06
  • 기자명 김선하 변호사

부킹닷컴, 아고다 같은 여행상품 중개 플랫폼들을 둘러보다 보면 통상의 상품들보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상품들이 눈에 띄곤 한다. 바로 '환불 불가 숙박' 상품들이 그것이다. ‘환불 불가 숙박’ 상품은 예약과 동시에 결제하는 상품으로, 한번 예약이 끝난 뒤 취소하려면 숙박 예정일이 얼마나 남았든지 결제액 전액을 취소 위약금으로 보아 환불 되지 않으며, 보통 환불이 가능한 상품들보다 가격이 저렴한 것이 특징이다.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한 번쯤 '환불 불가 숙박' 상품을 구매해보았을 것이다. 그리고 구매자들이라면 한번쯤 '전액 환불 불가' 조항이 부당하다고 느꼈을 것이다.

그런데 법적으로도 정말 부당한 것일까.

최근 여행상품 중개 플랫폼 중 하나인 부킹닷컴이 제공하는 '전액 환불 불가' 조항이 유효한지에 관한 법원의 판결이 있어 살펴보고자 한다.

공정위가 부킹닷컴의 환불 불가 조항에 대하여 내린 시정명령에 대하여 부킹닷컴이 "우리는 약관법의 규율대상인 '사업자'가 아니며, 환불 불가 상품은 환불 가능 상품보다 할인된 최저가로 판매되기 때문에 고객에게 부당하게 과중한 손해배상 의무를 부담시키는 약관 조항이라 할 수도 없다"며 제기된 시정명령 취소소송에 대한 판결이 바로 그것이다.

아무리 환불이 불가하다는 조건으로 숙소를 예약했어도 숙박 예정일이 얼마나 남아있는지와 관계없이 전액을 위약금으로 환불해 주지 않는 것이 소비자에게 과도한 손해배상 의무를 지게 하는 것은 아닐까. 숙박 예정일이 많이 남아 있다면 일단 고객에게 환불해준 뒤 상품을 다시 팔면 손해가 거의 없는 것이 아닐까.

이에 대하여 법원은, “환불 불가 상품을 취소한 고객이 전액 환불 받지 못하더라도 과한 불이익이 아니다” 고 판단하였다.

법원은 환불 불가 상품을 산 사람들은 일정을 미리 확정해 취소 가능성이 낮은 고객들이고 실제 개인적 사정으로 환불 불가 숙박을 취소한 사람보다 할인을 받아 저렴하게 서비스를 이용한 고객이 훨씬 많다면서 "손해배상 예정액이 과한지 판단하려면 고객이 얻는 이익도 고려해야 할 것"이라는 점, “부킹닷컴이 전 세계적으로 환불 불가 조항을 제공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만 이를 없애면 오히려 미리 계획을 세워 싸게 여행을 떠나려는 고객들의 선택권을 박탈할 수도 있다”는 점, “고객들이 환불 불가 상품을 구매할 때 4번 정도 ‘취소 시 전액 위약금을 내야 한다’는 내용을 고지 받는다”는 점을 주요하게 고려하였다.

나아가 법원은, 부킹닷컴이 ‘중개자’일 뿐 직접 숙박 계약을 맺는 계약 당사자가 아니라고 보았다. 약관은 계약 당사자 사이에 적용되는 것인데, 부킹닷컴은 예약 플랫폼만 제공할 뿐이므로 환불 불가 상품 구매 시 전액 환불 불가를 내용으로 하는 약관은 부킹닷컴과의 문제가 아니라 숙박업체와 고객의 문제라고 보아 숙박업체가 아닌 부킹닷컴에 내린 공정위의 시정명령 자체가 위법하다고도 판시하였다.

공정위는 대법원 상고를 계획하고 있고, 부킹닷컴과 같이 시정명령을 받아 유사한 소송을 진행 중인 '아고다'와 공정위의 소송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아, 법원이 다른 사건에서 또 어떤 판단을 하게 될지, 종국적으로는 어떻게 최종 결론이 날지 귀추가 주목된다.

위 법원의 판결은 여행상품 중개 플랫폼의 환불 불가 상품에 대한 전액 환불 불가 조항에 대한 판단이므로 전액 환불 불가 조항 전반에 일률적으로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다른 사안에서의 전액 환불 불가 조항의 유효성 판단은 각 사안들이 가지고 있는 여러 가지 요소들을 고려하여 개별적으로 판단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고, 다른 사안에서는 법원이 다른 판단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김선하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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