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사태 '코드블루' : 세상을 놀라게 한 해상사고] 해양 플랜트 파이퍼 알파 화재 사건 (5)

석유 생산 플랫폼, 가스누출 사고 폭발...안전장치가 다시 구비,개선되는 결정적인 계기 돼

  • 기사입력 2020.06.07 15:36
  • 최종수정 2020.09.14 11:49
  • 기자명 고명훈 기자
(사진출처=픽사베이)
(사진출처=픽사베이)

파이퍼 알파 화재 사고는 1988년 7월 6일 발생했으며 구조원 2명을 포함한 167명이 사망했다. 파이퍼 알파는 북해에서 다량의 석유와 천연가스를 생산하기로 유명했던 해양 플랜트로 한 자리에 고정되어 움직이지 못하는 해상 기지 건물이다.

파이퍼 알파는 옥시덴탈 페트롤리움사에서 조업한 북해의 2만톤짜리 석유 생산 플랫폼으로 24시간 가동되며 240여명의 노동자가 일하고 있었다. 1976년 가동을 시작했으며, 천연가스 생산도 할 수 있었다. 또한 애버딘에서 176km 떨어진 지점에서 석유를 뽑아 올리고 생산하여 북해의 석유 생산량과 천연가스 생산량 중 10%를 차지하기도 했다.

이 해상 기지는 철 구조물의 반 이상이 바다에 잠겨있는데 시속 185km의 해풍과 30m 높이의 파도도 견디도록 견고하게 설계되었다. 전체 높이는 해저에서 230m로 자유의 여신상의 2.5배 크기로 거대한 위용을 자랑하기도 했다.

4개의 모듈로 구성된 생산갑판에서 석유를 가공했는데 모듈 A에서는 해저에서 석유를 끌어 올렸고, 모듈 B와 C에선 석유와 가스를 가공하고 모듈 D에는 전력발전기가 설치돼 있었다. 그 위에는 노동자들을 위한 식당과 매점, 세탁실, 창고 등이 있어 작은 해상도시라고 불리기에도 부족함이 없었다.

1988년 7월 6일 12시경 근로자 2명이 생산갑판에서 안전밸브를 푸는 작업을 시작했다. 이 작업은 정기적인 작업이었으며 오후 6시 교대때까지 마무리 작업을 하기로 한 상태였다.

그런데 오후 6시가 돼서도 작업이 마감이 되지 않았다. 근로자들은 어쩔 수 없이 야간 작업을 진행 해야 했다. 연결된 펌프를 닫고 야간 근무자 62명이 투입돼 작업에 돌입했다.

그러던 중 오후 9시 45분경 느닷없이 비상경보가 울리기 시작했다. 모듈B LPG펌프 쪽에서 발생했는데 당시 이런 경보가 자주 울리다보니 근무자들은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무시했다.

그런데 펌프를 정비하고 재가동 했지만 이상하게 재가동이 되질 않았다. 가스는 계속 차오르고 저장탱크가 꽉 차기까지 30분도 안남은 상황이었다. 급기야 보안시스템은 기지 전력을 중지했고, 기지의 전기가 나가 석유생산이 중단될 상황이었기에 재빨리 막아야 했다.

하는수 없이 A 펌프를 사용하기로 했다. 문제는 A 펌프는 안전밸브가 분리된 상태였는데 밸브와 펌프는 서류를 따로 관리하고 있었다. 이에 관련 서류에 대해 자세히 숙지하지 못한채 안전밸브가 분리된 펌프를 사용했다. 그나마 안전밸브 대신 점검당시 뚜껑으로 막고 나사를 조이긴 했으나 렌치가 아닌 손으로 조인상태여서 느슨하게 조여진 상태였다.

A펌프를 작동하자 느슨하게 조여진 뚜껑으로 엄청난 양의 LPG가 새어나오고 가스누출 경보가 하나둘씩 울렸다. 그리고 폭발이 시작됐다. 그 자리에서 근로자 2명이 숨지고 컨트롤룸이 파괴되었으며, 휴게실에 있던 근로자 대부분이 사망했다.

또한 방화벽이 파괴되면서 파편이 날아가 모듈 B의 파이프를 강타해 파이프가 손상을 크게 입었다. 이후 모듈 B의 탱크에 있던 55톤의 원유도 타오르기 시작했다.

폭발로 전등이 나가고 터빈이 꺼지자 작업반장은 비상정지버튼을 누르고 통제실을 빠져나왔다. 밸브가 자동으로 닫히고 오일관과 가스관이 막히고 전력발전기가 꺼졌다. 문제는 폭발로 중앙경보제어장치가 망가져 경보가 안울렸다는 것이다.

오후 10시 경에 근로자중 일부가 밧줄을 난간에 묶은뒤 바다에 뛰어들기 시작했다. 근로자 또 다른 일부는 기지 측면의 구명보트와 근처 송유관을 설치하던 배의 구명정을 타고 탈출했다. 화재로 인해 보트로 갈수 없었던 근로자들은 평소 비상시에 모이던 매점으로 뛰어 갔다. 매점 바로 위에는 헬기장이 있어 구조헬기가 오면 구조될 수 있으리라 이들은 믿었다. 하지만 불행히도 불길이 너무 강해 구조헬기는 내려 올수가 없었다.

모듈 B의 원유가 타면서 아래로 떨어졌고, 잠수부들이 발 아프지 말라고 깔아뒀던 고무매트에 불이 붙어 매트 바로 위의 120기압의 수송관을 달구기 시작했다. 수송관은 열을 버티다 못해 부서지고 고압가스 30톤이 분출되면서 오후 10시 20분에 또 다시 폭발이 일어났다.

10시 30분, 매점을 빠져나온 인부들은 강철 창고로 대피했고, 비계공 중 한명은 세탁실을 통해 밖으로 나와 바다에 뛰어내려 기지 다리를 붙들고 있다가 구조되었다. 한편 다른 구조정도 6명을 구조하지만 파이퍼 알파의 파편에 걸려 움직이지 못하게 됐다.

오후 10시 50분에 또 다시 폭발이 일어났다. 파편은 800m까지 날아갔고, 1.5km 거리에 떨어진 선박에서도 폭발을 느낄 정도였다. 구명정도 화염에 휩싸이자 구조대원과 생존자들은 구명정을 버리고 탈출했다. 한편 폭발로 벽면이 날아가자 강철 창고에 있던 이들이 구멍으로 탈출하고 지나가던 구명정 덕에 살아남았다.

이후 11시 20분, 다시 폭발이 일어났다. 폭발로 기지에 고정된 크레인이 떨어지고 데릭이 망가졌으며 생활관이 떨어져나가 가라앉아서 안에 있던 81명의 인부들이 사망하고 해저 145m에 가라앉는다. 이후 전체적인 해상 기지는 무너져 내리고 동쪽으로 기울었다. 남은건 모듈 A 뿐이었다.

228명의 인부중 165명이 사망했고, 구조대원 2명이 사망했다. 살아남은 근로자들은 전부 위험을 무릅쓰고 바다로 뛰어든 이들이었다.

사고 발생 후 해상기지를 소유한 옥시덴털 페트롤리움사가 유족들에게 보상을 해야했다. 다만 형사처벌은 증거가 불충분해 받지 않았다.

조사도중 정보전달의 미흡, 부족한 비상구, 소화펌프 안전시스템의 부족, 약한 방호벽등이 지적됐다.

이 사고로 인해 전세계의 해양기지와 시추선에 안전문제가 거론되었고 안전장치가 다시 구비되고 개선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환경경찰뉴스 고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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