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단독]내곡동 그린벨트 해제구역 헌인마을, 우리은행 PF대출 일으킨 공모자들③

육영재단 소유의 '헌인마을'미끼로 한 재개발 비리
다시 움직인 우리강남PFV PF대출…"15년 전 답습"
우리강남PFV 대주단에 무등록 대부업체까지 가세
불특정 조합원에게 지급된 1억 원의 보상금 논란

  • 기사입력 2020.06.08 21:35
  • 최종수정 2020.07.31 22:31
  • 기자명 조희경 기자

최근 헌인마을 도시개발 사업이 재추진되면서 무자격 조합원 약 60여 명에게 1인당 1000만 원짜리 수표 10장씩 1억 원이 살포됐다. 이 돈은 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이 뿌린 돈이기에 논란이 커진다.

비리와 폭력으로 얼룩진 헌인마을 재개발 사업은 15년 만에 재개됐다. 그러나 15년 전 불법이 그대로 자행됨에 따라 석연치 않은 문제점들이 제기되고 있다.

파산된 법인 우리강남PFV가 되살아남에 따라 소멸시효가 완성되어야 할 4000억 원 규모의 채권도 함께 부활했다. 파산의 주범들이 공모했다는 의심이 불거진다.

(사진=환경경찰뉴스 유튜브 영상화면 갈무리)
(사진=환경경찰뉴스 유튜브 영상화면 갈무리)

◆도시개발 프로젝트 미끼로 한 권력게이트와 금융기관 공모 의혹

헌인마을도시개발 사업은 한센인들의 자립을 위해 살던 촌락을 2~3층 규모의 최고급 주거타운으로 짓기 위해 계획됐지만, 이는 허울 좋은 명분에 불과했다.

당시 육영재단을 강탈하려 했던 박근혜의 보좌관 정윤회는 100여 개에 달하는 한센인단체인 한빛복지협회 회장 임두성과 헌인마을 회장이자 한빛복지협회 중부지회장직을 맡은 故김00, 그리고 부동산 개발업자 아르웬의 대표이사 황00 등에게 지시, 공모해 이를 빌미로 우리은행 등 금융기관을 움직였다.

헌인마을 도시개발 사업 비리에 연루된 관련자 대다수는 혐의를 피해나갔고, 박근혜와 최순실 또한 이 부분에 대한 재판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황희 의원실 김순구 보좌관은 “헌인마을은 정윤회를 중심으로 한 ‘권력형 게이트’가 도시개발 사업을 미끼로 1000억 원이 넘는 돈을 착복한 사건이었다”라며 “그러나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하고, 최순실 씨의 집사 데이비드 윤만 네덜란드에서 이 사건 혐의를 받아 재판을 받았을 뿐 국내에서는 수사에 좀처럼 진척이 없던 사건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특히 사건의 주범인 정윤회는 아직도 민간인 신분으로 활보를 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해야 한다고”고 덧붙였다.

더욱 끔찍한 사실은 이 사건 관련자인 정윤회씨 친척으로 알려져있는 정용회는 박지만을 감시하기 위해 붙인 수행 비서였지만, 후에 이 사실이 들통남에 따라 16년 돌연 잠적하고 현재까지 실종된 상태다. 정 씨는 실종 직전, 자식처럼 키우던 애완견 입에 재갈을 물린 사진을 카카오톡 메신저 프로필로 바꿨다.

정윤회를 주변으로 한 육영재단 강탈 사건 관련 인물들은 의문의 죽음을 맞이했다. 권력형 게이트와 연관된 자들이 불미스러운 일로 살해 및 자살, 실종됐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사진=환경경찰뉴스 유튜브 영상화면 갈무리)
(사진=환경경찰뉴스 유튜브 영상화면 갈무리)

◆PF대출 공모 당사자인 ‘우리은행’의 불법적인 전행 가담 논란

2006년 헌인마을 도시개발 사업의 금융주선 기관이었던 우리은행은 당시 자본금 5000만 원 규모의 소규모 시행사였던 아르웬 황00 대표이사와 故김00 헌인마을 도시개발 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 회장, 삼부토건, 동양건설산업 등과 불법 PF대출을 하기로 공모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당시 금융주선 기관이었던 우리은행은 헌인마을 도시개발 사업과 관련해서 불법적인 지분 쪼개기에 적극적으로 가담했고, 허위토지매매계약을 묵인한 뒤 3900억 원의 대출을 실행해 자금 관리자로서 지위를 이용해 허위, 과다지출 사업비를 결제하는 등 자금관리 실패로 사업이 중단되는 사태를 유발한 당사자로 지목된다.

이와 관련 본지는 우리은행과 우리투자증권은 헌인마을 도시개발 사업협약을 맺기 이전부터 도시개발 시행대행 업무를 맡은 아르웬과 사업자금 자금조달 확약을 맺어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추진해왔음을 확인했다.

2006년 2월 22일 우리투자증권은 아르웬에 사업자금(토지대금)조달 확약을 했고 한 달 뒤인 3월 22일 우리은행과 우리투자증권은 사망한 故김00 추진위 위원장에게 자금조달 확약과 관련한 일련의 문서들을 첨부했다. 첨부된 문서에는 우리투자증권의 사용인감계 1부와 법인 인감 증명서 2부(우리은행 포함)도 포함돼 있었다.

이때는 삼부토건, 동양건설과 사업협약을 맺기 하루 전날이었다.

우리투자증권이 故김00 추진위 위원장에게 제출한 사용인감계에는 사용 용도와 사용팀 점명에 대해 ‘헌인마을 내곡동 도시개발 사업 자금조달 확약서’와 ‘부동산개발팀’이라고 명시했으며 날짜 표시란에 법인인감이 찍혀 있었다. 이 사용인감계는 법인인감 대신 사용하는 인감을 증명하는 문서로 유효기간은 2006년 3월 한 달로 정하고, 날짜는 공란처리했다.

우리투자증권의 사용인감계가 추진위에 제출된, 다음 날인 23일 우리은행은 참여 시공사인 삼부토건과 동양건설에게 땅 1평 담보로 잡지 않고 채권인수 보증 전부를 서게 한 후 책임 준공까지 떠안기는 계약을 성사시켰고 전날에 제출한 사용인감계를 사용했다. 이는 금융기관이 먼저 나서서 대출을 해 줄 보증인을 내세운 거나 다름없다. 

그리고 5일 뒤 이 계약서를 근거로 우리은행과 우리투자증권은 부동산 개발업자인 아르웬을 토지매입자로 정하고, 추진위와 도시개발 구역 내 토지 전부를 매입하는 대출약정을 체결했다. 토지 소유자의 3분의 2 이상, 토지 면적의 3분의 2 이상 매매계약 체결 시 45일 이내 부동산매매대금 총액의 90%를 계약금으로 지급하는 계약이었다. 도시개발 땅 전부를 사는 데 있어서 금융기관이 토지매매대금 100%를 대출해 준 경우는 전례에도 없던 계약이다. 더불어 부동산 개발회사가 땅을 사는데 금융기관이 토지대금 지급보증을 하라는 경우는 상식적이지 않은 일이다.

이후 우리은행으로부터 PF대출을 받는 자금관리 수탁법인 우리강남PFV가 설립됐다. 그러나 PFV 자본금 요건을 꼼수로 충족시켰다. 무자본 법인을 설립해서 1주당 지분평가 금액을 멋대로 끌어올린 뒤 자기자본을 팔아서 PFV의 자본금 요건인 50억 원을 만들어냈다.

현행법 상, PFV는 특수목적법인에 해당하며 자본금은 최소 50억 원 이상이여야 한다. 또 금융회사인 발기인이 반드시 지분 5% 이상을 출자해야 한다.

그러나 06년 4월 11일에 설립된 우리강남PFV는 자본금이 없던 회사였고 우리은행으로부터 자금관리를 받는 아르웬이라는 부동산 시행사가 지분의 93%를 보유한 최대주주였다. 이런 식의 지분 구조를 만들어놓고 아르웬은 법인이 설립된 당일 날, 보유 지분 93% 중 51%를 삼부토건과 동양건설에 각각 25.5%씩 총 330억 원에 팔아 후에 자본금 50억 원을 납입했다. 우리투자증권 또한 우리강남PFV가 무자본 법인일 때 지분을 취득해서 5%도 출자하지 않고 발기인이 됐다. 우리강남PFV는 이로부터 한 달뒤인  06년 5월 23에서야 자본금 요건이 충족돼 법인에서 PFV로 전환할 수 있었다.

이제 남은 일은 우리강남PFV에 PF대출을 실행하는 과제였다. 그럴러면 사업계약서대로 헌인마을 도시개발 구역 내 토지 전부를 사야한다. 그러나 주민 전부가 이에 동요하지 않아, 땅을 판다는 주민들만 개별적으로 만나 계약을 추진했다. 원칙대로라면 토지 전부를 매입하는 계약서가 우리은행에 제출돼야만 PF대출이 실행될 수 있다.

이 바람에 헌인마을에서는 땅을 팔지 않는 주민들에게 폭력적인 방법도 동원됐다. 단 몇 필지의 땅만으로도 지분 쪼개기해서 주민이 아니었던 사람들을 명의만 빌려 위장 조합원으로 만들거나 땅을 판 주민들도 무자격 조합원으로 만들어 그 수가 200명에 이른다.

75명 명의의 초유 재산인 마을 공동 토지도 단 10명이 모여 허위 회의록을 만들어 PFV에 매각하고, 교회도 교인들의 동의를 받지 않은 상태에서 매매계약을 체결하는 등 불법적인 방법을 동원해서 허위로 꾸민 일이 비일비재했다.

우리은행이 이처럼 헌인마을 PF대출에 이상하리만큼 집착하면서 황영기 전직 우리은행 행장과 황00 아르웬 대표와의 관계도 수상쩍게 보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헌인마을 주민 몇몇에 의하면, 황 대표는 황 전 행장과 친척 관계라고 과시했다.

(사진=환경경찰뉴스 유튜브 영상화면 갈무리)
(사진=환경경찰뉴스 유튜브 영상화면 갈무리)

◆ 답습되는 헌인마을 도시개발 비리, 1억 원의 금품 살포 논란

결국, 헌인마을 도시개발 사업은 검은 돈들이 오고 가는 사업으로 전락하며, 좌초됐다.

우리강남PFV는 불법을 동원한 부실대출로 인해 파산했고, 모든 채무의 부담을 떠안은 삼부토건과 동양건설은 법정관리를 맞았다.

우리강남PFV는 헌인마을 토지의 전부가 매입되지 않은 상태에서 삼부토건과 동양건설 2회사가 모든 채무의 부담을 끌어안았다. 2011년 2회사가 법정관리 위기를 맞은 시기에는 2000억 원이 넘는 ABCP(기업어음)를 감당하지 못해 파산했다.

동양건설의 옛 협력업체 대표였던 A씨는 “건실했던 동양건설이 무너진 건 헌인마을 도시개발 프로젝트 때문이었다”라며 “동양건설은 헌인마을 도시개발 구역 내에 2~3층 규모의 주거 타운이 아닌 7~8층 높이 아파트를 건설할 계획을 가지고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A씨는 “그러나 후 순위 부채의 기업어음 만기가 돌아오는 시점까지 사업업종 변경 인허가가 나지 않아, 회사가 위기를 맞은 것이다”라며 “그 충격으로 동양고속건설 창업주 최 회장은 별세했다”라고 전했다.

이어 A씨는 “보통 건설업에서 사업업종을 변경하는 일이란 특정 권력에 받치는 로비를 뜻한다”라며 “헌인마을 도시개발 프로젝트는 권력이 개입돼서 움직인 사업이라고 100% 확신한다”라고 꼬집었다.

그러나 15년간 표류해 온 헌인마을의 도시개발사업은 최근에 다시 삽을 푸기 시작했다. 우리은행과 대주단이 가지고 있던 우리강남PFV의 선 순위 채권은 지난해 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이 1550여억 원에 매입했으며 남아있던 900여억 원의 후 순위 ABCP(기업발행 어음)도 어퍼하우스헌인이 매입했다.

도시개발사업 업무대행사도 황00 아르웬 대표에서 6촌 동생인 황00이 맡은 헌인도시개발타운으로 변경됐다. 현재 두 사람은 서로 사업권을 놓고 첨예하게 다투는 중이다.

이 과정에서 미래에셋대우로부터 자금을 대여해 헌인마을 도시개발 사업을 재추진 중인 헌인도시개발타운은 지난 3월 12일 임시총회를 앞두고 60여 명에게 1인당 1억 원씩을 지급해 금품 살포 논란을 낳고 있다.

본지 기자가 기사를 쓰는 과정에서도 지난 4일 같은 명목의 돈이 27명에게 지급됐다.

4일 헌인도시개발타운으로부터 5600만 원을 받은 B모 조합원은 “1억 원을 준다면서 세금이라는 명목으로 44%를 떼고 5600만 원만 줬는데 이 무슨 돈인지도 모른다”라며 “세금은 받은 사람이 떼는 거지, 준 사람이 떼고 주는 건 아니지 않냐”고 분통을 터트렸다.

이에 미래에셋대우 관계자는 “헌인타운개발은 개별 조합원들 앞 합의금을 지급한 적 없다”라며 “세금 문제는 추진위와 조합 간의 문제다”라고 답변했다.

그러나 미래에셋대우는 임시총회를 앞두고 지급된 1억 원의 돈에 대해서는 “기존에 문의한 것은 검토하고 답변을 준다”고 말했다.

헌인타운개발 황00 조합장도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조합원들에게 지급한 1억 원은 일종의 보상금이다”라며 “구체적인 내용은 헌인타운도시개발을 직접 방문해서 들어야 한다”고 답했다.

하지만 이 관계자는 “1억 원은 미래에셋대우가 준 거냐”는 기자의 물음에 대해 “미래에셋대우가 줬다고 말할 수도 있다”라며 “정확히 말하면 미래에셋대우 포함 대주단이 준 돈이다”고 답변했다.

1억 원의 출처를 놓고 조합원들 사이에서도 공방이 크다. 일부 조합원은 “미래에셋대우가 준 돈”이라고 말하는 이도 있고, 다른 한쪽에서는 “어퍼하우스헌인(신원종합개발)에서 준 돈”이라고 말하는 이도 있다. 두 기업 모두 우리강남PFV의 대주단이다.

어퍼하우스헌인 컨소시엄에는 무등록 대부업체도 포함된다. 자본금 5000만원 규모의 무등록 대부업체였던 어퍼하우스헌인은 신원종합개발의 청담동 사업의 2순위 사업권만 가지고 담보로 해서 상상인저축은해으로부터 200억 원의 대출을 받았다.

이에 상상인저축은행 관계자는 “후 순위 담보만을 가지고 어퍼하우스헌인(전 사명 어퍼하우스대부)에 200억 원을 빌려준 건 아니었다.”라며 “무등록 대부업체에게 돈을 빌려준 것도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그러나 상상인저축은행이 무등록 대부업체에 돈을 빌려준 건 어퍼하우스헌인대부에 보증을 서 준 신원종합개발의 사업보고서 공시자료만으로도 확인된다. 상상인저축은행이 어퍼하우스헌인에 200억 원의 자금을 대여해주고 담보를 제공 날짜는 2018년 11월 13일로 이때는 무등록 대부업체였다. 이후에 ㈜어퍼하우스헌인으로 사명을 변경하고, 업종에서 대부업을 삭제한 것이다.

상상인저축은행은 최근 조국 5촌 조카 조범동과 연루된 코링크PE 연결 회사에 자금을 빌려주면서 서울중앙지검에서 조사를 받고 있다. 더불어 최근 벌어지는 라임의 주가조작 피해 기업들에도 자금을 빌려줘 논란을 낳고 있다.

과거 우리강남PFV에 310억 원을 빌려준 솔로몬저축은행 등 저축은행 3곳도 상상인저축은행에서 인수했다. 솔로몬저축은행 등이 저축은행 사태로 매각됨에 따라 우리강남PFV에 남은 채권은 예금보험공사에서 국민 세금을 들여 사들였다.

이 부분에 대해서도 상상인저축은행 관계자는 “조범동의 수사는 마무리돼 가고 있고 상상인저축은행의 혐의도 조만간 마무리될 것 같다”라며 “라임의 피해 기업들에게 자금을 빌려준 건 어디까지나 돈을 빌려준 거지 개입한 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솔로몬저축은행을 인수한 건 맞지만, 상상인저축은행에서 인수한 건 서울지점이 아닌 경기지점이다”라며 “과거 예금보험공사의 채권인수와는 무관하다”라고 해명했다.

정윤회로부터 시작된 헌인마을 도시개발사업은 최순실을 거쳐 박근혜 대통령까지 지난 10여 년간 이어온 대규모 권력형 비리임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아무도 그 책임을 진 자가 없다.

우리강남PFV가 우리은행으로부터 초기 토지매매대금 3900억 원을 포함 사업비로 PF대출 규모는 총 4270억 원에 달한다. 그러나 이 중 1000여억 원 이상이 중간에서 누군가 착복해서 증발한 상태다. 이 돈은 정윤회가 비자금으로 빼돌려 그 대가로 개발업자 등 관련자들의 뒤를 봐준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우리강남PFV의 사업이 15년 동안 지연되면서 불어난 부채 규모는 이자를 포함해서 총 8000억 원 이상이다. 그러나 우리은행과 대주단으로부터 채권을 매입했다고 주장하는 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은 파산한 우리강남PFV 앞으로 땅을 이전시켜 채권담보액 약 1500억 원을 설정했다. 이중 대출 의혹 등이 제기되며 적잖은 논란을 낳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 미래에셋대우 관계자는 “수익 증권에 설정된 담보를 토지로 변경한 것일 뿐, 이중 대출 거래 의혹과는 무관하다”라고 답변했다.

 

환경경찰뉴스 조희경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관련기사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