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헌인마을 주민들 “서초구청, 삶의 터전 송두리째 빼앗긴 우리를 궁지로 몰아넣어”

무허가 노후, 불량주택 등 밀집 지역에서 반세기 넘게 살고 있는 음성 한센인 주민들
“우리강남 PFV, 15년 넘게 회유와 협박…서초구청은 각종 불법 난무해도 방관”

  • 기사입력 2020.08.05 18:11
  • 최종수정 2020.08.05 20:44
  • 기자명 이재승 기자
(사진출처=환경경찰뉴스)
(사진출처=환경경찰뉴스)

서울 서초구 내곡동에 자리한 헌인마을 주민들이 생존권 보장을 애타게 호소하고 있다. 개발사업대행사로부터 무려 15년 넘게 마을을 떠날 것을 강요받고 있는 것도 모자라 관(官)에서도 주민들의 어려움을 모른체하고 있다는 주민들의 주장이 제기돼 논란은 일파만파 확대되고 있다.

5일 헌인마을 주민대표 김 모씨는 호소문을 통해 이같은 내용을 전했다.

헌인마을은 1960년대 초부터 음성 한센인들이 모여 공동체를 이뤄 생활하면서 생겨난 마을이다. 김 씨 역시 부모님과 55년째 이 마을에서 살고 있는 주민이다.

헌인마을은 공동체 특성상 사회와 등질 수밖에 없었던 우리 주민들은 무허가 노후, 불량 주택 등이 밀집된 열악한 환경에 장기간 노출돼 있었다. 그러던 중 서울시에 정식으로 주택 신축 허가를 신청했고 2004년 서울시는 이를 승인해줬다.

그러나 2년 뒤 상황이 급변했다. 우리강남PFV라는 개발사업대행사가 마을을 찾아오면서부터 말이다. 김 씨는 “우리강남PFV는 수십년 간 살아온 마을에 제대로 된 집을 짓고 살고자 하는 우리들에게 ‘땅을 팔고 떠나라’며 회유와 협박을 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많은 주민들이 마을을 떠나지 않자 우리강남PFV는 살인교사, 방화, 협박 등을 하기 시작했고 나를 포함한 우리 주민들은 15년이 넘도록 불안과 공포, 두려움 속에서 지옥과 같은 삶을 살 수 밖에 없었다”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헌인마을 주민들의 가장 큰 분노를 불러일으키는 곳은 우리강남PFV가 아니라 서초구청이다. 김 씨는 “서초구청이 이들(우리강남PFV)을 궁지로 몰아넣는 불법적인 행태에 더 분노하고 있다”라고 울분을 토하고 있다.

김 씨는 우리강남PFV가 마을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서류상 주민’들을 가짜로 만들었으며 서초구청은 이 가짜주민들에게 집을 지을 수 있는 권한을 줘버렸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사정은 지난해 더불어민주당 황희 의원이 국정감사에서 박원순 당시 서울시장에게 관련 질의를 했고 당시 박 시장은 “사실관계를 확인해 바로 잡겠다”라는 답변으로 해결되는 듯 했다.

이에 서울시가 문제 해결을 위해 올 1월과 2월 총 두 차례에 걸쳐 서초구청 관계자, 헌인마을 주민 대표자들과 협의를 하는 등 문제 해결을 위해 머리를 맞대나가자 우리강남 PFV는 가짜주민들을 없애나가는 듯 했지만 얼마 안가 또다른 가짜주민들을 만들어내 여전히 불법행위를 이어나가고 있으며 서초구청도 여전히 이를 묵인하고 있다고 김 씨는 주장했다.

김 씨는 “우리 주민들은 단 며칠만이라도 집다운 집에서 살다 죽는 것이 소원일 뿐”이라고 애타게 부르짖으며 이같은 불법 행위가 보다 많은 이들에게 알려지도록 꾸준히 활동하겠다고 전했다.

환경경찰뉴스 이재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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