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위기동물 백과사전] 인간의 욕심으로 상처 입은 천산갑의 '경고'

8종 모두 멸종위기종 등급에 해당
중국 등 아시아 일부 지역에서 불법 밀렵·밀매가 성행
코로나19 숙주로 지목된 이후 중국 정부가 나서 불법 매매 금지 조치

  • 기사입력 2020.08.18 16:31
  • 기자명 고명훈 기자
(사진출처=everywherewild)
(사진출처=everywherewild)

유린목 천산갑과에 속하는 천산갑은 몸길이 30∼88㎝, 꼬리길이 35∼88㎝, 최대 무게 30kg에 달하는 포유류 동물로 현재까지 알려진 종은 총 8종이다.

땅에 납작 엎드려 기어 다니는 듯한 귀여운 모습으로 매력을 뽐내는 녀석이다. 가끔은 몸을 동그랗게 말아 딱딱한 비늘 갑옷 속에 숨어 솔방울과 착각하게 만들기도 한다. 평소 두려움을 느낄 때 이같은 행동을 취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세계자연보호연맹(IUCN)의 적색목록에 따르면 천산갑 8종은 모두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돼 있다. 이 가운데 순다천산갑·필리핀천산갑·중국천산갑은 위기 심각(CR) 등급에 해당한다. CR은 야생에서 멸종할 가능성이 대단히 높은 단계로, 멸종 직전의 수준이라고 보면 된다.

그 밖에도 인도천산갑·큰천산갑·나무천산갑은 그 전 단계인 위기(EN) 등급에, 사바나천산갑·긴꼬리천산갑은 그 전인 취약(VU) 등급으로 분류돼 있어 어느 한 종도 멸종 위기에서 안심할 수 없다.

천산갑이 최근 다시 주목을 받게 된 건 세계를 공포에 몰게 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이다. 바이러스 감염의 숙주를 놓고 박쥐와 더불어 최근 추가 지목됐기 때문이다.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일부 지역에서는 멸종위기종인 천산갑 불법 밀렵·밀매가 성행하고 있다.

특히 중국에서는 천산갑 요리를 즐기고, 중국 전통 의학에서도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천산갑의 비늘을 약재로 쓴다. 심지어 천산갑이 정력에 좋다는 소문이 돌아 무분별하게 포획돼 왔다.

미국 듀크대 메디컬센터 등 공동연구팀은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스(Science Advances) 온라인에 게재한 연구 결과에서, “코로나 바이러스와 가장 가까운 것은 박쥐의 코로나 바이러스가 맞지만, 인체 침투 능력은 천산갑의 코로나 바이러스와 유전자 조각을 교환하면서 얻어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힌 바 있다.

연구팀은 천산갑이 바이러스 표면의 돌기단백질(spike protein)이 사람 세포와 결합하는 데 필요한 수용체 결합부위(binding site)를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박쥐에서 시작됐지만, 사람에게 직접 전파한 것은 천산갑이라는 주장이다.

중국 정부는 결국 지난 6월 천산갑을 1급 보호야생동물로 한 단계 격상한 뒤 전통약재 목록에서도 제외했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야생동물 남획에 따른 인수공통감염병 확산의 위험이 전 세계적으로 강조되자 천산갑의 최대 수요국인 중국도 이같은 결정을 내린 것이다.

한국 정부 역시 지난 5월 인수 공통감염병을 매개하는 야생동물의 수입 허가 제한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을 공포·시행해 천산갑을 수입 제한 조치 대상 동물에 포함시켰다.

인간의 끝없는 욕심 때문에 하나 둘씩 세상에서 모습을 감춰버린 천산갑. 어쩌면 코로나19 사태는 자신들을 벼랑 끝까지 몰게한 인간에 대한 천산갑의 경고가 아닐까.

환경경찰뉴스 고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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