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쓸.신.환.] 외래종 황소개구리가 정말 생태계 파괴의 원흉일까?

알아두면 쓸모 있고 신기한 환경상식 216
결국 근본적인 책임은 외래종을 방치한 인간들 몫
환경에 좋은 기능 하는 외래종도 있어

  • 기사입력 2020.09.15 10:25
  • 기자명 고명훈 기자
(사진=서울동물원 홈페이지 갈무리)
(사진=서울동물원 홈페이지 갈무리)

우리나라 토종 동물이나 식물이 외래종에 의해 위협받고 있다는 얘기 많이 들어보셨을 겁니다.

악명 높은 황소개구리를 비롯해 블루길, 배스, 붉은귀거북 등 외국에서 넘어 와 국내 생태계를 교란시키는 주범으로 지적받고 있죠. 동물뿐 아니라 돼지풀이나 서양등골나물 등 식물 외래종도 있습니다. 이 때문에 대대적인 제거작업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외래종 중에는 나름대로 환경에 좋은 기능을 하는 종류도 있다고 합니다.

북미 원산의 황소개구리는 70년대 이후 일본을 거쳐 식용개구리로 도입됐습니다. 그러나 황소개구리는 먹이 등 까다로운 생태 때문에 사육이 어렵게 되자 사람들은 이를 자연에 방치했습니다. 80년대 동안 황소개구리는 전남을 중심으로 전북과 충청, 경북, 그리고 경기 지방에까지 번지게 됩니다.

90년대 중반부터 언론은 황소개구리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보도를 일제히 뿌리기 시작했습니다. 엄청난 크기와 독특한 울움소리를 지니면서, 물고기는 물론 토종 개구리와 새, 작은 뱀까지 먹어치우는 황소개구리에 사람들은 손가락질을 했습니다.

결국 정부는 대대적인 황소개구리 퇴치작업에 나섰습니다. 환경부는 황소개구리의 모습과 생태, 위해성 등을 담은 포스터를 전국에 뿌리며 전국의 시민과 공무원, 군인 등 1만 명을 동원해 대대적인 황소개구리 소탕작전을 벌였습니다. 또, 중고생에게 황소개구리 잡기를 자원봉사로 인정하는가 하면 IMF 위기 때는 실업극복의 일환으로 황소개구리 잡기를 공공근로사업으로 추진하기도 했습니다.

소탕작전 때문인지는 몰라도 2000년대 들어 황소개구리들은 자취를 감췄습니다. 왜 그런지는 명확하지 않습니다. 애초에 북미 원산인 황소개구리가 우리나라 생태계에 잘 맞지 않았는지도 모릅니다.

일각에서는 황소개구리가 번창하게 된 근본 원인에 대해 다르게 지적합니다. 습지가 각종 개발로 없어지면서 토종 개구리들이 급속히 줄어들었고 뱀이나 너구리 같은 황소개구리의 천적이 거의 사라졌기 때문에 황소개구리가 급격히 늘어났다는 설명입니다. 황소개구리는 생태계를 망가뜨린 주역이 아니라 생태계의 빈 자리를 잠시 채워준 동물이라는 평가가 있습니다.

외래종에는 채송화, 맨드라미, 봉숭아처럼 오래 전에 들어와 우리의 정서속에까지 자리잡은 오래된 것도 있습니다. 망초나 달맞이꽃처럼 대부분의 외래식물은 환경이 망가진 곳에 들어와 번창하면서 토양침식을 막아주는 등 좋은 기능을 합니다.

물론 외래종으로 인한 피해는 막대합니다. 그리고 이보다 생물다양성을 훼손하는 중요한 원인은 서식지 파괴입니다. 그 책임은 사람들의 몫이죠. 외래종을 들여오고 그들이 번창할 수 있는 교란된 환경을 만든 사람들이 먼저 비난받아야 합니다.

환경경찰뉴스 고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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