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위기동물 백과사전] 희귀동물 오카피의 유일한 터전을 지켜주세요

IUCN 적색목록 취약(VU)종 지정
무장 군인·불법 밀렵에 위험 처한 보호구역

  • 기사입력 2020.10.06 17:42
  • 기자명 고명훈 기자
(사진=레딧)
(사진=레딧)

다리와 하체는 흑·백 가로띠 무늬의 얼룩말인데 몸 빛깔은 갈색이다. 그런데 얼굴은 또 기린을 닮았다. 20세기가 돼서야 발견된 신비로운 동물 ‘오카피’는 유전자 조작 전혀 없이 원래부터 이렇게 태어났다.

몸 길이 2m 정도에 어깨높이 약 1.6m의 몸집은 말을 떠올리기가 쉽지만, 오카피는 말이 아닌 기린과에 속한다. 말보다는 상대적으로 긴 목과 혀, 머리에 달린 한 쌍의 뿔(수컷)이 이를 증명한다.

2016년 발표된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립대 더글러스 캐비너 교수와 탄자니아의 넬슨 만델라 과학기술연구소 모리스 아가바 박사 공동 연구진의 논문에 따르면 기린과 오카피는 1,150만 년 전 공동 조상에서 갈라졌다고 한다. 골격과 심혈관계, 신경계의 발달에 관여하는 유전자에 변이가 생긴 기린만 목이 길어진 것이다.

오카피는 암수나 작은 가족집단으로 살지만 무리를 이루지는 않는다. 깊은 산림의 습한 곳에서 나뭇잎이나 과실 등을 먹으며 지낸다. 현재 오카피가 유일하게 서식하고 있는 곳으로 알려진 국가는 아프리카의 콩고민주공화국이다. 과거에는 우간다에도 살았지만 멸종했다.

콩고 내에 오카피는 상징과 같은 존재다. 콩고에서 생산되는 상품의 포장지나 로고에 오카피가 사용되고, 50프랑 지폐에도 그려져 있다. 하지만 콩고에 남아있는 오카피의 개체 수는 1만 마리가 채 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이들이 전 세계에 남은 유일한 오카피들이라 할 수 있겠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은 오카피를 적색목록에서 ‘취약(VU)’종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다. 그나마 남은 오카피의 유일한 서식지인 콩고의 정글마저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콩고 내 정치적 문제와 전염병, 치안문제 등이 심각해지면서 정부마저 환경과 생태계 문제 대부분에 손을 뗐다. 이에 오카피 개체 수는 1995년 이후 50%가 감소했다.

미국 생물학자와 환경단체는 30년 전부터 이 녀석들을 지키기 위해 콩고 동부에 ‘오카피 야생보호구역’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이 마저도 위태위태한 상황이다. 보호구역이 있는 곳은 무장 군인이 드나들고 불법 밀렵이 성행하고 있는 지역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에볼라 바이러스까지 주변을 맴돌며 모든 생명에게 위협을 주고 있다.

이 보호구역이 무너지면 더는 오카피도 지구상에 볼 수 없게 된다. 오카피와 같은 희귀동물이 마음껏 뛰 놀 수 있는 깨끗한 환경이 필요하다.

환경경찰뉴스 고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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