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위기동물 백과사전] 안데스산맥에 안경 쓰고 다니는 곰이 있다는데 들어보셨나요?

IUCN 적색목록 취약(VU)종 지정
서식지 파괴·주민 오해 등 인해 개체 수 줄어

  • 기사입력 2020.10.15 11:38
  • 기자명 고명훈 기자

 

(사진=소후)
(사진=소후)

흰색의 테가 눈 주변을 둘러싸고 있어 마치 안경을 낀 듯한 모습을 하고 있는 곰이 있다. 비주얼 때문에 붙여진 이름도 ‘안경곰’이다.

몸 길이 1.2~2.1m 정도에 많게는 200kg에 육박하는 몸무게를 자랑하는 곰 중의 곰이다. 눈을 에워싸는 하얀 반원형 고리를 제외하고는 온 몸이 검은색 털로 뒤덮여 있다. 산 속의 날카로운 나뭇가지와 풀들로부터 몸을 잘 보호할 수 있도록 털이 거칠다.

안경곰은 나뭇잎과 과실, 나무뿌리 등과 함께 곤충이나 작은 설치류, 동물 사체를 먹기도 한다. 길게 굽어 있는 발톱을 이용해 땅을 파서 그 속에 있는 곤충을 먹는 것을 좋아한다. 큰 코 덕분에 냄새를 잘 맡는 것도 안경곰의 장점이다.

야행성인 이 아이들은 다른 곰들처럼 겨울잠을 자지는 않는다. 그래도 동굴이나 바위 틈에 따뜻한 집을 마련해 놓고 추운 겨울을 보내곤 한다.

안경곰은 세계적으로도 매우 희귀한 동물이다. 콜롬비아, 에콰도르, 페루 등 라틴아메리카에 사는 유일한 곰으로 알려져 있다. 이곳에 있는 해발고도 450~3700m의 안데스산맥 일대에 살기 때문에 ‘안데스곰’으로도 불린다.

현재 안데스산맥에는 안경곰 개체 수가 약 1만 마리밖에 남지 않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마저도 앞으로 10년 안에는 30% 정도 더 줄어들 것이라고 현지 환경 전문가들은 전망했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은 적색목록에 안경곰을 ‘취약(VU)’종으로 분류했다.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종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CITES)’에서도 국제적 상거래 전면 금지 동물에 포함시켜 보호하고 있다.

안경곰이 멸종 위기에 처한 주된 원인은 기후변화와 무분별한 벌목이다. 인간의 벌목 활동으로 숲이 사라지고 서식지가 줄어들면서 안경곰의 개체 수가 점차 감소하고 있다.

콜롬비아에서는 주민들이 가축을 보호하려다 안경곰을 해치는 일도 종종 발생한다고 전해졌다. 안경곰이 마을에 내려와 사람들이 키우는 가축을 헤친다고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안경곰은 주로 채식을 한다. 이따금씩 발견하는 가축의 사체를 먹기도 하지만 살아있는 가축을 잡아먹지는 않는다. 주민들은 안경곰이 사체를 먹는 모습을 보고 가축을 잡아먹었다고 오해한 것이다.

오히려 안경곰은 생태계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고마운 동물이다. 숲 속에서 야생 과일을 먹고 곳곳에 씨를 뿌리거나 꽃가루를 운반하는 역할도 한다. 덩치는 커도, 알고보면 온순하고 착한 아이다. 동물보호단체는 현지 주민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시행하는 등 안경곰을 보호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환경경찰뉴스 고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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