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위기동물 백과사전] 인간 유전자 99% ‘보노보’가 큰 위험에 빠졌다

IUCN 적색목록 위기(EN)종 지정
아프리카 야자수 농장 늘어나면서 서식지 파괴돼

  • 기사입력 2020.10.29 11:37
  • 기자명 고명훈 기자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먼 나라 아프리카 콩고강 남쪽 끝에는 인간의 유전자와 99% 닮았다는 동물이 있다. 유인원 중 하나인 이 동물의 이름은 ‘보노보’다. 생김새 뿐만 아니라 하는 행동까지도 인간과 상당히 비슷하다.

피그미침팬치라고도 불렸던 녀석은 처음에는 침팬지의 한 아종으로 지정됐지만 나중에는 독립해서 분류됐다. 크기도 보노보가 침팬지보다 좀 더 작고 성향 자체도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보노보는 비교적 온순한 성격을 지녔다. 화가 났을 때도 침팬지는 달려들어 공격적인 자세를 취하지만 보노보는 발로 차며 방어적인 모습을 보인다. 이 모습마저 사람과 비슷하다.

열대다우림에 사는 보노보는 이른 아침과 늦은 오후에 주로 활동한다. 보통 60마리 이상 무리를 이루고 살면서 과일이나 나뭇잎 또는 흰개미와 다람쥐같은 작은 동물을 잡아먹는다.

보노보가 인간의 유전자와 가장 비슷한 동물이라고 지목된 이유에는 크게 두가지가 있다. 언어 학습 능력과 성생활이다. 실제로 한 동물학자는 보노보의 언어 학습 능력을 실험하기 위해 언어 카드를 주고 의사를 표현하는 방법을 가르쳐 줬다. 그러자 시간이 얼마 지나 제법 유창한 수준의 단어를 조합하며 의사표시를 했다고 한다. 당시 보노보가 언어를 배우면서 다른 동물들의 기존 행동양식을 파괴할지 모른다는 우려까지 나올 정도였다.

또 보노보는 자유분방한 성생활을 즐기는 동물로도 잘 알려져있다. 다른 무리와 마찰이 생겼거나 무리 내에서 다툼이 있었을 때 보노보는 성관계를 통해 화해를 시도한다고 전해졌다. 더군다나 보노보는 평균 90분마다 한 번씩 성관계를 가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녀석들의 성생활이 꼭 번식만을 위한 것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현재 보노보는 심각한 멸종위기 상황에 처해있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은 보노보를 적색목록 ‘위기(EN)’종에 넣어놓고 보호 중이다. 보노보가 살고 있는 열대우림이 무너지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 리버풀 존 무어대 연구팀이 발표한 ‘최신 생물학(Current Biology)’에 따르면 유인원의 보금자리인 열대 우림이 야자유를 만들기 위한 농장 개발로 파괴되고 있다.

야자유는 인간들이 먹는 햄버거나 팝콘 등 음식의 주 원료일뿐만 아니라 비누와 화장품 같은 제품에도 들어가면서 많은 양이 소비되고 있다. 현재 아프리카의 야자유 농장이 건설되는 지역 중 42%가 유인원의 서식지와 겹친다고 한다.

특히 보노보가 많이 살고 있는 콩고에서는 수차례 내전까지 이어지며 숲의 파괴 속도가 더 빨라졌다. 심지어 사람들이 식용을 위해 보노보를 남획하는 일도 많이 발생하고 있어 녀석들은 생존에 큰 위협을 받고 있다.

환경경찰뉴스 고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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