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트코 10년의 노력, “4000개 지하철 환기구에서 뿜어대는 초미세먼지 잡는다”

도심 위 엽기적인 살인자, 초미세먼지 뇌혈관까지 파고들어
32마리의 광견도 죽게 만드는 맥시코 사례가 알려준 위험성
“마스크 벗게 하겠다”는 일념만으로 양방향집진기 기술 성공

  • 기사입력 2020.11.12 13:22
  • 최종수정 2020.11.12 13:26
  • 기자명 고명훈 기자
(사진=환경경찰뉴스)
(사진=환경경찰뉴스)

어느 새 계절을 가리지 않고 기승을 부리는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 때문에 국민들의 숨통이 트일 날이 없다. 정부는 이미 미세먼지 문제를 국가적 재난으로 선포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 머리를 쥐어짜고 있지만 크게 나아진 것은 없다.

특히 초미세먼지 문제가 매우 심각하다. 미세먼지는 눈에 보이기라도 하지만 초미세먼지는 육안으로 확인할 수 없다 보니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조차 파악이 어렵다. 미세먼지(PM10)는 지름 10마이크로미터(㎛) 미만의 입자다. 미터(m) 단위로 보면 100만분의 1m에 해당하는 작은 알갱이다. 초미세먼지(PM2.5)는 2.5마이크로미터(㎛) 미만의 입자, 미세먼지의 4분의 1 크기에 불과하다.

그러다 보니 현재 초미세먼지 농도를 제대로 측정할 수 있는 신뢰할만한 기계가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관된 의견이다. 지금은 초미세먼지의 총량만 잴 뿐이다.

초미세먼지는 ‘소리없는 살인자‘

(사진=MBC 다큐 스페셜 갈무리)

초미세먼지는 우리가 모르는 사이 건강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 폐와 호흡기 기능을 떨어뜨리는 것은 물론 최근에는 초미세먼지가 뇌에도 악영향을 준다는 연구결과가 잇따라 나오면서 국민들은 두려움에 떨고 있다.

멕시코 국립아동연구소의 릴리안 박사팀과 미·캐나다 공동 연구팀은 대기오염으로 악명 높은 멕시코시티의 죽은 개 32마리의 뇌를 검사한 결과 대기오염이 덜한 도시의 개들에 비해 뇌질환 사례가 많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멕시코시티 개들의 뇌세포에 심각한 염증들이 있었으며 알츠하이머 치매의 지표인 베타아밀로이드 단백질의 침착도 확인됐다.

초미세먼지가 인지 장애나 우울증 비슷한 증세를 유발했다는 동물실험 연구 결과도 있다. 사람에게 똑같이 적용될 시 환각과 자살 충동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연구팀은 경고했다. 이처럼 초미세먼지가 뇌질환을 일으킬 수 있는 이유는 코털 등 필터 역할을 하는 콧속 기관들이 이 작은 초미세먼지 알갱이를 걸러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눈에도 보이지 않는 이 작은 알갱이들은 숨을 들이쉴 때 코 안의 후각상피세포에 침투해 신경을 타고 뇌로 들어간다.

밖이 위험하다보니 환기를 포기하고 창문을 굳게 닫는 사람들도 많지만, 이 역시 문제가 된다. 호흡기내과 전문의들은 실내 공기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이산화탄소(CO2)와 포름할데히드(CH2O)로 인해 호흡기질환에 걸릴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강한 독성을 지닌 포름할데히 농도가 실내에 높게 나타난다면 현기증·구토·설사 증상과 함께 심한 경우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이쯤되면 초미세먼지를 왜 소리없는 살인자라고 부르는지 알 것도 같다.

미세먼지만을 바라보며 달려온 한 줄기 빛의 기업

(사진=환경경찰뉴스)
(사진=환경경찰뉴스)
(사진=환경경찰뉴스)
(사진=환경경찰뉴스)

이렇다 할 출구마저 보이지 않는 암흑같은 상황 속에서 십수년간 오직 미세먼지 재난을 해결하겠다는 일념 하나로 달려온 중소기업이 있다. 1995년 설립해 도로 및 터널 시스템을 제조 설치하는 기술 전문기업으로 시작한 ㈜리트코는 국내 최초 터널 환기 시스템을 도입하는 데 성공했다.

리트코는 어둡고 칙칙한 터널에서 밤낮없이 실험하고 피땀흘리며 기술 개발에 전념했다. 그리고 마침내, 그렇게 쌓아온 데이터를 가지고 노후된 지하철 역사의 먼지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전장을 내밀었다.

지하철 역사에는 엄청난 양의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를 뿜어내는 4000개의 굴뚝이 있다. 그곳에서 나오는 오염 물질들은 그대로 지하철을 이용하는 시민들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 이것이 리트코가 지하철을 타겟으로 삼은 이유였다.

당찬 포부와 함께 내민 그 첫 도전장은 2009년 서울도시철도공사가 개최한 신기술 공모였다. 여기에 당첨된 리트코는 그해 7호선 건대역사 급기구에 전기집진기 2대를 시범 설치해 미세먼지를 90% 이상 제거하는 효과를 거뒀다.

지하철 미세먼지 다 잡아먹는 전 세계 유일무이 신기술, 양방향 전기집진기

(사진=환경경찰뉴스)
(사진=환경경찰뉴스)

그 성공을 바탕으로 리트코는 또 하나의 기회를 잡게 된다. 정말 효력있는 기술을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현장이 필요했던 시점, 대구지하철 터널 현장에서 대구교통공사와 공동 기술 개발에 나선 것이다. 그렇게 독창적인 신기술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제품이 바로 양방향 전기집진기다. 무에서 유를 창조한,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나오지 않았던 세계 최초의 기술이다.

기존 환기구에 설치된 단방향 필터는 터널에 가득 쌓인 미세먼지를 한방향으로밖에 걸러내지 못해 한계가 있었다면 이 양방향 전기집진기는 터널 안과 밖 양쪽으로 미세먼지를 걸러준다. 외부의 오염된 공기가 집진기를 통해 걸러져 터널로 들어오고, 터널에서 발생한 오염된 공기도 정화 과정을 거쳐 밖으로 배출되는 원리다.

양방향 전기집진기 기술의 효과는 확실히 빛을 발했다. 지하철 본선 터널 내의 급기구와 배기구에 설치된 이 집진기는 테스트 결과 초속 13m의 풍속에서 90% 이상의 필터 효과를 보여줬다. 그간의 노력이 결실을 맺는 순간이었다.

이 기술을 인증하는 수많은 수상과 평가가 잇따랐다. 2018년 환경부장관상과 우수환경산업체 지정에 이어 2019년에는 한국도시철도학회가 주관하는 도시철도 운영기관 기술경진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그해 9월에는 안전기술대상 대통령상의 영예를 얻었으며 올해 들어서는 대한민국 환경대상 대기 부문 대상까지 휩쓸었다.

모두가 인정하는 기술이었다. 이제 초미세먼지와 미세먼지로부터 지하철을 이용하는 시민들을 해방시킬 수 있겠다는 기대감에 모두가 마스크를 벗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리트코 사업 재개, 1천만 서울 시민이 기다린다

(사진=환경경찰뉴스)
(사진=환경경찰뉴스)

그러나 리트코의 앞길은 커다란 산이 가로막고 있었다. 이미 무수한 인정과 특허를 받은 양방향 집진기술은 지방계약법과 지자체 조례 등을 근거로 수의계약을 할 수 있었지만, 사업자 선정 당시 리트코에 밀려 떨어졌던 경쟁업체가 선정 절차에 하자가 있다며 태클을 걸어왔다.

리트코는 1심과 2심 모두 승소하며 의혹을 잠재웠다. 이후 수의계약의 특혜 논란을 없애기 위해 서울시와 서울교통공사가 개최한 특정기술심의에서도 다시 한 번 최고의 기술로써 양방향 전기집진기 효과를 입증했다. 서울시에서 진행한 감사까지 모두 통과했다. 이 과정에서 리트코는 똑같은 인증과 해명을 수없이 반복해야만 했다. 그 여파로 계속 미뤄진 사업은 지금까지도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잠 잘 틈도 없이 미세먼지 뒤집어써가며 신기술을 개발했다. 그러고도 넋놓고 지켜봐야만 하는 가혹한 상황, 오늘도 이 중소기업은 뜨거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쓸 데 없이 지체할 시간이 없다. 지금도 지하철을 이용하는 1천만 명의 서울 시민은 수명이 깎이고 건강을 잃어가는 것도 모른 채 초미세먼지에 그대로 노출돼 있다. 리트코 정종승 회장은 “언젠가는 미세먼지가 큰 문제가 될 것이란 걸 알고 우리는 10여 년 전부터 연구에 연구를 거듭해왔다. 그렇게 탄생한 세계 최초 기술의 양방향 전기집진기만이 미세먼지로부터 고통받는 국민을 구해낼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환경경찰뉴스 고명훈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