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도로 위 잠재적 ‘시한폭탄’ 프리마 화물차...타타대우 상용차 불매운동 재점화

온라인 카페 등록 피해 회원만 7만 5천여명 돌파
타타대우에 뿔난 트럭기사들 전국 불매운동 나서
대규모 리콜 사태까지 예고되는 화재 결함성 논란
2년 전 약속한 합의서에 “집회 하지 마”라고 적시
“고쳐 쓰기도 힘든 쓰레기 트럭이다”라고 맹비난

  • 기사입력 2020.11.30 15:39
  • 최종수정 2020.12.01 13:07
  • 기자명 고명훈 기자

 

2018년 타타대우전국차주연합회 불매운동 당시 모습.(사진=환경경찰뉴스)
2018년 타타대우전국차주연합회가 스티커 붙이기 불매운동을 펼쳤다. 연합회는 2020년 12월 1일부터 합의서와 다르게 서비스 의무를 져버린 타타대우 상용차를 상대로 다시 한 번 스티커 붙이기 불매운동에 나설 예정이라고 대대적으로 예고했다.(사진=환경경찰뉴스)

 

2018년 타타대우 상용차는 전국적인 트럭 불매운동을 잠재우기 위해 “시위를 안 한다는 조건에 합의한다”라면, “4년하고 5년 동안은 무상으로 AS를 보장한다”라고 약속했다. 그러나 타타대우는 합의서와 다르게 서비스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맹비난을 받고 있다. 하루 벌어 하루를 먹고사는 생계형 트럭인 만큼 도덕성에도 금이 가고 있다. 차 한 대 값만 1억 원이 넘고 트럭 기사들에게는 목숨값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고치지도 못하는 차를 끌고 오늘도 트럭 기사들은 위험한 도로 위를 질주하고 있다.[편집자 주]

 

고속도로 위 언제 터질지 모르는 커다란 시한폭탄이 있다. 이 화물차는 도로를 달리다 엔진에 불이 붙는가 하면 오르막길에서 갑자기 시동이 꺼지는 등 위태로운 상황을 잇따라 연출하며 차주뿐만 아니라 다른 차량 운전자들의 목숨까지 위협하고 있다. 화물차 기사들은 목숨을 담보로 한 위험한 운행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생계를 위해 운전대를 잡지 않을 수가 없다.

타타대우상용차(대표 김방신, 이하 타타대우)의 주력 상용차 모델, 프리마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일들이다. 2년이 넘도록 펼쳐지는 아슬아슬한 죽음의 레이스 속에서 제조사와 피해 차주들은 아직 갈등의 실마리를 풀지 못하고 있다.

연합회 “타타대우, 2년 8개월 전 합의 내용 이행 안 해”

2018년 불매운동을 막기 위해 내건 타타대우측의 확인서. (사진=환경경찰뉴스)
2018년 타타대우 상용차가 전국적인 불매운동을 잠재우기 위해 내민 합의서다. 이 합의서에는 "시위를 안한다는 조건"이 걸려있다. 시위를 안 하는 대신, AS를 4년하고 5년 동안은 무상으로 해주겠다라고 약속해놓고 실제로는 이를 성실히 이행하지 않았다라는 불만을 낳으며 전국적인 불매운동이 재점화되고 있다. (사진=환경경찰뉴스)

타타대우 프리마 피해 차주들로 결성된 타타대우전국차주연합회(이하 연합회)는 2년 8개월 전 시행했다 중단했던 불매운동을 올해 10월 초부터 다시 시작했다. 타타대우가 순간을 모면하기 위해 내밀었던 확인서(합의서) 내용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확인서의 주요 내용은 문제 차량의 보증기간 연장과 서비스 개선이었다. 연합회 운영진 하용천 씨는 “합의할 당시 타타대우측도 결함을 인정하고 성의있게 고쳐준다고 약속했지만 시간이 지나니까 다시 문제점이 발생했다”라며, “협력체가 운영하는 정비소가 많다보니 합의 내용을 모르고 들어간 사람들은 유상으로 수리를 받는 경우가 많았고 문제를 제기해도 ‘원인을 알 수 없다’, ‘수리만 해주면 되지 않냐’라는 등 답변만 늘어놓으며 차주들에게 피해를 끼쳤다”라고 지적했다.

일부 중국산 부품에 대한 문제도 언급됐다. 바퀴에 동력을 전달하는 부품인 리어 액슬(데후)의 경우 일부가 중국산 제품으로 확인됐는데 타타대우측은 여기에서 결함이 발생했다고 해명하며 이후 출고분에는 중국산을 쓰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합의서를 작성한 이후의 연식 모델에서도 중국산의 해당 부품이 발견돼 논란을 낳았다.

실제로 이후에도 프리마의 시동 먹통과 기어변속기능 마비 등 문제들이 소비자고발센터를 뜨겁게 달구고 있으며 작년에는 엔진화재로 인해 타 차량 운전자가 사망하는 사고까지 발생했다.

하씨는 “현재 타타대우측과 협상 테이블을 열고 얘기 중이지만 아직 마땅한 해결방안이 나오지 않아 불매운동을 계속 진행하고 있다”라고 상황을 전했다. 연합회는 12월 1일 인천 직영점 앞에서 불매운동 스티커 부착식을 열기로 했다.

김방신 대표는 지난해 브랜드 슬로건을 브랜드 슬로건을 ‘인생트럭, 고객의 소리로 움직입니다’로 바꾸며 회사의 서비스 개선 의지를 표명했다.(사진=타타대우상용차 공식 홈페이지 갈무리)
김방신 대표는 지난해 브랜드 슬로건을 브랜드 슬로건을 ‘인생트럭, 고객의 소리로 움직입니다’로 바꾸며 회사의 서비스 개선 의지를 표명했다.(사진=타타대우상용차 공식 홈페이지 갈무리)
2018년 타타대우전국차주연합회가 스티커 붙이기 불매운동을 펼쳤다. 연합회는 2020년 12월 1일부터 합의서와 다르게 서비스 의무를 져버린 타타대우 상용차를 상대로 다시 한 번 스티커 붙이기 불매운동에 나설 예정이라고 대대적으로 예고했다. (사진=환경경찰뉴스)

 

타타대우, 중대하자 반복돼도 못 고치면서 “차량 하자 아니야”

2018년 100여 명이 넘는 차주들의 집단 항의 이후 불매운동이 전국적으로 일어나면서 타타대우 프리마의 매출은 급감했다. 당시 연합회는 군산공장 앞에서 집회를 열고 자신들의 차량을 부수는 등 퍼포먼스를 보여주며 타타대우상용차량 결함 리콜을 요구했다. 여기에 위기를 직감한 김방신 대표는 지난해 브랜드 슬로건을 ‘인생트럭, 고객의 소리로 움직입니다’로 바꾸며 두 번 다시 고객에게 실망을 주지 않겠다는 회사의 의지를 표명했다.

피해자들은 “모두 거짓말”이라며 이구동성으로 외치고 있다. 현재도 진행중인 프리마 화물차 운전 기사들이 겪는 고통은 심각한 수준이었다. 피해를 주장하는 7만 5천여 명의 차주들이 온라인 카페 <영운모>에 가입하고 1300여 명이 오픈 카톡방을 개설해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배터리 불로 인한 차량 화재 사고.(사진=환경경찰뉴스)
2년 전 오일누유로 인한 차량 배터리 배터리 화재 사고.(사진=환경경찰뉴스)
배터리 불로 인한 차량 화재 사고.(사진=환경경찰뉴스)
2년 전 오일누유로 인한 차량 배터리 배터리 화재 사고.(사진=환경경찰뉴스)

올 1월 화물운송업을 위해 1억이 넘는 빚까지 져가며 4.5톤짜리 프리마 화물차를 구입한 이재민 씨. 그러나 구매한지 이틀만에 말썽을 일으키기 시작하더니 나흘째 되는 날 새벽에는 갑자기 차량 시동이 걸리지 않아 화물차공제조합의 긴급출동 지원을 받아야 했다.

이후 중대 하자를 포함한 각종 하자들이 잇따라 발견되기 시작했다. 그중 가장 위험하면서도 지속적으로 발생한 문제가 변속기 관련 하자였다. 화물차를 구매한지 한달 정도 지났을 무렵이었다. 평지에서 운전중 오토 트랜스/미션(변속기) 경고등이 켜지면서 RPM이 올라가도 변속이 되지 않았다. 악셀 페달을 아무리 밟아도 차가 속도 20km/h를 넘지 못하는 것이다. 이씨는 “오르막길을 올라가기 위해 악셀을 힘껏 밟으면 기어 변속이 돼야 하는데 변속이 되지 않아 차가 뒤로 밀릴까봐 엄청난 공포감에 시달려야 했다. 내리막에서는 기어변속이 되지 않다보니 차 시동이 꺼져 버리기도 했다”라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브레이크 에어가 빠지는 현상도 6차례나 나타났다. 3월에는 주차 후 브레이크가 자동으로 풀리는 바람에 휴게소에서 접촉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화물차에 기름(디젤)이 새는 현상까지 발견됐다. 이씨는 “상차 대기 중 차량 바닥에 물방울이 뚝뚝 떨어지는 게 보여 처음에는 엔진오일의 누수 문제인 줄 알았는데 긴급출동서비스 구역까지 도착해 확인해 본 결과 차량엔진 조립불량으로 기름이 새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았다. 수리를 맡기면서 며칠동안 아무 일도 못했을 뿐더러, 막대한 주유비까지 떠안아야 했다”라고 토로했다.

조립불량으로 인한 엔진오일 역류.(사진=환경경찰뉴스)
중국산 부품 뒷데후 파손. (사진=환경경찰뉴스)

수리를 맡겨도 같은 문제는 또 다시 발생했다. 이씨가 이외의 다른 하자들까지 포함해 8월까지 수리한 이력만 19차례다. 이씨는 “수차례 하자 때문에 입은 피해가 막심해 타타대우측에 보상을 요구했지만 모두 거절당했다. 타타대우는 끝까지 수리만 해주면 된다는 식으로 얘기하며 차량의 하자를 인정하지 않았다”라고 읍소했다. 이씨는 현재 타타대우에 매매계약 해제 및 손해배상금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이외에도 피해 기사들이 주장한 프리마의 결함은 ▲헤드 라이트 고장 ▲동공인식장치 불량 ▲운전석 팔걸이 빠짐 ▲전방추돌경보 오작 ▲바퀴 볼트 빠짐 ▲와이퍼 훼손 ▲창문 닫히지 않음 등 다양하다. 이와 관련해 기사 A씨가 웃지못할 사연을 전하기도했다.

A씨는 “비오는 날 갑자기 와이퍼가 날라가고 창문이 닫히질 않아 비를 쫄딱 맞은 적이 있어요. 조수석에 있는 아내가 손으로 닫아보겠다고 안간힘을 써봤지만 역부족이었죠. 심지어 앞좌석 유리에는 비가 새기도 했어요”라고 아찔했던 당시 상황을 전했다.

 

타타대우는 수리비로 돈 버는 제조사?...서비스질·기술력 지적↑

타타대우 센터의 서비스질과 정비 기술력을 지적하는 의견도 상당했다.

프리마 차주 B씨는 “한 번은 운전중 작은 사고가 나서 백미러가 훼손된 적이 있어요. 수리센터를 찾아갔는데 부품이 없어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해서 한동안 테이프로 고정해 다니기도 했죠. 수리센터에 백미러 부품이 없다는 게 말이 되나요?”라고 반문했다.

부품이 없어서 수리를 못해주는 일이 있는가 하면 케이블 타이 등 사소한 것까지 돈을 받으며 차주들의 원성을 사기도 했다. 차주 C씨는 “수십개 묶음으로 사도 2000원 정도밖에 안하는 케이블 타이를 딱 세 개 쓰고 1500원을 따로 청구하더라고요”라며, “돈을 떠나서 최소한의 서비스도 제공하지 않는다는 점에 화가 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2016년도 프리마를 구매해 화물운송일을 하는 D씨는 지금까지 수리 이력만 30회가 넘는다. 최근 C씨는 기자 취재 중 엔진오일 과다누유 문제로 타타대우 직영점을 방문했다. C씨는 “애초에 조립불량때문에 발생한 문제인데 A/S기간이 지났다며 유상 수리를 안내받았습니다. 그런데 이따가 기자와 연합회 운영진을 만날 예정이라고 하니 갑자기 태도를 바꾸며 무상으로 해 줄 수도 있을 것 같다고 얘기하더군요”라고 폭로했다.

D씨 프리마 차량 수리 내역 압축 파일.(사진=환경경찰뉴스)
D씨 프리마 차량 수리 내역 압축 파일.(사진=환경경찰뉴스)
D씨 프리마 차량 수리 내역 압축 파일.(사진=환경경찰뉴스)
D씨 프리마 차량 수리 내역 압축 파일.(사진=환경경찰뉴스)

문제가 발생해도 원인을 찾지 못하거나 여러 차례 수리를 받아도 똑같은 문제가 재발하는 등 타타대우의 기술력 자체에 대한 의심의 목소리 역시 높다.

이씨는 “타타대우는 자체생산없이 사실상 외부 부품을 가져와 조립만 하는 상용차 제조사”라며, “일각에서는 수리비로 먹고 살기 위해 일부러 하자있는 제품을 만든다는 얘기가 나돌 정도”라고 꼬집었다.

 

“보상해 줄 법적 근거 없어”...과거 대규모 리콜 이력에도 반성않는 타타대우

타타대우측은 피해 보상을 주장하는 차주들에 “보상해 줄 법적 근거가 없다”라는 입장을 고수하며 선을 그엇다. 2018년 자동차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현행 자동차관리법, 이른바 한국형 레몬법에는 강제성이 없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이씨의 소송을 맡은 이지언 변호사는 “교환·환불 조항을 매매계약서에 넣지 않는 것은 법을 면피하려는 타타대우측 술수”라며, “사실 면피된다 하더라도 일반 민법에서도 하자담보책임이란 것이 있다. 화물차 기사들 대부분이 소송할 여유가 없다보니 선뜻 나서지 못하는 것이지, 출고한 지 6개월 이내 교환·환불을 요청하면 계약해지 등이 가능한 법적근거가 충분히 있다”라고 반박했다.

2009년 타타대우 제작결함으로 인한 화물차 대규모 리콜 이력.(사진=자동차리콜센터 홈페이지 갈무리)
2009년 타타대우 제작결함으로 인한 화물차 대규모 리콜 이력.(사진=자동차리콜센터 홈페이지 갈무리)

타타대우는 이전에도 화물차 제작결함으로 19톤·19.5톤·25톤 카고트럭 총 3,276대를 리콜 조치한 경험이 있다. 2009년 핸들 성능의 결함이 안전기준에 부적합해 운행에 지장을 준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과거의 사태를 교훈삼아 반성하지 않고 적극적인 사후대처에 임하지 않은 타타대우에 수많은 차주들이 시정을 요구하며 불매운동을 재개했다. 이같은 갈등이 지속된다면 타타대우는 또 한 번의 대규모 리콜 사태를 면하기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본지가 취재하던 중에도 프리마 차량 화재 사고가 발생했다. 27일 새벽 0시 11분쯤 대전시 유성구 용계동 밀머리 네거리 부근 도로에서 8.5t 프리마 차량에서 화재사고가 일어났다. 운전자는 1도 화상을 입고 병원에 입원했으며 경찰은 브레이크 라이닝 과열로 불이 시작된 것으로 보고 정확한 화재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환경경찰뉴스 고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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