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셰프에서 어촌 스타트업까지...30대 거제 칠천도 청년의 멸치 도전기

지역 경제 활성화에 새바람이 불고 있다.
전통 한복 입은 30대 청년 귀어에 어촌 주민들 화색

  • 기사입력 2020.12.03 17:37
  • 최종수정 2020.12.03 18:58
  • 기자명 고명훈 기자
귀어한 청년 스타트업가 김준수(31) 대표.(사진=환경경찰뉴스)

 

김 대표가 경상남도 거제 칠천도에 세운 수산기업 '거산'.(사진=환경경찰뉴스)
김 대표가 경상남도 거제 칠천도에 세운 수산기업 '거산'.(사진=환경경찰뉴스)

최근 4년 사이 지역 경제 활성화에 새바람이 불고 있다. 귀어·귀농하는 청년 창업이 대세다. 안전한 먹거리를 찾는 소비자의 니즈와 중간 유통 마진을 없애 저렴한 가격대에 공급이 가능한 B2C(Business to Consumer) 유통구조에 뛰어든 젋은 세대들의 패기는 앞으로의 대한민국 먹거리 산업의 방향점을 제시하고 있다.

식재료를 중요하게 생각한 30대 오너쉐프의 멸치 도전기 

서울 분당 소재 한 식당에서 오너셰프 직함을 달고 3년째 요리를 해왔던 김준수(31) 씨. 그는 올 6월부터 경상남도 거제로 내려와 1차산업 스타트업에 뛰어들었다.

김씨는 거제시의 작은 섬 칠천도에 수산기업 ‘거산’을 설립하고 멸치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김씨는 “그동안 식당에서 일을 하면서 식재료를 중요하게 생각해왔어요. 그중에서도 멸치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돼 좋은 재료를 저렴한 가격에 공급할 수 있는 회사를 세우고자 귀어를 결심하게 됐죠”라며 거제로 내려오게 된 동기를 설명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싱싱한 멸치들이 다 모여있다는 거제는 김씨가 스타트업을 시작하기에 적합했다. 보통 이곳에서 잡힌 멸치들은 바다에서 잡아올리면 즉각 경매장으로 가는 것이 일반적인데 김씨는 경매장에 보내기 전 먼저 품질 좋은 상품들을 직접 골라 제품을 만든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방사능 오염 수산물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안이 고조된 가운데 직접 제품을 선별하고 만들어 바로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거산의 유통방식은 결국 신뢰가 기반인 전략이었다.

어산이 취급하는 멸치 생산 현장.(사진=환경경찰뉴스)
거산이 취급하는 멸치 생산 현장.(사진=환경경찰뉴스)
거산이 제작한 멸치 선물세트.(사진=환경경찰뉴스)
거산이 제작한 멸치 선물세트.(사진=환경경찰뉴스)

김씨는 “우리 업체는 따로 냉동보관 없이 그날 잡힌 수산물 중 최고의 제품을 선별하기 때문에 신선도 면에서 매우 우수해요. 또 유통과정이 줄어들어 저렴한 가격에 판매할 수도 있죠”라고 자신감을 내보였다.

셰프 출신 청년 창업가의 눈으로 선별한 멸치의 품질은 바로 좋은 평가를 불러일으켰다. 김씨에 따르면 현재 거산 제품의 재구매율은 70~80%로 높은 수준이다. 현재 대형마트 및 소비자와 직거래를 하고 있으며 보험사 및 은행권 등과도 계약을 진행 중이다. 연 매출액 15억~20억 수준으로 예상하고 있다.

거산이 획기적으로 준비한 선물세트에도 시선이 쏠린다. 설치미술 디자이너로도 활동했던 김씨는 직접 선물세트 포장지 디자인을 맡아 젊은 감성을 부여했다. 환경까지 생각해서 재활용이 가능한 재료를 이용해 제품을 제작하고 있다.

김씨의 동기와 목표는 뚜렷했다. 그는 “10년 앞을 내다보고 1차산업 창업에 뛰어들었다. 이번 코로나19 사태에도 볼 수 있었듯이 결국 비대면 시스템이 가속화될 것이며 그렇게 된다면 유통과정이 간소화될 것이라고 생각했다”라며, “현재 유통사들이 폭리를 취하는 구조로 돼 있기 때문에 이 시스템을 변화시키기 위해 1차산업을 선택했다”라며 힘주어 말했다.

김준수 대표.(사진=환경경찰뉴스)
김준수 대표.(사진=환경경찰뉴스)

 

거산이 멸치 생산하는 과정.(사진=환경경찰뉴스)
거산이 멸치 생산하는 과정.(사진=환경경찰뉴스)

 

“농사는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산업”...딸기를 사랑하는 청년창업농 부부

최성호·안혜원 부부의 딸기 재배가 이뤄지는 의성군 청년농업인 스마트팜 아카데미 시설.(사진=의성군 공식 블로그 갈무리)
농사 짓느라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청년농부.(사진=의성군 공식 블로그 갈무리)

농업의 미래가치를 높게 평가하며 야심차게 농사에 도전한 최성호(37)·안혜원(27) 부부도 의성에 내려와 성공적인 청년창업농을 준비하고 있다. 의성군 청년농업인 스마트팜 창업지원 사업에 지원한 부부는 현재 의성에 딸기재배농가나 다른 원예시설이 많지 않다는 사실을 알고 작목을 딸기로 결정했다.

아내 안씨는 “저희 두 사람 다 학교에서 딸기에 대해 연구한 사람으로서 딸기에 대한 애착이 커요. 비료도 타 작불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아 경제적이고 딸기에 대한 호불호도 크게 갈리지 않아 안정적인 농사를 지을 수 있어요”라고 설명했다.

부부는 지역주민들과의 융화도 어려움 없이 해내고 있다. 안씨는 “의성으로 와서 기존 주민과 어떻게 친해질지 걱정했는데 걱정이 무색할 만큼 환영해주셨고 마을 이장님께서 큰 도움을 주셨어요. 그만큼 젊은이의 일손이 필요한 곳에는 보탬이 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라고 전했다.

한편 정부는 귀농·귀어 청년들이 지역경제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예산을 확대해 청년창업농·어업인을 위한 초기 정착 지원 혜택을 늘리고 있다.

 

답답한 도시를 떠나 청년 귀촌 연 평균 소득 4902만 원...“생활에 만족도까지 높아졌어요”

농림축산식품부가 2014년부터 2018년까지 귀농·귀촌한 4167가구를 대상으로 실시한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2030 세대의 평균 연 소득은 4902만 원으로 다른 세대 중 가장 많았고, 약 60%의 응답자가 생활에 만족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동안 공무원이 되거나 대기업에 들어가 월급생활을 하는 안정적인 삶이 최우선이었다면 이제는 자신이 갖고 있는 정보와 능력을 살려 스타트업을 계획하는 청년들이 많아지는 추세다.

답답하고 삭막한 도시에서 벗어나 과감히 귀농·귀어 창업을 결심한 청년들도 많다. 계속되는 고용난으로 도시에서는 청년들이 설 자리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 반면, 농촌은 고령화와 청년 인력 부족 문제가 심각하다. 이 구조적인 문제 해결에 실마리가 될 귀농 청년들을 위해 정부는 장려금과 저금리 대출상품을 마련하고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등 적극 지원에 나서고 있다. 도시와 농촌의 징검다리 역할을 하면서 고령의 지역주민들이 나서기 어려운 농산물직거래에 물꼬를 터주고 지역 일자리 창출과 귀촌활성화 등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다주고 있다.

환경경찰뉴스 고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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