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신세계 스타필드 연중무휴 영업방침 대규모유통업법 제재 도마

공정위, 2년전 매장에서 비관적 선택한 매니저 일 인정
중간관리계약에서 27개 조항 중 10개 불공정 약관 시정
참여연대 “갑질 일삼는 중간관리계약서 근절시켜야 한다“

  • 기사입력 2020.12.10 17:56
  • 최종수정 2020.12.11 11:56
  • 기자명 고명훈 기자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2017년 스타필드 고양 그랜드 오프닝 행사에서 기념사를 진행한 모습이다. (사진=신세계)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2017년 스타필드 고양 그랜드 오프닝 행사에서 기념사를 진행한 모습이다. (사진=신세계)

공정거래위원회가 파견 직원에게 갑질을 일삼은 롯데하이마트에 대대적인 제재를 가한 이후, 신세계 역시 대규모유통업법을 적용해야 할 지 살펴 보는 중이다. 현재도 스타필드의 영업방침은 연중 365일로 정하고 있어서다. 이에 참여연대는 신세계 스타필드 고양점의 무리한 영업방침으로 인해 사망했던 한 아동복 매장 매니저의 비관적 선택을 계기로 청구했던 불공정 약관 심사 결과에 대한 성명을 내고, 이 사건 역시 대규모유통업법을 적용 시켜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현재 공정위는 참여연대의 문제 제기로 대규모유통업자와 브랜드 사업자 간의 갑질에서 벗어날 수 있는 중간관리자의 <<표준계약서>>를 마련하고 있다. 이 표준계약서가 마련되면 근로기준계약서와 마찬가지로 법적 효력이 발생된다.

 

이와 관련 올해 4월 공정위는 2년 전 매출 압박에 시달려 홀로 스타필드 고양점 매장에서 비관적 죽음을 선택한 한 아동복 매니저의 사건을 계기로 청구된 약관심사 결과를 남모르게 참여연대 측에 통지했다.

 

공정위는 문제의 계약서를 만든 아동복 브랜드사인 해피랜드가 자진시정하겠다고 한 의견을 받아들였다. 시정권고도 하지않은 약관심사 결과이기때문에 심사종결되며 어떠한 법적인 제재나 위반 사항이 인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과징금 역시 면할수 있었다. 이 때문에 유족 측이 제기한 민사 소송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공정위의 약관심사 결과가 법 위반 사실을 고지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법의 심판을 받기에는 역부족인 것으로 전해진다. [편집자 주]

한 사람의 억울한 죽음에서 시작된 ‘불공정약관’ 판정...자진시정했으니 끝?

2018년 2월 사망한 해피랜드 압소바 매니저 A씨가 당시 해피랜드와 맺은 중간관리계약서에는 매니저에게 사실상 영업을 강제한 것으로 보이는 불공정 조항이 상당 부분 발견됐다. 그 중에서도 가장 눈에 띈 것은 1년 365일, 하루 12시간 매장을 지켜야 한다는 살인적인 영업시간이었다. 이를 단 하루라도 어길시 일수당 100만 원의 위약금을 물어야 해서 영업시간이나 일수를 조정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했다. 하루 매출 100만 원도 되지 않는 매장에서 매니저 A씨는 결국 빚을 내거나 적금을 해지하면서까지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해 인건비를 부담한 것으로 전해졌다.

참여연대는 “만약 점주가 본인의 판단에 따라 영업일수나 영업시간을 조정할 수 있었거나 스타필드나 해피랜드 본사가 제대로 된 예상매출 정보를 점주에게 제공했다면, 점주는 애초에 입점을 결정하지 않았거나 적자폭을 줄이기 위한 여러 노력을 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참여연대, 서울 YMCA,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전국가맹점주협의회,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등 5개 시민단체는 매니저 A씨의 죽음으로까지 이어진 해피랜드 압소바의 중간관리계약서에 대해 공정위에 불공정약관심사를 청구했다.

이에 공정위는 지난 4월 해피랜드 중간관리계약서의 불공정성을 심사한 결과 이를 인정해 총 27개 조항 중 10개 조항이 약관법에 위반돼 무효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5개 시민단체에 약관 무효화 결정을 통지했을 뿐 공식적인 발표도, 시정명령도 전혀 하지 않은 채 해피랜드가 해당 약관을 자진시정했다는 이유로 심사절차를 마무리지었다.

그렇다면 해피랜드가 자진시정했다는 조항들은 중간관리자에게 부당하지 않은 공정한 내용이었을까.

해피랜드의 중간관리계약서 시정 전후 대비표. 공정위의 불공정약관 판정 이후 해피랜드는 자진시정을 했지만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는 여전히 부당한 내용의 조항이라고 지적했다.(사진=환경경찰뉴스)
해피랜드의 중간관리계약서 시정 전후 대비표. 공정위의 불공정약관 판정 이후 해피랜드는 자진시정을 했지만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는 여전히 부당한 내용의 조항이라고 지적했다.(사진=환경경찰뉴스)
해피랜드의 중간관리계약서 시정 전후 대비표. 공정위의 불공정약관 판정 이후 해피랜드는 자진시정을 했지만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는 여전히 부당한 내용의 조항이라고 지적했다.(사진=환경경찰뉴스)
해피랜드의 중간관리계약서 시정 전후 대비표. 공정위의 불공정약관 판정 이후 해피랜드는 자진시정을 했지만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는 여전히 부당한 내용의 조항이라고 지적했다.(사진=환경경찰뉴스)

해피랜드가 공정위로부터 지적받고 시정한 조항은 ▲제5조 제1항의 영업개시 지연시 자동해지 ▲제7조 회사 필요 시 계약조건 변경 가능 ▲제10조 제5항의 매장 인테리어 손해배상 및 무상 사용 ▲제11조 제5항의 거래보증 증액 한도 무제한 ▲제13조 제3항의 위약금 정액조항 ▲제14조 제2항·제5항의 일방적인 할인행사 및 판매수수료 조정 ▲제15조 제4항의 불량상품 반품·교환 ▲제16조 제6항의 상품반품 및 하자품 처리 ▲제17조 제1항의 계약연장시 종전의 의무 계속부담 ▲제26조 제5항·제9항의 잔액지급 및 영업강제 ▲제27조의 전속관할 등이다.

해피랜드가 시정한 내용을 살펴보면 기존 불공정 조항 내용을 유지하려는 회사측 의도를 엿볼 수 있다.

예를 들면 제15조 제4항의 불량상품 반품·교환과 관련된 내용이 그렇다. 기존에는 회사의 잘못으로 인한 불량상품에 대해 매니저는 상품 인수 후 7일 이내에 통지해야만 반품 또는 교환할 수 있었다. 공정위는 매니저의 잘못이 아닌 회사의 잘못인데도 통보 기한을 이토록 짧게 정한 것에 대해 불공정하다고 판단했지만 이후 해피랜드가 시정한 내용은 기존과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 시정안에 따르면 매니저는 회사로부터 상품을 받은 동시에 하자 여부를 확인하고 지체 없이 회사에 통보해야 하며 7일 이내에 어떤 통보도 없으면 회사는 이상 없는 것으로 간주한다. 회사의 잘못으로 인한 하자임이 객관적으로 분명한 경우 통보기한을 두지 않겠다고 했지만 이 역시 판단에 있어서 애매한 부분이다.

이외에 손해배상과 보증금액 증액, 판매수수료 부분 등 언제든 매니저에게 부당하게 적용할 수 있는 조항들이 다분하다. 해피랜드는 과거 대리점과 중간관리자에게 제품 밀어내기를 비롯해 반품 안 받기 등 갑질 횡포를 일삼은 사실이 드러나면서 소비자들의 불매운동이 일어나고 검찰 조사까지 진행된 바 있다. 참여연대는 “시정 후에도 여전히 문제투성이인 해피랜드의 중간관리계약 조항은 그간 있던 회사의 갑질을 또 다시 야기하는데 뒷받침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연중무휴 매출압박 A씨의 비관적 선택, 근로자 아니라서 법적 보호 못받아

A씨의 유가족은 그의 죽음이 이 불공정 조항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고 보고 해피랜드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지만 지난 10월 기각됐다. 해피랜드 관계자는 “재판부는 공정위에서 불공정 약관이라고 한 계약 조항과 매니저의 죽음을 연관짓기 어렵다고 판정했다”라고 전했다.

공정위는 해피랜드의 부당한 중간관리계약 조항과 A씨의 죽음과의 연관성을 인정하고 불공정 약관 판정까지 내렸는데, 왜 민사소송에서 재판부는 인과관계를 인정하지 않았을까? 결국 중간관리계약 형태에서는 회사와 법이 A씨를 직원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두 회사의 입장은 A씨 죽음과 관련해서 “일절 관련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었다.

신세계 스타필드 - “당사는 해피랜드에 매장을 임대해줬을 뿐 중간관리계약 조항에 어떤 관여도 하지 않았고 관여할 수도 없다. 대부분 백화점이 중간관리계약 형태로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데 당사가 이를 대표해서 할 말은 없다”.

해피랜드 - “독립된 사업자인 중간관리자에게 매장을 운영하게 하는 것이기 때문에 당사가 시행하는 중간관리계약은 파견고용이 아니다. 본사는 중간관리자의 출퇴근, 휴무 등에 관여하는 바가 없다”

참여연대는 이처럼 두 회사 모두 사고의 책임에서 빠져나갈 수 있는 중간관리계약 구조 자체의 부당함을 지적하고 있다. 복합쇼핑몰-입점업체-중간관리자 간 중간관리계약 형태의 매장 운영 방식이다. 신세계가 압소바 브랜드를 제공하는 해피랜드에 스타필드 내 매장을 임대해주고 해피랜드는 A씨와 같은 개인과 위탁사업 계약을 체결해 매장을 운영하는 것이다.

신세계는 모든 고용책임을 임차인인 해피랜드에게 떠넘길 수 있고 해피랜드는 위탁관리자를 독자적인 사업자로 분리한다며 핑계거리를 마련했다. 본사는 A씨를 직원처럼 부릴 수 있지만 사실상 법적으로 어떤 기업도 이들의 노동권을 보호해주지 않는다. 이같은 계약 구조에서 유가족들의 민사소송이 패할 것은 어쩌면 이미 예고된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해피랜드 유아복 매장 중간관리자 모집 공고.(사진=패션앤컴퍼니 홈페이지 갈무리)
해피랜드 유아복 매장 중간관리자 모집 공고.(사진=패션앤컴퍼니 홈페이지 갈무리)

 

대규모유통업법 개정됐지만 백화점 매장 중간관리자는 여전히 사각지대

경기도와 전문조사 기관 ㈜케이디앤리서치가 지난 7월 31일부터 10월 1일까지 도내 12개 복합쇼핑몰 내 입점 의류·잡화매장 1745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복합쇼핑몰 입점업체 거래 심층조사에 따르면 입점사업자와 브랜드 본사 계약 형태에 있어서 중간관리점이 71.9%로 가장 많았고 직영점 22.2%, 대리점 5.7%, 가맹점 0.2% 순이었다.

중간관리점으로 입접한 매니저들 중 76.8%가 본사 보증금을 추가로 부담하고 있었으며, 인테리어비 부담(6.4%), 임차료 부담(0.6%), 기타 비용 부담(2.4%) 등을 부담한 사례도 일부 있었다. 이들에게는 유통점이 휴업하지 않는 한 휴식권 보장이 되지 않았으며 일 평균 10~12시간 근무를 해야돼 큰 부담을 느끼고 있었다.

현행 대규모유통업법은 대규모유통업자가 매장을 빌려 상품을 판매하는 임차인에게 부당하게 영업시간을 구속하지 못하도록 규제하고 있지만 법적 보호 대상이 주로 납품업자에만 맞춰져 있다. A씨처럼 브랜드 본사로부터 판매위탁을 받아 대규모유통업체 매장에 입점한 중간관리자들은 유통업자와 직접계약 관계에 있지 않아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에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는 대규모유통업법이 백화점, 아울렛에서 관행처럼 통용되어온 중간관리계약까지 범위를 확대해 중간관리자의 지위를 보호하는 법개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호소하고 있다. 여전히 법적 보호의 사각지대로 남아있는 중간관리형과 수수료형 매장의 불공정 문제를 면밀히 조사하고 이들에게도 근로자로서의 법적 지위를 지켜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민사회의 목소리가 커지자 공정위도 움직임을 보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롯데하이마트 건과 더불어 신세계 스타필드 역시 대규모유통업법과 관련한 공정위의 제재를 피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 관계자는 “아직 신세계측 영업방침과 관련해 대규모유통업법이 적용되는 지 살펴보지 않았는데 이번 불공정약관 심사 결과 등을 고려해 해당 법안 적용 여부를 면밀히 검토하겠다”라고 전했다.

환경경찰뉴스 고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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