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위기동물 백과사전] 작지만 느린 원숭이 친구, 슬로로리스

IUCN 적색목록 취약(VU)종·CITES 1급 지정
우리나라 부산서도 밀수 정황 포착돼

  • 기사입력 2020.12.12 17:31
  • 기자명 고명훈 기자
슬로로리스.(사진=서울대공원 홈페이지 갈무리)
슬로로리스.(사진=서울대공원 홈페이지 갈무리)

세상에서 가장 느린 영장류로 불리는 슬로로리스를 소개하고자 한다. 보통 원숭이들처럼 날쌘 동작으로 숲을 쏘다닐 것 같은 비주얼이지만 이 아이는 천천히 조심스럽게 나뭇가지를 타고 이동한다.

이처럼 신중하고 느릿느릿한 행동 탓에 이름도 슬로우(Slow) 로리스다. 로리스는 네덜란드에서 광대라는 뜻이다.

슬로로리스는 주로 동남아시아나 인도 등 열대우림의 따뜻한 곳에서 살면서도 두터운 꼬리와 빽빽한 털을 지니고 있다. 체내 열 생산시스템이 다른 동물보다 낮은 편이어서 가능한 한 열을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서다.

청각보다는 후각이 더 발달돼 있으며 코에 가죽이 있다. 배가 고플때면 이 기능성 코를 벌렁거리며 냄새나는 벌레를 찾아 잡아먹는다.

땡그란 눈 덕분에 귀여워 보여도 사실 슬로로리스는 다가가기에 조금 위험한 동물이기도 하다. 영장류 중 유일하게 독이 있는 동물로도 잘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팔꿈치 안쪽 분비선에서 독성 물질을 만들어내고 이를 빗 모양의 앞니로 털을 손질하면서 온 몸에 퍼뜨린다. 그리고 언제 어디서든 자신에게 위협이 찾아오면 몸을 동그랗게 말아 그 털을 노출시킨다.

슬로로리스 역시 인간의 욕심에 의한 피해 생물 중 하나다. 불법임에도 불구하고 녀석을 마구잡이로 포획해 사고 파는 행위들이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사람들은 슬로로리스가 공격하지 못하도록 포획 후 마취도 없이 이빨을 제거해버린다. 이 과정에서 상당수가 유해 세균 등에 감염되고 면역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안타까운 죽음을 맞는다.

2015년경에는 우리나라 부산도심 재래시장에서 발견되기도 했다. 한달만에 세마리가 잇따라 발견되자 경찰은 밀수를 의심하고 수사에 나섰지만 단서를 찾지는 못했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은 슬로로리스를 적색목록 취약(VU)종으로 분류하고 있으며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종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CITES)에서도 1급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다.

환경경찰뉴스 고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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