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 다 빨고 한국 떠난 닛산, 차주들 곡소리에도 ‘나몰라라’ 먹튀 논란

재고 다 팔고 철수한 닛산, 결함 책임 물을 주체 사라져
Q50S 미션누유 반복에도 서비스센터는 ‘모르쇠’ 일관
센터들도 하나둘씩 문 닫아...차주 ”내 차는 누가 책임?”

  • 기사입력 2021.01.11 17:04
  • 최종수정 2021.01.12 16:19
  • 기자명 고명훈 기자
2020년 5월 한국닛산은 돌연 국내 시장 철수를 발표했다. (사진=한국닛산 홈페이지 갈무리)
2020년 5월 한국닛산은 돌연 국내 시장 철수를 발표했다. (사진=한국닛산 홈페이지 갈무리)

2020년 5월 한국닛산(대표 허성중)이 갑작스러운 한국 시장 철수를 결정하면서부터 끊이질 않던 닛산 차주들의 우려섞인 목소리가 결국 현실이 됐다.

차주들은 “닛산은 철수 선언과 함께 8년이라는 법적 품질 보증 기간을 내세운 뒤 그 사이에 재고 차량들을 할인 가격에 완판하고, 처치하기 곤란한 차량의 결함 문제와 손해에 대한 책임은 소비자에게 모두 떠넘겼다”라고 지적했다. 제조사로서의 책임은 저버린 채 이윤만 챙기고 쏙 빠져버리는 먹튀 행태에 이 대기업만을 믿고 차량을 구매했던 소비자들은 분노와 상실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반복되는 Q50S 미션 누유 문제...서비스센터 “본사 한국 떠나서 나도 몰라”

A씨는 닛산의 인피니티 Q50S 하이브리드를 운전하던 중 미션 누유 문제로 차량이 멈추는 사고를 겪었다. (사진=환경경찰뉴스)
A씨는 닛산의 인피니티 Q50S 하이브리드를 운전하던 중 미션 누유 문제로 차량이 멈추는 사고를 겪었다. (사진=환경경찰뉴스)
보증기간 만료 이전에는 문제 없다고 그냥 돌려 보냈던 서비스센터측이 보증기간이 만료되자 수리비용 2200만 원가량을 A씨에게 청구했다. (사진=환경경찰뉴스)
보증기간 만료 이전에는 문제 없다고 그냥 돌려 보냈던 서비스센터측이 보증기간이 만료되자 수리비용 2200만 원가량을 A씨에게 청구했다. (사진=환경경찰뉴스)

지난 6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닛산 서비스센터가 본사의 한국 철수를 이유로 차량 결함 문제를 묵인하고 있다며 피해를 호소하는 청원글이 올라왔다. 청원인 A씨는 “미션 오일 누유 문제로 수차례 서비스센터를 찾았지만 센터측은 ‘닛산 본사가 한국을 떠나서 적절한 대응이 안된다’라는 말만 앵무새처럼 반복했다”라고 토로했다.

A씨가 보유한 닛산 차량은 2016년 5월 등록한 인피니티 Q50S 하이브리드 모델(6만 3천km 주행)이다. 그는 얼마 전 차량에 미션 오일이 새면서 도로 한 가운데에서 갑자기 멈춰버리는 사고를 겪었다. 자칫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었던 아찔한 순간이었다. 그러나 서비스센터는 보증기간(4년, 8만km)이 만료됐다며 수리비용 2200만 원가량을 청구했다.

사실 2019년 7월, 보증기간이 만료되기 이전 A씨는 이미 차량에서 같은 현상을 발견하고 서비스센터에 문제 해결을 요청한 바 있다. A씨는 “당시 미션 오일이 새는 지도 모른 채 차량에 경고등이 뜨길래 서비스센터를 찾았었다”라며, “그 때 센터에서 미션오일이 누유되고 정차 중에 갈리는 소음이 발생한 부분을 확인했지만 원인을 모르겠다며 점등된 경고등만 고쳐준 뒤 출고했다”라고 설명했다.

A씨는 서비스센터에 미션 오일 누유 문제 해결을 요청했지만 센터측은 원인을 모르겠다며 점등된 경고등만 고쳐준 뒤 출고했다. (사진=환경경찰뉴스)
A씨는 서비스센터에 미션 오일 누유 문제 해결을 요청했지만 센터측은 원인을 모르겠다며 점등된 경고등만 고쳐준 뒤 출고했다. (사진=환경경찰뉴스)

이후에도 A씨는 정기점검 때마다 미션누유 내용을 전달하며 검사를 요청했지만 센터측은 진행하지 않았다. A씨는 “미션누유 원인에 대해 센터측은 여전히 모르쇠로 일관했고 무슨 대단한 핑계거리인냥 닛산 본사의 한국 철수만을 들먹이며 조치할 수 있는 게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라고 지적했다.

닛산의 인피니티 Q50S 하이브리드 차량은 출시한지 얼마 지나지 않은 2016년 초부터 그간 미션 오일 누유 문제로 말썽이 잦아왔다.

같은 문제를 호소하는 피해 차주들 60명은 인피니티 동호회 ‘인피팸’을 결성하고 2016년 9월 국토교통부에 리콜 민원을 제기했다. 당시 진정서에서 차주들은 “본 미션오일 누유의 결함은 출고가 미쳐 1년도 되지 않고 주행거리도 몇천 킬로 밖에 되지 않는 다수의 신차급의 차들에서 발생하고 있는 바, 해당 차량 전체에 결함이 추정된다”라고 꼬집었다.

Q50S 미션 오일 누유 문제를 호소하는 피해 차주 60명은 2016년 9월 국토교통부에 리콜 민원을 제기했다. (사진=인피팸 온라인 카페 갈무리)
Q50S 미션 오일 누유 문제를 호소하는 피해 차주 60명은 2016년 9월 국토교통부에 리콜 민원을 제기했다. (사진=인피팸 온라인 카페 갈무리)

이에 따라 교통안전공단은 그해 12월 해당 차량의 미션 오일 누유 문제를 조사하고 리콜 명령을 검토했지만 실제 리콜 처분이 이뤄지지는 않았다.

문제는 향후 같은 문제가 지속되더라도 리콜 결정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리콜이나 안전과 관련된 이슈가 발생할 경우 해당 제조사는 국토교통부 등 정부 기관과 협력해 처리해야 하는데 한국법인이 공식 업무를 종료한다면 결국 즉각 대응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A씨는 “닛산 철수만 반복하는 직원들의 말에 지쳐 일본 닛산 본사와의 접촉을 시도하고 있지만 쉽지 않다”라며 “닛산은 큰 골칫거리를 소비자들에게 버리고 도망간 꼴이다. 반윤리적인 대기업의 횡포에 분통이 터진다”라고 토했다.

7000km 주행한 Q50S 차량에서 발생한 미션 누유. (사진=임피팸 온라인 카페 갈무리)
7000km 주행한 Q50S 차량에서 발생한 미션 누유. (사진=임피팸 온라인 카페 갈무리)

 

본사 없는 8년 동안 센터들은 폭탄돌리기...소비자 보호는 누가?

한편, 16년간 한국 시장에서 판매를 이어왔던 닛산이 돌연 한국 시장 철수를 발표한 시점은 2020년 5월이었다. 2019년 국내 일본차의 불매운동이 불거지면서 철수설이 들려올 당시만 해도 “철수 계획이 없다”며 일관된 입장을 보여왔던 터라, 기존 차주들은 AS에 대한 불안감이 커질 수밖에 없었다.

한국닛산은 KCC 모빌리티를 AS 서비스를 총괄할 파트너로 선정하고 2028년까지 닛산 고객에 대한 지속적인 서비스를 보장하겠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지만 이는 자동차관리법에 따라 의무적으로 지켜야 할 보증기간을 형식적으로 지킨 것에 불과하다.

자동차관리법 제32조의2, 자동차관리법 시행규칙 제49조의3에 따르면 자동차를 제작·조립·수입한 주체에게 정비에 필요한 부품을 8년 이상 공급해야 하며, 소비자보호법 시행령 10조3항에도 자동차 AS용 순정부품을 차량 단종 이후 최소 8년간 공급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그러나 이 8년동안 소비자들에게 정상적인 AS가 제공될지조차 의문이다. 국내 대부분 서비스센터는 차량을 판매하는 개인 딜러사가 운영하는데 센터들이 서로 결함 차량을 폭탄 돌리기식으로 떠 넘기며 소비자들에게 불편을 끼치고 있다는 후문이다.

설사 서비스센터가 운영을 중단하고 폐업하더라도 이제 본사마저 철수했기 때문에 책임을 물을 주체가 마땅치 않다. 실제 최근 인피니티 서비스센터 2곳(서초점, 분당점)이 폐점해 현재 국내 남은 서비스센터는 닛산 14곳, 인피니티 11곳이다. 이 마저도 일부 서비스센터의 사업권 매각이 계속 추진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본지는 이와 관련하여 닛산측 입장을 듣기 위해 질의를 보내고 여러 차례 연락을 취했지만, 닛산측 관계자는 “현재 국내 한국닛산인피니티 비즈니스 종료로 담당자들이 대부분 퇴사를 한 상황이라 적절한 답변이 어렵다”라고 전했다.

환경경찰뉴스 고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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