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대림산업 e편한세상거제유로아일랜드 아파트 불법 재하도급 논란

부실공사 소송 1위 대림산업, 여전히 반성 안해
재하도급, 부실공사 이끄는 살인죄 수준의 범죄
자재뿐만 아니라, 인부까지 공급받아…파견 논란
민노총…"재하도급업자 협박해서 일감 강탈했다?"

  • 기사입력 2021.01.26 09:42
  • 최종수정 2021.01.26 14:49
  • 기자명 고명훈 기자
대림산업이 시공하는 거제시 e편한세상거제유로아일랜드 아파트 신축 공사 현장. 재하도급을 받은 업체에서 비계 설비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환경경찰뉴스)
대림산업이 시공하는 거제시 e편한세상거제유로아일랜드 아파트 신축 공사 현장. 재하도급을 받은 업체에서 비계 설비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환경경찰뉴스)

대림산업(주)(회장 이해욱) 건설현장에서 불법 재하도급 문제가 보란듯이 펼쳐지고 있는데 원청사를 비롯해 하청업체, 민주노총 그 누구도 문제를 제기하지 않고 방치하고 있어 논란이 커진다.

재하도급은 과거 삼풍백화점 붕괴, 성수대교 참사, 씨랜드 참사 등 대형 재난사고를 일으킨 부실공사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건설법에서의 재하도급은 형사법상 살인죄에 준하는 수준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그러나 현장에서의 재하도급은 여전히 “원래부터 해 온 통상적인 것”으로 치부되고 있어 사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본지, 대림산업 거제공사현장서 불법 재하도급 계약서 입수

본지는 대림산업이 시공하는 경남 거제시 고현동 소재 e편한세상거제유로아일랜드 아파트 신축 공사 현장에서 하청업체 간 주고받은 계약서를 입수해 불법 재하도급이 펼쳐지고 있다는 정황을 포착했다.

원청사인 대림산업은 석재시공전문업체인 (주)세일하우징과 석공사업 도급 계약을 맺고, 세일하우징은 (주)정보가설과 비계자재를 대여하는 임대차 계약을, (주)대현스카폴리와는 비계시공을 위해 인력을 동원하는 도급계약을 체결했다. 비계는 건축공사를 할 때 인부들이 높은 곳에서 일할 수 있도록 설치하는 임시가설물이다. 정보가설은 최초 계약 당시 세일하우징과 임대차에 노무까지 포함한 계약을 맺었다가 추후 재하도급에 걸릴 것을 우려해 대현스카폴리에게 노무 관련 계약을 따로 체결하도록 했다. 

세일하우징이 최초 정보가설과 맺은 계약서와 추후 대현스카폴리와 맺은 계약서는 이들 하청업체의 인력 동원으로 비계시스템을 설비하고 그에 따른 노무비까지 세일하우징에서 지급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하청업체가 또 다시 하도급을 내주는 재하도급 형태의 계약이었다.

대림산업으로부터 1차 하청을 받은 세일하우징도 재하도급 형태의 계약을 인정했다. 세일하우징 관계자는 “법대로라면 원청사측이 석공업체와 비계업체 따로 하도급을 주는 게 맞지만 여태까지 통상적으로 모든 석공업 계약에는 비계업이 포함돼 있다”라며, “석공사 면허를 가지면서 비계 면허도 있어야 하겠지만 실질적으로 비계공을 따로 들이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우리는 다시 비계를 시공 설치하는 계약을 할 수밖에 없다”라고 변명했다.

반면 대림산업측은 건설산업기본법 시행령 제25조 7항을 근거로 불법 재하도급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해당 조항에 따르면 하도급받은 전체 공사금액 중 20% 이내 해당하는 금액의 공사라면 다시 하도급할 수 있는데, 이 경우 공사의 품질이나 시공상 능률을 높이기 위한 선택임을 인정하는 발주자의 서면승낙과 공사 대금지급 등과 관련한 합의 서면 등 까다로운 절차를 충족해야 한다. 본지는 원청사측에 여기에 해당하는 근거자료와 계약서 등을 요구했지만 거절당했다.

세일하우징과 정보가설이 맺은 가설재 임대차 계약서. 자재 대여와 시공 노무비 지급 내용까지 언급된 재하도급 계약서다. (사진=환경경찰뉴스)
세일하우징과 A업체가 최초 맺은 가설재 임대차 계약서. 자재 대여와 시공 노무비 지급 내용까지 언급된 재하도급 계약서다. (사진=환경경찰뉴스)
세일하우징과 정보가설이 맺은 가설재 임대차 계약서. 자재 대여와 시공 노무비 지급 내용까지 언급된 재하도급 계약서다. (사진=환경경찰뉴스)
세일하우징과 A업체가 최초 맺은 가설재 임대차 계약서. 자재 대여와 시공 노무비 지급 내용까지 언급된 재하도급 계약서다. (사진=환경경찰뉴스)

 

‘단가 후려치기’ 부실공사 낳는 재하도급...책임은 누가?

공정거래위원회와 건설산업기본법에서는 부실공사의 근본적인 원인이 되는 재하도급 형태의 계약을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다. 하도급의 하도급을 줄수록 하청업체에게 주어지는 공사 단가는 줄어들 것이고 이들도 정해진 단가 내에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자재 단가를 최소한으로 줄일 수밖에 없다. 이른바 '자재 단가 후려치기'가 발생하는 것이다. 결국 이같은 구도가 부실공사의 주범이 되고 있다.

건설산업기본법 제96조 제4호에 따르면 불법 재하도급의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으며, 영업정지 또는 이에 갈음하는 도급대금의 30% 상당의 과징금을 처분받을 수 있다.

그렇다면 실제 재하도급 계약이 이뤄진 채 완공한 건물에서 부실공사 문제가 발생했을 때는 누가 책임져야 할까? 그간 사례에서는 발주자, 원청사, 하청업체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꼬리자르기에 급급했다. 큰 인재사고를 낳을 수 있는 중대한 문제임에도 발주자는 원청사에, 원청사는 하청업체에 책임을 떠넘기며 얼마의 과징금을 처분받는 데 그치는 것이 다반사였다.

이 경우에도 마찬가지일 것으로 보인다. 세일하우징 관계자는 “원청사랑 계약할 때 계약을 따기 위해 단가를 낮추다 보면 부실시공 문제가 생길 수 있는데 만약 그렇다면 우리가 책임져야 할 부분”이라면서도, “다만 책임의 여부를 어떤 선까지 해야 할 부분인지는 모르겠다.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책임 지겠지만 하청업체에게만 문제 제기할 일은 아니다”라고 발을 뺐다.

대림산업이 시공하는 거제시 e편한세상거제유로아일랜드 아파트 신축 공사 현장. 재하도급을 받은 업체에서 비계 설비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환경경찰뉴스)
대림산업이 시공하는 거제시 e편한세상거제유로아일랜드 아파트 신축 공사 현장. 재하도급을 받은 업체에서 비계 설비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환경경찰뉴스)

대림산업, 부실공사·하도급법 위반의 총체...그래도 반성은 없다

대림산업은 지난 2019년 국내 10대 건설사 중 아파트 하자 관련 소송 건수가 가장 많은 건설사로 지목됐다. 금융감독원 보고서에 따르면 대림산업이 그해 1년동안 입주민들로부터 받은 아파트 하자 관련 소송이 20억 원 이상의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으며, 하자보수 관련 손해배상 청구 소송은 5건으로 소송 가액은 146억 원에 달한다.

국토교통부 하자심사분쟁조정위원회 통계자료에 따르면 2019년 10월 기준 대림산업은 소비자와 총 182건의 하자 분쟁을 겪어야 했고 이중 71%에 대해 하자 판결이 내려졌다. 대우건설(36%), 롯데건설(34%), 포스코건설(18%)등과 비교하면 2~4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앞서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지난 3년간 대림산업이 저지른 하도급법 위반 건수 기록 역시 이와 일맥상통한다. 대림산업은 2015년 4월부터 2018년 4월까지 3년간 총 2897건의 하도급법 위반을 저질렀다. 하도급 대금과 선급금 지연이자 등 약 15억 원을 미지급하고 서면 계약서 등을 발급하지 않거나 법정기한을 넘겨서 발급해 공정위로부터 재발방지 명령과 과징금 7억 3500만 원을 처분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매년 하자 관련 구설수가 많아도 개선되는 모습이 없다는 점은 이해욱 대림산업 회장의 행적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대림그룹 창업주 이재준의 손자이자 대림산업 1대 회장 이준영의 아들인 이해욱 회장은 그간 갑질과 사익편취 논란 등으로 뉴스에 연신 등장해왔던 인물이다.

이 회장은 2019년 12월 사실상 오너 일가의 개인회사인 에이플러스디(APD)에 대림산업의 자회사인 호텔 브랜드 글래드(GLAD) 수수료를 지급해 사익편취 의혹을 받고 공정거래법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앞서 2017년에는 운전기사에게 욕설하고 폭행한 혐의로 벌금 1500만 원 판결을 받기도 했다. 

잇따른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그는 결국 2018년 3월 대표이사직에서 해임됐었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 작년 1월 다시 회장으로 승진해 대림산업을 이끌고 있다.

대림산업이 시공하는 e편한세상거제유로아일랜드. (사진=DL이앤씨 홈페이지 갈무리)
대림산업이 시공하는 e편한세상거제유로아일랜드. (사진=DL이앤씨 홈페이지 갈무리)

 

민주노총, 대림산업 ‘불법 재하도급‘ 문제 지적 후 재하도급업자 일감 빼앗기 논란

한편, 재하도급 논란이 일고 있는 이 대림산업의 현장 내부에서는 재하도급을 받은 비계시공업 하청업체 사업자와 민주노총간의 갈등이 일고 있다. 민주노총 부산울산경남건설지부 비계분회(이하 부울경 민주노총)에서 이미 세일하우징과 계약을 맺고 들어온 영세 비계시공업체의 일감을 빼앗고 있다는 주장이었다.

해당 비계시공업체의 사업주 C씨는 “민주노총에서 수차례 찾아와 우리보고 나가지 않으면 현장을 멈춰 세운다며 조직적으로 협박해 공포 분위기를 조성했다”라며, “똑같은 방식으로 현장을 빼앗긴 업체가 많다고 들었는데 우리도 정말 당할지는 몰랐다. 실제로 현재 아파트 7동 중 4동을 빼앗긴 상태다”라고 토로했다.

민주노총의 불법 재하도급 문제 제기 화살은 역설적이게도 재하도급업체에게로 날아가 피해를 끼치고 있었다. 사업자 간 계약 중간에 민주노총이 끼어들어서 일감을 강탈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이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측은 “비계업 개인 사업자분들이 우리 때문에 일자리를 잃었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비계시공업체가 하청업체인 세일하우징과 또 다시 도급계약을 맺은 것 자체가 불법 재하도급”이라며 “이처럼 현재 건설현장에 재하도급 형태의 계약이 만연해 있다“라고 반박했다.

이어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측은 “해당 아파트 건설현장은 하도급업체인 세일하우징과 재하도급업체와 계약을 맺고, 자재 대여 뿐만 아니라 필요한 인부들을 인력 공급업체로부터 공급받아 작업하고 있었다(위장도급)“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민주노총측은 “힘을 써서라도 만연해 있는 재하도급 계약을 없애는 게 맞는데 분회 조직이 크지 않다보니 해결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앞으로 계속 조치해야 할 부분은 맞다”라면서도, “지금 해당 건에 대해서는 대림산업과 잘 얘기가 돼서 원만하게 지내는 중”이라고 말했다.

현재 경찰은 부울경 민주노총이 노조 활동 외에, 집단의 사리사욕을 위해 재하도급 업체를 상대로 한 협박이 있었는 지, 조사 중이다.  

민주노총이 세일하우징과 불법재하도급 계약을 맺은 비계시공업체 대표에게 협박을 했다고 주장한 녹취록 (화자1=비계시공업체 A씨, 화자2=민주노총 부울경지부 관계자). (사진=환경경찰뉴스)

환경경찰뉴스 고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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