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쓸.신.환.] 스트레스 날리는 캡사이신, 왜 이렇게 매울까요?

알아두면 쓸모 있고 신기한 환경상식 312
고추가 스스로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내는 독성 물질

  • 기사입력 2021.02.02 11:46
  • 기자명 고명훈 기자
고추. (사진=픽사베이)
고추. (사진=픽사베이)

‘김치, 매운 닭발, 떡볶이, 매운탕 고추장찌개...’ 생각만 해도 입에 군침이 돌지 않나요? 이처럼 한국인이 사랑하는 매운맛, 그리고 이를 담당하는 필수 식재료 고추는 우리 밥상에서 빠질 수 없죠.

고추가 매운 이유는 바로 이 식재료 속에 들어있는 화학물질, 캡사이신 때문인데요. 사실 캡사이신 그 자체로는 색과 향이 없는 휘발성 화합물이라고 해요. 캡사이신은 고추씨에 다량으로 함유돼 있는데 곰팡이나 세균, 해충과 같은 해로운 환경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고추가 스스로 만들어내는 물질이라고 합니다.

미국 애리조나주 남부의 칠레 고추밭에서 고추를 먹는 동물들을 관찰한 결과, 고추에 위협이 되는 동물에게는 캡사이신이 독으로 작용해 고추를 멀리하려 했던 반면 고추의 씨를 퍼뜨리는 데 도움이 되는 새 등의 동물에게는 고추가 맛있는 먹이가 됐다고 하니 참 신기하죠.

적당량의 캡사이신은 우리에게도 도움이 됩니다. 매운 음식을 먹으면 캡사이신이 통증 수용체를 자극해 뇌에서 체내 진통제 역할을 하는 엔도르핀을 분비하게 됩니다. 우리가 매운맛 음식을 먹고 스트레스를 푸는 경우가 이 때문이죠.

또 매운 음식을 먹으면 땀이 나면서 체온이 오르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되는데 이는 캡사이신이 교삼신경을 자극해 아드레날린이 분비되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캡사이신은 열량 소모를 촉진해 다이어트에도 도움을 주고 체내 활성산소의 활동을 억제하고 면역작용을 하는 대식세포를 활성화해 면역체계를 튼튼하게 만드는 데에도 효과가 있습니다.

매운맛으로 스트레스를 푸는 사람도 있지만 매운맛이 고통스러워 잘 못 먹는 사람도 있는데요. 이 경우는 매운맛이 미각이 아닌 통각을 자극하기 때문입니다. 캡사이신 분자가 혀에 닿으면 혀 표면에 분포된 분자 수용체에 달라붙게 됩니다.

이런 분들은 기름진 음식을 먹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캡사이신은 물보다 기름에 더 잘 녹는 성질이 있기 때문인데요. 또 우유 속 지방 역시 캡사이신을 녹이는 데 도움이 되니까 매운 음식이 익숙하지 않다면 미리 우유를 챙겨 두는 것도 좋겠습니다.

환경경찰뉴스 고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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