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천구 유치원 교사, 아이들 급식에 ‘모기 기피제’ 유해물질 투여 논란

지금까지 확인된 피해 아동 17명...복통, 코피 등 호소
경찰, 가해 교사로부터 약통 수거 후 화학물질 검출

  • 기사입력 2021.02.22 18:17
  • 기자명 고명훈 기자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갈무리)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갈무리)

서울시 금천구에 위치한 한 초등학교 병설유치원에서 유치원교사가 아이들 급식과 간식에 모기 기피제와 계면활성제 성분 등 유기화학물질이 섞인 액체를 넣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충격을 주고 있다.

아무것도 모르고 선생님이 주는 대로 밥을 먹은 아이들은 동시다발적으로 두통과 코피, 복통 등 증상을 호소하고 있지만, 해당 유치원 원장의 소극적인 대처와 가해 교사의 태도에 학부모들은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지난달 27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병설유치원 특수반 교사가 아이들에게 유해물질을 먹게 했다고 주장하는 학부모 A씨의 청원글이 게재됐다. A씨에 따르면 경찰 CCTV 분석 결과 작년 11월에만 수차례 범행이 발견됐으며 지금까지 밝혀진 피해 아동은 총 17명이며 모두 5~7세 정도 되는 아이들이었다.

아이들의 급식과 간식에 유해물질을 투여한 혐의를 받는 가해 교사, 박모 씨는 교육청 소속의 특수 학급을 담당하는 교사로 전해졌다. 학부모들이 경찰 입회하에 보게 된 유치원 CCTV 속에서 박씨는 아이들의 급식에 미상의 액체와 가루를 넣고 손가락을 사용해 섞은 뒤 아이들에게 먹게 했다.

경찰은 박씨의 책상에서 작은 물약통 8개를 수거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분석을 의뢰했고 그 결과 수거된 약통에서 모기 기피제와 계면활성제 성분이 검출됐다. 특히 이번에 발견된 모기 기피제 성분 디에틸톨루아미드는 피부에 바르는 용도로, 섭취할 시 즉시 진찰받아야 하는 화학 물질이다.

박씨는 교사 직위해제를 통지받았지만 범행사실을 일체 부인하고 있다.

A씨는 “아직 가루의 정체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미상의 가루와 액체를 넣은 급식을 먹은 아이들이 두통, 구토,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켰다. 20분 넘게 코피를 멈추지 않은 아이와 끔찍한 복통을 호소하며 식은땀을 한 바가지 흘리는 아이도 있었다”라며, “가해 교사는 변호인단을 꾸려 지위해제 취소신청을 진행하며 일말의 반성도 보이지 않고 있다”라고 분노했다.

A씨는 사건 발생과 관련해 뒤늦은 행정처리도 지적했다. 관계 당국이 사건을 인지한 뒤 한 달이 지나고 나서야 아이들에게 건강검진을 받게 하고 그 결과 아이들의 혈액에서 알레르기 수치가 급식을 먹지 않은 다른 아이들보다 최대 14배까지 높게 나온 사실 등 이상 수치가 확인된 것이다.

문제의 병설유치원 원장의 태도는 학부모들에게 더 큰 상처를 안겼다. A씨는 “유치원 원장은 학부모들의 원성을 듣고서야 형식적인 사과를 했으며 공식 사과문도 기재하지 않아 항의 전화를 걸자 이틀이 지나서야 사과문을 기재했다. 심지어 가해 교사에 대한 법적 조치를 취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CCTV 열람 등 피해자 학부모들이 요청하는 부분들도 절차를 핑계로 거부했다”라며, “앞으로 아이들의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두렵기만 한 부모들은 잠도 이루지 못하고 눈물 속에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라고 토로했다.

경찰은 수거한 물약통 안의 물질과 가해 교사가 아이들의 급식에 넣은 액체가 동일한 성분인지 확인 절차를 거친 뒤 해당 사건을 검찰에 송치할 것으로 전해졌다.

환경경찰뉴스 고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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