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개 대기업 CEO 참석’ 첫 산재 청문회 개최...“죄송합니다”

국회 환노위, 9개사 대표에 산재 재발방지 촉구
잇따른 질타에 CEO들 연신 고개 숙이고 사과

  • 기사입력 2021.02.22 19:36
  • 기자명 고명훈 기자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사진=픽사베이)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사진=픽사베이)

산재 빈도가 가장 높은 9개 기업 대표가 직접 참석한 사상 첫 산업재해 청문회가 오늘(22일) 열렸다. 여야 가릴 것 없이 국회의원들의 질타가 잇따른 가운데 CEO들은 연신 “송구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포스코, GS건설, 쿠팡 등 최근 2년간 산재가 자주 발생한 9개 기업 대표들을 불러 재발방지를 촉구했다. 대기업 대표를 증인으로 불러 청문을 하는 건 국정감사를 제외하고 이례적인 일로, 그만큼 산재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이 크다는 사실을 시사하고 있다.

첫 질의자로 나선 국민의힘 김웅 의원은 최근 허리 지병을 이유로 청문회 자리에 불출석하려고 했던 최정우 포스코 대표이사를 불러 “주식회사 포스코 대표이사께서 내실 만한 그런 진단서는 아니라고 본다. 허리 아픈 것도 불편한데 롤러에 압착돼서 죽으면 얼마나 괴롭고 고통스럽겠나”라고 꼬집었다.

이에 최 이사는 “이 자리에서 유족분들께 진심으로 사죄드린다. 안전 최우선 경영에 반영하여 무재해 사업장을 만들도록 하겠다”라고 고개를 떨궜다.

더불어민주당 이수진 의원은 한영석 현대중공업 대표를 향해 질책했다. 이 의원은 한 대표가 “사고가 일어나는 유형을 보니까 실질적으로 불안전한 상태하고 작업자의 행동에 의해서 많이 일어나는 것 같다”라고 한 발언과 관련해 “(대표가) 이런 생각을 갖고 있다면 아마 중대재해법에서 피해 나갈 수 없을 것 같다”라고 지적했다.

같은 당 장철민 의원은 “노동자의 불안전 행동 때문에 산재가 발생한다면 우리가 이런 청문회를 왜 하겠는가”라고 강조했다.

잇따른 의원들의 질타에 한 대표는 “불안전한 작업이 안 일어날 수 있도록 작업 표준을 바꾸고 비정형화돼 있는 작업을 정형화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물러섰다.

최근 경북 칠곡 물류센터 근무 후 숨진 고(故) 장덕준 씨와 관련하여 조셉 네이든 쿠팡풀필먼트서비스(CFS) 대표에게도 지적이 쏟아졌다. 지난 18일 택배노조는 쿠팡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측에 과로사 재발 방지대책 마련을 촉구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네이든 대표는 “나에게도 고인과 나이가 같은 딸이 있다. 고인의 부모님께서 얼마나 깊은 상처를 받았을지 상상조차 어렵다. 재발을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사과했다.

한편, 이날 국회에는 고용노동부에서도 출석해 산업안전보건청을 신설하고 담당조직과 인력을 대폭 보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환경경찰뉴스 고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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