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생물자원관, 세계 최초 여름철새 벙어리뻐꾸기 이동경로 알아내

필리핀 거쳐 4천여 km 이동하는 것으로 확인
7월 번식지 떠나 10월 인도네시아 동부 도착

  • 기사입력 2021.03.02 09:14
  • 기자명 고명훈 기자
위치추적기를 부착한 벙어리뻐꾸기. (사진=환경부)
위치추적기를 부착한 벙어리뻐꾸기. (사진=환경부)

국내에서 번식하는 여름 대표 철새 벙어리뻐꾸기의 이동경로가 최초 확인됐다. 국립생물자원관은 벙어리뻐꾸기의 이동경로를 지난해 5월부터 약 9개월간 추적한 결과, 이 새가 필리핀을 거쳐 인도네시아 동부까지 4천여 km 이상 이동하여 월동하는 사실을 처음 알아냈다고 밝혔다.

두견이목 두견이과에 속하는 여름철새 벙어리뻐꾸기는 탁란이라는 독특한 방식으로 번식하는 종이다. 탁란이란 번식 개체가 새끼를 스스로 기르지 않고 다른 종이나 다른 개체의 둥지에 알을 낳아 다른 개체가 자신의 새끼를 기르게 하는 번식 방법이다. 벙어리뻐꾸기는 동유럽에서부터 우리나라를 포함한 아시아 전역, 호주 북동부까지 분포하며 우리나라에는 5월부터 날아와 번식한다.

그동안 벙어리뻐꾸기의 이동경로는 국제적으로 밝혀진 사례가 없었는데 이번 연구를 통해 처음으로 확인됐다.

국립생물자원관 국가철새연구센터는 벙어리뻐꾸기 이동경로 연구를 위해 2020년 5∼6월 경기도 양평군과 가평군, 강원도 화천군에서 포획한 벙어리뻐꾸기 6마리에게 위치추적용 발신기를 부착한 후 이동을 추적했다.

그 결과 6마리는 2020년 6월 말부터 7월 말에 번식지를 떠나 이동을 시작했으며 이 중 4마리는 필리핀을 거쳐 인도네시아 동부지역까지 이동한 것이 확인됐다.

이동이 확인된 벙어리뻐꾸기 4마리는 2020년 10월 초부터 11월 초까지 인도네시아까지 평균 4,691km를 이동한 후 말루쿠우타라와 파푸아바랏에서 겨울을 보낸 것으로 나타났다.

벙어리뻐꾸기가 국내 번식지에서 인도네시아 월동지까지 이동한 기간은 평균 109일(95~115일)이었으며 일일 평균 약 43km (39~47km)의 속도로 이동했다.

배연재 국립생물자원관장은 “이번 연구는 그동안 베일에 가려져 있던 벙어리뻐꾸기의 이동경로와 국내 번식집단의 월동지를 최초로 확인했다는 점에서 학술적인 성과가 크다”라며, “국립생물자원관은 이동경로가 밝혀지지 않은 철새를 대상으로 이동경로 연구를 지속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환경경찰뉴스 고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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