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위기동물 백과사전] “이것은 연인가, 매인가”...우아한 사냥꾼 잿빛개구리매

천연기념물 제323-6호·IUCN 적색목록 LC(관심)종 지정
서식지 파괴 및 텃새들과의 경쟁에서 밀려나 개체 수 줄어

  • 기사입력 2021.03.09 17:28
  • 기자명 고명훈 기자
잿빛개구리매. (사진=픽사베이)
잿빛개구리매. (사진=픽사베이)

예리한 눈빛으로 사냥감을 포착한 뒤 우아한 잿빛 날개를 펼치며 날아올라 날카로운 발톱으로 순식간에 상대를 제압한다.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맹금류 중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보호받고 있는 잿빛개구리매를 소개한다.

몸길이 43~52cm 정도에 날개 길이 1m가 넘는 잿빛개구리매는 사실 우리나라에 계속 서식하는 것이 아니라 겨울에 왔다가 돌아가는 철새 중 하나다. 유라시아 대륙과 북미 등지에서 주로 번식하며 인도, 중국, 인도네시아, 일본 등에서도 월동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잿빛개구리매의 영어 이름은 ‘Hen Harrier(암탉 사냥꾼)’로 양계장을 침략하는 맹금 정도로 치부되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다른 개구리매와 마찬가지로 천연기념물로 지정됐을 뿐만 아니라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으로 분류될 정도로 귀한 존재다.

잿빛개구리매는 수컷과 암컷의 모습이 서로 다르다. 수컷은 머리, 등, 꼬리, 날개 윗면이 밝은 회색이며 복부와 날개 아랫면은 흰색을 띤다. 반면 암컷의 몸은 전체적으로 갈색이며 몸 아랫면이 어두운 흰색에 갈색 세로줄 무늬가 새겨져 있다. ‘잿빛’이라는 이름은 수컷의 생김새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보인다.

주로 습지, 농경지 등에서 단독으로 생활하는 녀석들의 주 먹이는 설치류와 자신보다 작은 조류 등이다. 양 날개를 ‘V’자 모양으로 펼친 상태로 연처럼 천천히 날다가 먹잇감을 발견하면 곧바로 내리꽂아 눈 깜빡할 새 낚아챈다.

지상에 있는 작은 동물들이 주 목표물이 되지만 하늘을 함께 나는 조류들도 녀석들은 가리지 않고 추격해 사냥을 일삼는다.

일부다처제인 잿빛개구리매의 번식기는 4월 중순부터 7월 초순까지다. 보통 수컷 한 마리당 2~3마리의 암컷과 교미해 5월이면 대부분 산란을 마친다.

최근 잿빛개구리매와 같은 많은 맹금류와 철새가 겨울철 보내기를 힘들어하고 있다. 녀석들이 좋아하는 풀이 무성한 습지와 낮은 산, 하천 부근의 풀밭이 환경오염으로 훼손됐기 때문이다.

간척사업, 습지매립, 하천정비 등 생태파괴가 이어지면서 녀석들이 발 디딜 곳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 기존 이곳을 점령하던 까마귀와 까치 등의 텃세도 이들의 개체 수 감소에 한몫하고 있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은 잿빛개구리매를 적색목록 LC(관심)종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으며 이들이 살 수 있는 터전인 습지 보호 운동을 펼치고 있다.

환경경찰뉴스 고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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