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국공립 어린이집서 장애아동 집단학대..."아이들, 끔찍한 트라우마 속에 살아"

피해아동들 대인기피·공황장애 등 트라우마 겪어
부모들, 원장 및 교사 채용 과정서 비리 의혹도 제기

  • 기사입력 2021.03.18 18:30
  • 기자명 고명훈 기자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갈무리)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갈무리)

인천 서구에 소재한 국공립 어린이집에서 교사들의 상습적인 장애아동 집단학대 사실을 목격한 부모들은 피눈물을 흘리며 강력한 처벌을 내려달라고 읍소했다.

지난 16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인천 서구 국공립 어린이집 상습 집단 아동 학대를 한 원장과 교사 모두를 엄벌에 처해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와 시선을 끌었다.

학대 피해 아동들의 부모로 보이는 청원인은 "우리 아이들은 2개월 간 약 300건의 학대를 당했다"라며, "장애가 있는 아이들, 말을 못하는 아이들, 자신의 의사를 표현할 수 없는 유아들 위주로 학대를 일삼았으며 훈육을 핑계 삼은 학대가 지속되고 있었다"라고 주장했다.

부모들은 직접 CCTV를 통해 확인한 보육교사들의 학대 행위를 설명했다. 그는 "낮잠을 자지 않는 장애가 있는 아동의 얼굴을 4차례 때린 뒤 아이가 고개를 들 때마다 2분간 아이를 때림, 아동의 목을 감싸고 왼주먹으로 머리를 14회 때림, 아이를 때린 뒤 CCTV 사각지대로 데리고 감, 아이들을 자지 않는다며 이불장에 가둠, 아이가 똥을 쌌다고 기저귀로 얼굴을 때림 등등 차마 입으로 담을 수 없는 영상들을 보고 며칠간 밥도 먹지 못했다"라고 토로했다.
 
학대를 당한 아이들은 극심한 트라우마를 겪고 있다고 한다. 청원인은 "아이들의 극심한 트라우마 치료를 위해 심리센터에 다니기 시작했는데 학대한 보육교사와 체격이 비슷한 선생님을 보고 엄마 뒤에 숨고 불안해하고 있다"라며, "이런 모습을 지켜보는 저희도 하루하루 마음에 병이 들고 있다"라고 울분을 토했다.

그러면서 "배변 훈련에 극심한 공포를 가진 아이, 코피를 쏟는 아이, 밤에 잠들지 못하고 새벽까지 우는 아이, 어린이집 가방만 봐도 무섭다고 가방을 쓰레기통에 버리는 아이 등등 여전히 다양한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라며 "극심한 학대를 겪은 두 명의 아이는 대인기피증과 공황장애를 겪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해당 국공립 어린이집의 보육교사 6명은 지난해 11∼12월 장애아동을 포함한 1~6세 원생 10명을 상습적으로 학대한 혐의를 받고 있으며 전 원장은 이들의 학대를 방조한 혐의로 각각 기소됐다.

학대 피해 부모들은 "아동학대 법을 강화시켜 많은 아이들에게 끔찍한 학대를 가하고 지울 수 없는 트라우마를 남긴 이번 인천 국공립 어린이집의 가해 또는 방임 교사들에게 종신형 선고를 간곡히 청원드린다"라며, "어린이집 보육교사와 장애 전담 교사가 전문성을 갖출 수 있도록 자격 취득 과정의 난도를 높여달라"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또한 아동학대 관련 법을 개정해 학대 및 방임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 또 다른 학대 피해를 막아달라고도 청원했다.

또 해당 어린이집의 원장 채용 과정 비리를 주장하며 투명하고 공정한 채용절차로 국공립 원장과 교사를 뽑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어린이집 전 원장은 4∼5년 경력단절이 됐으나 8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원장 자리에 앉아 인천시장 특별보좌단으로 활동한 이력을 활용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라며 "이러한 집단 상습 학대의 비극을 방지하려면 투명하고 공정한 채용 절차가 필요하다"라고 호소했다.

환경경찰뉴스 고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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