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훼손과 이용의 차이, “기생과 공생”

  • 기사입력 2019.01.21 18:32
  • 기자명 환경경찰뉴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옛날에 시골부자는 ‘일부자’였다. 우리 집이 조부의 근면과 절약 덕에 꽤 부자였는데 손자는 그 덕을 보아 여름이면 매일 오후엔 산에 소를 먹이러 가야했다. (시골에서 ‘소멕이러 간다’는 것은 소를 산으로 몰고 가 풀을 뜯어 먹게 한 후 배부른 소를 도로 몰고 돌아오는 일을 말한다.) 여름이면 2시쯤에 산에 올라갔다가 저녁 7시쯤에 내려오는데 가난한 집 친구들은 소가 없으니 포구나무 정자 옆 그늘에서 땅따먹기 놀이하고 놀고 있는데 소 몰고 산에 가는 기분은 지금도 별로 생각하고 싶지 않다. 그 때, 60년대의 산이란 큰 나무가 간혹 하나 둘씩 서 있고 그 밑은 키가 작은 관목들과 억새 등 풀들이 나 있는 소위 민둥산이 대부분이었다. 그래도 여름이면 풀이 많아 보기가 흉하지도 않았고 낮은 산등성이 사이엔 검고 큰 바위들이 길게 누워 있고 그 사이사이에는 망개나무가 군집을 이루고 있어서 보기에 그리 나쁘지 않았다. 논에 있는 파란 메뚜기와 달리 산에는 짙은 갈색 메뚜기가 튀어 오르고 잠자리도 날고, 여치나 개구리도 뛰고 개미나, 어쩌다 뱀도 지나가고, 여하튼 몇 시간 노는 데에는 괜찮은 곳이었다. 망개나무 잎사귀를 따서 억새풀 꽃대 마른 것을 잘라서 서로 엮어서 왕관을 만들어 쓰기도하고 푸르고 신맛이 나는 망개를 따 먹거나 바위 사이에 자라는 개암나무에서 우리는 ‘깨꼼’이라고 부르는 개암(hazelnut-도토리 같은 형태이나 여름에는 푸른 열매, 고소한 맛이 남)도 따먹고 심심하면 평평하고 까만 바위위에 누워 하늘을 지나가는 흰 구름을 보거나 그러다가 잠간 잠이 들거나, 여하튼 그런 산과 자연이 그 때는 우리 곁에 있었다.

안타깝게도 이제는 우리 아이들은 설사 그들이 시골에 산다 하드라도 이런 자연을 경험하고 즐거운 마음의 공간을 만들 수 없다.

산은 잡목으로 우거져 들어갈 길도 없어져 버렸고 소는 농사짓는데 더 이상 쓰지 않으니까 모두 목장으로 갔고, 설사 다 있더라도 아이들은 그렇게 한가하게 놀 시간이 없다.

이제는 이런 기억을 잊어버려야 한다. 잃어버린 기억과 잊어버려야 하는 기억의 차이가 세월과 현실의 벽을 깨닫게 한다.

고승 성철 전 종정의 그 유명한 신년 법어,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가 귀에 맴돌지만 우리의 현실은 ’산은 산이 아니요, 물은 물이 아니로다‘로 귀결될 법하다.

도시가 점점 외곽으로 퍼져 나가면서 대도시 주변의 완만한 산은 모두 밀리고 뜯겨나가 흉물이 되어버렸고 경사가 심한 산도 계단식으로 깍아 집이 들어서거나 아니면 추모공원으로 변해 버렸다. 좀 더 계획적으로 개발하여 자연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채 개발될 수 있다면 좋은 국토이용이 되겠는데 이 점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현재 무성한 산림도 잡목을 베어내고 비 경제림인 혼합림이 대부분인 현재의 산림형태를 경제림으로 조성하여 가꾸어야 할 시점이지 60, 70년대 같이 홍수예방에 급급할 시기는 아니다. 여기에 덧붙여 또 하나는 우리나라에서는 도처에 산이 많아 토지이용효율이 떨어진다고 생각하고 산이 주는 고마움을 느끼지 못하고 사는데 이렇게 흔한 산이 주는 고마움을 네덜란드에 가보면 깨달을 수 있다. 산이 없는 네덜란드에서 2시간 정도 차를 타고 달리다 보면 무언가 답답하고 갑갑한 느낌을 받는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몇 시간 동안 고도의 차이 없이 오르락내리락 하지 않고 밋밋하게 계속 달려서 일종의 싫증이 온 것이었다.

개발보다 더 어려운 것이 재개발인데 세계적으로 재개발을 계획적으로 잘 이루어 낸 대표적인 곳으로 런던의 구 항구지역(docks land)의 재개발(slum clearing)을 들 수 있다. 과거 식민지가 많았던 시절 영국은 세계 각지에서 나는 산물들을 배로 실어 왔는데 그 때 배들이 정박하도록 하기 위하여 템즈강 연안, 특히 북부 연안에 여러 개의 독(dock)을 건설하여 운영해 왔다. 가까운 곳에서나 가벼운 물건들을 운반하는 비교적 작은 배들은 템즈강 중류지역에, 부피가 크고 무거운 화물을 실어 나르는 큰 배들을 위한 독은 하류 쪽에 건설하였다. 세월이 지나 이제는 해가 지는 영국이 되자 그 항구들이 불필요해졌고 늘어나는 인구와 금융 등 새로운 산업의 필요에 의해 많은 토지가 필요해지자 구 항만의 재개발을 하게 된 것이다. 이를 통하여 현재의 런던은 고풍과 현대적 활기를 동시에 가진 아름답고 토지이용의 효율화를 이룬 대도시로 변모하였다, 산업과 문화가 공존하는 복합도시로 다시 태어난 것이다. 서울의 재개발에 부분부분 참고할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성철스님의 법어에 물이 나왔으니 물 이야기도 좀 하도록 하자.

물의 용도는 크게 생활용수와 산업용수로 나눌 수 있고 거기에다 운반을 위한 교통로가 그 기능으로 추가될 수 있을 것이다. 물의 중요성은 우리 몸에서 수분이 차지하는 비율(55~80%, 대체로 연령대별로 차이가 있고 신생아에서 노년으로 갈수록 비율이 줌어듬)만 보아도 알 수 있듯이 보이지 않는 공기와 함께 우리의 일상생활의 많은 부분을 결정하는데 주요한 제약적 요소(restrictive factor)가 된다. 이 중에서 수질이 중요한 것은 산업용수보다는 생활용수, 음용수인데 물 맛이 좋아야 한다는 말은 어려서부터 많이 들어온 바이다. 건강에 필수인 물의 체내량은 마시는 양과 체내 염분의 양이 영향을 끼친다. 물속에 여러 유용한 무기성분이 포함되고, 유해한 유기성분이 없는 순수한 물을 우리는 필요로 한다. 그러한 물은 자연조건에 따라 결정되고 생산되는데 인간 활동은 중요한 물의 성분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쳐 수질을 오염시킨다. 같은 지질조건이고 인간의 활동에 따른 오염이 없다면 지표면에서 지하로 흘러서 장시간 걸러진(filtering된) 물이 더 깨끗하다고 본다.

이렇게 장황하게 물에 대한 상식을 이야기하는 의도는 교과서를 일독하는 기분으로 다시 한번 생각하고 바르게 행동하자는 뜻이다. 물을 오염시키는 행동을 그만두고 이처럼 귀한 물을 아껴 쓰자는 뜻이다.

세계적으로도 물 부족국가로 분류되는 한국은 1인당 물소비량이 대단한 나라이다.(하루 수돗물 소비량 ; 한국 333L, 프랑스 232L, 영국 139L, 덴마크 114L/서울 신문, 2012.5.3.) 물 많이 쓰고 쓰레기 많이 배출하는 선진국은 없다고 단언한다. 국민소득 3만 달러에 걸맞는 문화국민이 되기를 우리 모두 다짐해보자.

 

박성원 칼럼니스트
서울대, 독일 쾰른대 대학원, 키일대 세계경제연구소 객원연구원, 자유 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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