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세계적 테니스 신동의 그림자를 벗고 진정한 창업가로

최동휘 라온티엔에스 대표

  • 기사입력 2022.12.15 13:19
  • 기자명 조희경 기자
(사진=라온티엔에스)
(사진=라온티엔에스)

한 분야에서 정상에 오르는 것은 참으로 어렵고, 재기를 하는 것은 더더욱 쉽지 않다. 하지만 이보다도 더 어려운 일은 전혀 새로운 다른 분야에 도전하는 것이다. 과거의 영광을 뒤로 하고 다시 출발점에 서는 창업가는 드물지 않지만, 그래도 특별히 눈길이 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라온티엔에스의 최동휘(36) 대표 이야기다.

최 대표는 어려서부터 촉망받는 테니스 유망주였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국내에는 적수가 없었을 정도였던 그는 13세에 세계적 테니스 스쿨인 ‘닉볼리티에르’에 동양인 첫 전액 장학생으로 다녀왔다. 닉볼리티에르는 피트 샘프라스를 비롯해 안드레 아가시, 린제이 데이븐포트, 안나 쿠르니코바 같은 세계적인 선수들을 배출한 명문이다.

그는 이곳에서 닉볼리티에르 그랑프리 16세부 준우승에 이어 주니어이스터클래식 16세부 1위에 오르는 등 6개 대회에 출전해 4회 우승과 2회 준우승을 기록했다. 

하지만 화려한 유소년기와 달리 성인이 된 이후의 선수 생활은 쉽지 않았다. 세계무대에서 제대로 꽃을 피우기도 전인 25세부터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렸다. 재기를 위해 피를 깎는 노력을 거듭했지만 결국 서른의 나이에 은퇴를 결정했다.

“어깨와 고관절을 다치게 된 것이 결정적이었습니다. 재활로는 도저히 극복할 수가 없더라고요. 30년 동안 투신했던 테니스 코트를 떠난다는 게 정말 받아들이기 어려웠습니다.”

어느 종목이나 선수 출신들은 자신이 해왔던 분야에서의 코칭을 업으로 삼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심한 부상으로 운동을 그만둔 최 대표는 그 또한 쉽지 않았다. 그의 말대로 진통제 없이는 일상생활조차도 어려웠기 때문이었다. 

어쩔 수 없이 일반 회사의 사무직으로 들어가 3-4년 동안 일하면서 다행히 몸은 조금씩 나아졌다. 이내 테니스가 그리워진 그는 취미 삼아 다시 라켓을 잡았고, 과거의 경험을 살려 코칭도 시작했다.

다시 테니스의 세계로 돌아오면서 많은 부분들이 눈에 들어왔다. 생활 스포츠 영역의 테니스는 생각보다 인기가 높았다. 많은 이들이 테니스를 즐기고, 또한 입문하려는 이들도 점점 많아지고 있었다. 반면 인프라가 따라주지 못해 저변 확대에 한계가 뚜렷하다는 점도 동시에 깨달았다. 배우고 싶지만 연습할 공간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테니스 코트가 부족하다보니 실력이 어느 정도 되지 않으면 들어가 어울리기 쉽지 않습니다. 실력을 쌓으려면 최소 몇 년은 꾸준히 훈련해야 하는데 그게 어려우니 악순환이 되는 거죠. 얼굴이 두껍거나 타고난 운동신경이 좋은 일부를 제외하면 입문 자체가 쉽지 않았어요.”

고민 끝에 최 대표가 내린 해법은 테니스 입문자들을 위한 실내 연습장이었다. 골프와 야구가 스크린 연습장을 통해 저변이 확대된 것에 주목한 것이다. 그는 치밀한 계획 끝에 지난해 2월 인천 청라에 실내 연습장의 문을 열며 창업가로 전격 변신했다.

예상을 뛰어 넘는 뜨거운 반응에 그해 7월 2호점을 오픈했고, 올해 들어 범계·안산·송도에 순차적으로 가맹점을 열었다. 지난 8월에는 직영 3호점, 9월에는 남양주에 새로운 매장이 탄생했다.

단순히 똑같은 실내 연습장을 줄줄이 만든 것이 아니다. 각 연습장마다 코트의 사이즈를 달리하고 사용하는 기계와 프로그램도 다양하게 배치했다. 이를 통해 테니스 동호인들의 운동 스타일과 이용 시간, 선호하는 인테리어와 프로그램 등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하고 있다.

“실제 크기와 비슷하고 빠른 공이 나오는 코트에서는 테니스를 오래 경험한 고객들의 만족도가 높습니다. 대신 작은 코트에서는 여성과 아이들에만 국한하기보다 여성과 아이들은 물론 입문자·초보자가 테니스를 배우기에 안전하고 흥미도 높일 수 있죠.”

최 대표는 연내까지 예정된 매장의 오픈에 우선 집중할 예정이다. 내년부터는 이제껏 쌓인 데이터를 철저히 분석하고 그 결과물을 반영해 기존 매장의 리뉴얼과 추가 매장 오픈에 나설 계획이다. 그 과정에서 각 매장의 안정성과 안전성을 높이고 사용자 경험(UX)을 극대화하는 방법도 고민할 생각이다.

전국적으로 스크린 골프 매장이 5000개가량 되는데, 최 대표의 목표는 그 규모의 30~40% 정도인 2000여개까지 실내 테니스 연습장을 늘리는 것이다. 많은 이들이 테니스에 직접 입문해 그 효능과 즐거움을 누릴 수 있도록 하고 싶다는 게 그의 꿈이다.

“선수 시절에 부상을 당해보니 아프면 인생의 중요한 것들이 한순간에 모두 멈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습니다. 건강하기 위해선 정신적 육체적 활동이 중요한데, 테니스만큼 즐거움과 건강을 함께 주는 운동이 없다고 자부합니다.” 

환경경찰뉴스 조희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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