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위기동물 백과사전] 사람이 좋아서 찾아갔다가 사람 때문에 상처 입은 ‘흰 돌고래’, 벨루가

멸종위기종 등급에 속해 관심 필요
국내 아쿠아리움서 학대 논란 휩싸이고 부적절한 환경 때문에 폐사되기도

  • 기사입력 2020.08.20 16:26
  • 기자명 고명훈 기자
(사진출처=온라인 커뮤니티)
(사진출처=온라인 커뮤니티)

백옥같이 하얀 피부에 싱글벙글 웃는 듯한 귀여운 얼굴. 온순한 성격 때문에 인기가 많은 돌고래, 벨루가다.

고래목 일각과에 속하는 벨루가는 최대 몸길이 4.5m에 1.5t의 몸무게로 흰 돌고래로 많이 알려져 있지만, 크기만 봤을 때는 사실상 고래가 맞다.

북극해 인근에 주로 서식하는 벨루가는 사람을 좋아하는 동물 중 하나로 잘 알려져 있다. 북극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기름과 가죽을 제공해주는 고마운 동물이기도 하다.

이 착하고 예쁜 아이들이 최근 국내에서 학대 논란과 폐사 사태가 일면서 주목받고 있다.

지난달 6월 경남 거제시 소재 한 아쿠아리움에서 벨루가 학대 장면이 담긴 사진들이 SNS 등을 통해 공개되면서 많은 비판을 받은 바 있다. 공개된 사진 속에는 성인 남성이 돌고래 등 위로 올라가 두 발로 일어선 채 마치 서피보드를 타는 듯한 모습이 담겨 있었다. 이외에도 한 아이가 벨루가 등 위에 올라타 물놀이를 즐기는 장면도 확인됐다.

이와 관련해 지난 6월 18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멸종위기 돌고래를 서핑보드처럼 타고 놀게 하고 돈을 받는 행위, 과연 대한민국은 선진국인가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와 5만 명이 넘는 동의를 받기도 했다. 해당 게시글에서 청원인은 “업체는 벨루가에 이용권의 이름을 붙여 판매하며 수익을 내고 있다”며 “이 잔인한 행위가 몇 년 간이나 지속되었다는 사실에 더 할 말을 잃을 정도”라고 전했다.

여수 한화 아쿠아플라넷에서는 관리하던 벨루가 세 마리중 한 마리가 지난달 폐사한 일이 있었다. 동물자유연대는 벨루가가 폐사한 이유에 대해 부적절한 생육환경 등 부실한 관리 등을 지적하며 자연으로 돌려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전부터 롯데월드를 포함한 국내 몇몇 수족관 업체에서 벨루가를 좁은 수족관에 가둬 놓고 전시하는 것에 대해 동물단체들이 나서 전시 중단을 요구해왔다. ‘흰 색 돌고래’라는 희귀성을 이용해 사람들을 끌어 모으려는 업체의 의도를 강하게 비난한 것이다.

벨루가는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이 지정한 멸종위기 등급에서 2008년까지 ‘취약(VU)’으로 분류됐다가 지속적인 보전 노력으로 개체수가 조금 늘어 2017년 ‘관심필요(LC)’로 변경됐다. 아직 조금만 방심했다가는 영영 볼 수 없게 될 지도 모르는 소중한 동물들이다.

사람이 좋아서 다가갔다가 사람에 의해서 학대받고 죽어가는 불쌍한 벨루가들. 녀석들을 이용해 욕심을 챙기려는 생태계에 부끄러운 짓은 일절 그만둬야 할 것이다.

환경경찰뉴스 고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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