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오션, HD현대중공업에 '미니 이지스함' 입찰 비리 의혹 고발…"조직적 범죄행위 의심"

방위사업청이 보안규정 삭제해 HD현대중공업에 유리하게 입찰 조작 의혹
군사 기밀 유출 의혹 속, 국내 함정 건조 사업의 갈등 심화

  • 기사입력 2024.03.05 16:26
  • 최종수정 2024.03.06 19:10
  • 기자명 조희경 기자
개발비 1조 6천억 원, 건조비 6조 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초대형 방위사업 KDDX에 대한 방위사업청 소개 영상(사진=방위사업청 홍보 영상 갈무리)
개발비 1조 6천억 원, 건조비 6조 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초대형 방위사업 KDDX에 대한 방위사업청 소개 영상(사진=방위사업청 홍보 영상 갈무리)

서울 중구 장교빌딩에서 열린 5일 언론 설명회에서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이 HD현대중공업을 고발하고 "조직적이고 계획적인 범죄행위"를 비판했다. 이 고발의 배경은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의 개념설계 정보 유출과 관련되어 있으며, 이에 대한 수사가 격화되고 있다.

한화오션은 HD현대중공업이 외주 업체를 통해 별도의 서버를 운용하여 군사 기밀을 공유하고 수사 시작 후 이 사실을 은폐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한화오션은 "조직적 행위 증거들은 관련 판결문과 형사사건 기록 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며 이를 강조했다.

그러나 HD현대중공업은 이 같은 주장을 "이해하기 어려운 억지주장"이라고 반박했다. 회사 측은 이미 법원 판결과 방위사업청의 심의를 거쳐 종결된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이 의혹은 '한국형 차기 구축함'이라고 불리는 미니 이지스함 KDDX 사업을 중심으로 펼쳐지고 있는데, 이 사업은 약 7조8000억원을 투입하여 2030년까지 6000t급 함선 6척을 배치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이 사업의 입찰 조작 의혹이 큰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특히, 2019년 방위사업청이 보안규정을 삭제해 HD현대중공업에 유리한 입찰 조건을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2020년 HD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을 제치고 사업자로 선정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같은 불법 행위 배후에는 KDDX 사업의 입찰 조작 의혹이 있다. 이에 대한 경찰의 수사가 한층 더 격화되고 있는데, 경찰청 중대범죄수사과는 지난해 8월 경기 과천시에 위치한 방위사업청을 대상으로 압수수색을 벌였다.

이 의혹은 2019년 방위사업청의 규정 변경과 관련이 있다. 해당 규정 변경은 보안사고에 따른 감점 사항을 삭제한 것으로,HD현대중공업에 유리한 입찰 조건을 조작했다는 의혹과 연결된다. 

더욱이, 2014년 대우조선해양이 작성한 KDDX의 개념설계도가 HD현대중공업 관계자에게 유출된 사건이 이전에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방위사업청은 이를 감점 대상에서 제외한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사건과 관련하여 한 해군 예비역 장교는 이미 유죄 판결을 받은 상황이다. 이와 관련, HD현대중공업 직원들은 2020년 5월 대우조선해양의 설계도를 불법으로 촬영한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이날, 한화오션 측은 "HD현대중공업 임원이 군사기밀 탈취에 개입한 다수의 증거를 확보했으며, 이는 조직적이고 계획적인 범죄행위"라며, HD현대중공업이 국내 함정 건조사업과 관련된 군사기밀을 유출한 업체로서 해당 사업을 계속 진행하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또한, 방위사업청이 HD현대중공업에 대한 입찰 참가제한(부정당업체) 제재 심의에서 '행정지도' 처분을 내린 것에 대해 강한 불만을 표출했다.

한화오션은 지난달 27일 방위사업청의 입찰 참가자격 유지 결정에 대해 "상응하는 조치 없이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 진행이 지속되는 것은 공정성을 상실할 뿐 아니라 유사한 행위가 반복될 수 있어 국가 안보에 중대한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따라, HD현대중공업 임원을 국가수사본부에 고발한 상태다.

HD현대중공업 측은 한화오션의 주장을 이해하기 어려운 억지주장이라고 반박했다. 회사 관계자는 "법원의 판결과 방사청의 두 차례에 걸친 심도 있는 심의를 통해 이미 종결된 사안"이라며, 이는 경쟁업체간의 밥그릇 싸움이 아니라 국방 사업의 신뢰 문제와 관련된 중대한 사안임을 강조했다.

이번 고발 사건은 국내 함정 건조 사업의 경쟁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한화오션은 HD현대중공업에 대한 철저한 조사 및 적절한 조치를 촉구하며, 국가 안보와 방산기술의 보호를 위한 결단을 요구하고 있다. 한편, HD현대중공업은 한화오션의 고발을 강력히 부인하며, 법적 대응을 예고한 상태다.

환경경찰뉴스 조희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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