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수의계약' 논란, 2335억원 규모의 이면 드러나

수의계약 비경쟁으로 용역 따낸 업체들, 국회 조사 결과 밝혀져

  • 기사입력 2023.08.14 10:20
  • 최종수정 2023.08.14 14:23
  • 기자명 조희경 기자
(사진=박정하 의원실 블로그 갈무리)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철근 누락' 아파트 단지 설계·감리에 참여한 전관 업체들과의 수의계약 논란이 국내 건설 산업을 강타하고 있다. 최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박정하 의원이 LH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이들 업체는 3년 동안 LH와 경쟁 방식이 아닌 수의계약을 통해 총 2335억원에 달하는 용역을 수주했다.

이에 따르면, 지하주차장이 붕괴된 인천 검단 안단테 아파트를 포함한 16개 단지의 설계·감리에 참여한 18개사가 2020년 6월부터 올해 6월까지 LH 용역 77건을 수의계약으로 따냈다고 밝혀졌다. 이 중 가장 큰 수주 규모를 기록한 A건축사사무소는 LH 출신이 창립한 회사로, 현 대표이사도 LH 출신이다. 이 회사는 3기 신도시 공동주택 등 11건의 설계용역을 343억원에 수주하였으며, 철근 누락이 확인된 1개 단지의 설계와 3개 단지의 감리를 맡았다.

B건축사사무소는 LH 처장·부장급 인력을 영입하여 고양창릉, 파주운정 등 신도시 아파트 단지의 설계용역 6건을 275억원에 따냈다.

C사는 인천 검단 안단테 아파트의 설계를 맡아 지난 3년 동안 수의계약으로 269억원 규모의 설계용역 6건을 받았다. 이 회사는 LH뿐만 아니라 서울시·서울주택도시공사(SH)·조달청·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출신의 전관을 채용하여 업무를 진행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D종합건축사사무소는 양주회천 아파트 단지 설계 중 무량판 기둥 154개 전체에 전단보강 철근을 빠뜨린 사건과 관련하여 설계용역을 수의계약으로 대거 수주하였다. 217억원 상당의 7건의 계약을 맺었으며, LH 처장 출신 등을 영입한 회사로 양주회천을 비롯해 철근 누락 2개 단지의 설계를 수행하였다.

감사원은 이미 이와 관련해 여러 차례 수의계약 문제를 제기해왔다. 작년 6월에 발표한 '공공기관 불공정 계약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LH는 2016년 1월부터 2021년 3월까지 5년 3개월간 맺은 수의계약 1만4961건 중 3227건(21.6%)을 전관 업체에게 일감을 부여한 것으로 드러났다. 계약 규모는 총 9조9억원에 달했다. 감사원은 특히 “LH가 전관 업체와 맺은 계약 3건 중 1건(34.1%)은 경쟁 입찰이 아닌 수의계약”이라며 “특혜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수의계약 문제는 불투명한 과정과 관련하여 논란을 불러왔다. LH의 설계 공모 심사위원들이 전관 업체의 LH 출신 직원과의 접촉 사실이 감사원의 감사로 드러나면서 투명하지 못한 공모 방식이 문제로 지적되었다. 또한, LH와 전관 업체 간에 체결한 계약 332건 중 58건은 심사·평가위원이 퇴직자에게서 전화를 받았던 사실도 확인되었다.

이에 따라 LH는 전관 영향력 차단을 위해 설계·시공·감리 선정 권한을 외부에 위탁하거나 넘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한준 LH 사장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공공주택 설계·시공·감리에서 LH가 가진 권한을 과감하게 민간이나 다른 기관에 넘기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LH와 전관 업체 간의 수의계약 문제는 지속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상황이며, 이를 통해 공공기관의 계약 체계와 투명성 강화에 대한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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